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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싼 Jul 30. 2024

반 배정을 이런 식으로 한다고?

미국 공립초등학교 반 배정의 진실

  담임을 맡게 된 2학년은 사실 선호하는 학년은 아니었지만 (학부시절 잠깐 프리스쿨에서 일했던 경험이 너무 좋아 킨더를 맡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신임교사로 시작하기 딱 좋은 학년이라며 내게 운이 좋다는 말을 했다.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다정한 아이들이 첫 제자들이라니. 어느 한 명 예쁘지 않은 학생이 없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저학년일수록 조금만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면 금세 그들의 세상이 되는 진귀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데 우리 반 학생들은 내가 함께했던 학생들 중에서도 특히나 사랑이 넘치고 표현이 많았다. 악수, 하이파이브, 포옹 중 본인이 원하는 아침 인사를 선택할 때면 늘 한 명도 빠짐없이 포옹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선생님에게 건의사항이나 친구와의 문제해결 등을 써낼 수 있는 우체통에는 내가 최고의 선생님이며 내가 본인의 담임선생님이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등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애정 어린 편지들이 가득했다. 


  서류상으로 결코 쉬운 학생들은 아니었다. 스물네 명의 학생 중 여덟 명이 IEP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장애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 계획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에서 사용되는 특별 교육 서비스 프로그램)가 있었으며, 지금 당장은 없지만 IEP를 받기 위해 평가 중인 학생들이 두 명, 행동 장애가 너무 심해서 작년부터 1:1 paraeducator (특수 교육 보조교사)를 배정받은 학생도 한 명 있었다. 이전에 교생으로 일했던 학교들을 포함해서 그동안 보아왔던 교실은 대개 많아봤자 4-5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같은 학년 팀 교사들에게 물어봤더니 본인들도 사정이 다 비슷하다며 얼버무렸었다.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통 다음 해 학생 배정을 현 교사들이 진행하는 방식 상, 교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반이 있으면 거기에 행동 문제가 많은 학생들이나 IEP 학생을 좀 더 많이 배정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내 경우엔 1학년 교사들이 2학년으로 올라가는 본인 반 학생들의 배정을 진행하며 비교적 “어려운”학생들을 친분이 있는 2학년 교사의 반으로 보내는 대신 아직 잘 모르는 신임교사에게 배정했던 것이다. 


  내가 알게 된들 바뀌는 것이 무어랴. 갈등 대면이 어렵고 잘 따지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가 이제와 학생들을 재배정할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급이 잘 운영되고 있으니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팀 미팅에서 우연히 불공정한 반 배정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 적이 있었는데 동료 교사 중 한 명이, 지금 우리 반에 있는 1:1 보조교사가 있는 학생이 실은 원래 본인 반 학생으로 배정되었었다면서, 우리 반에 IEP가 있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일부러 나를 위해 바꿔주었다고 했다. 반에 상주하는 보조교사가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동료교사와 우리 반 보조교사가 실은 몇 년 전부터 사적으로 아는 사이였고 둘의 사이가 멀어지면서 같은 반에서 지내는 게 껄끄러워서 이 보조교사가 담당이었던 아이가 본인 반으로 배정되자마자 부리나케 1학년 팀에게 달려가 재배정을 요구했다는 것.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피스에 가서 신규교사인 나를 도와줘야 한다는 핑계로 결국 명단 교체를 했다는 것도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 대다수의 공립학교가 공정하고 투명한 배정 과정을 지향하고 그렇게 진행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백 오십 명이 넘는 특수교육 학생들에게 지정된 특수 교사가 한 명뿐이 없던 나의 첫 근무 학교처럼 지원과 인력이 부족할 때, 허술한 시스템을 이용해 당장 본인이 조금 편해보고자 하는 이기심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후 근무했던 학교들도 하나같이 반 배정은 뜨거웠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교사-학부모의 관계와 학부모 커뮤니티 내에서도 화제였고, 학기 초 많은 갈등의 시작점이자 학기 내내 논란의 씨앗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의 공립학교는 이런 분쟁적인 시스템을 바꿀 수 없는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커리어 적인 측면에서 다시 풀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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