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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CM Tiger Oct 11. 2024

6장: 가족과 함께한 베트남 생활 - 한국과의 차이

교육과 생활 문화에서의 베트남 장점

베트남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생활 문화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교육의 차이였다. 비록 한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낸 적은 없어서 최근 한국 교육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국제학교를 보내면서 경험 중심의 교육 방식과 학교 내 다양한 클럽 활동이 큰 차이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생활 방식에서도 오토바이나 저렴한 인건비로 대변되는 베트남의 특징이 생활 전반에서 크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교육의 차이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차이 중 하나는 아이의 교육 방식과 활동이었다. 한국에서는 교육이 굉장히 경쟁적이며, 성취를 이루기 위한 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또 방과 후 수업으로 이어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마치 시간표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을 따르기 위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았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학습보다는 다양한 체험 활동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베트남의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학업보다는 창의적인 놀이와 야외 활동을 중요시하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제공했다. 아이는 영어 수업뿐만 아니라 미술, 체육, 그리고 현지 문화 체험 같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는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고, 놀이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었다.


특히 매일 학교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면,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교육 방식을 접하게 되어 놀라곤 했다. 기억에 남는 사례 중 하나는 '인체'를 주제로 한 수업이었다. 아이는 수업에서 인체의 장기와 그 기능에 대해 배우고는 신나서 집에 돌아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설명만으로는 어떻게 배웠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직접 자신이 맡은 장기의 모형을 만들고, 유관 유치원생들과 학부모들 초청하고,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맡은 파트에서 대기하다가 자신의 앞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퀴즈를 통해 피드백까지 받게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방식의 참신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와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단순히 수업을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을 더욱 깊이 체화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발표는 단순한 암기가 아닌, 실제 경험을 통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학교에서의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스스로 배운 내용을 실습하고 직접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첫 실습 발표날



또한, 베트남 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예체능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아이는 현재 축구 클럽, 수영 클럽, 합창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들은 의무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것들이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위한 다양한 클럽이 운영되고 있으며, 아이는 트라이얼 테스트를 통해 입부할 수 있었다. 새벽이나 방과 후 시간에 연습하고, 타 학교와 교류전도 하면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합격자의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아이가 기뻐하며 방방 뛰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순간 아이는 스스로가 원하는 활동에 도전하고 성취한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아침 일찍부터 늦은 시간까지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얼마나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러한 교육 환경 덕분에 아이는 스스로 세상을 탐구하며 호기심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학업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크기도 했지만, 베트남에서는 그보다는 자유로운 학습 환경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제공한 교육이 아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 역시 부모로서 새로운 교육 방식을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생활의 편리함과 차이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생활의 편리함과, 그와 함께 느끼게 된 당연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베트남의 일상은 여러모로 다르게 다가왔다. 베트남에서의 생활은 편리함과 도전이 함께 공존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베트남만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배달 문화: '오토바이로 시작해서 오토바이로 끝난다'


한국에서도 배달 문화가 발달해 있지만, 베트남에서의 배달 시스템은 더 다양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했다. 단순히 음식을 배달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퀵서비스, 2시간 배송 등 오토바이를 통한 다양한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특히 그랩(Grab) 같은 택시/배달 앱은 음식 배달, 퀵서비스, 차량 렌트까지 제공하며 베트남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배민(배달의 민족)'도 한때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3년 9월 철수했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배달 앱으로 자리잡은 배민이지만, 베트남에서는 그랩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철수하게 된 것이다. 배민은 주로 음식 배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그랩은 이동, 물품 배달, 차량 렌트 등 배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베트남 시장에서 더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쇼핑몰도 여러 옵션이 있었지만, 나는 주로 Tiki의 2시간 배송 서비스인 Tiki Now를 즐겨 사용했다. 특히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Tiki Now는 진가를 발휘했다. 한 번은 회사에서 휴대폰이 고장 나서 중요한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급한 마음에 Tiki에서 저렴한 휴대폰을 바로 주문했고, 주문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배송이 완료되었다. 그 후로 나는 Tiki의 충성 고객이 되었다.


베트남의 배달 속도는 정말로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덕분에 교통 체증이 심한 날에도 배달이 순조로웠고, 특히 퀵서비스는 몇 천 원의 배달비만 내면 서류나 물건을 즉시 받을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했다. 한국의 쿠팡처럼 집 앞까지 신속하게 배송해주는 시스템도 매력적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 중심의 배달 서비스가 그에 버금가는 편리함을 제공해주었다.


말 그대로 베트남의 배달 문화는 오토바이에 의한, 오토바이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신속하고 유연한 배달 방식은 베트남 생활에서 빠르고 간편한 소비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저렴한 인건비의 혜택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배달비처럼, 베트남에서 인력을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가 가격 대비 품질이 높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 주재원들과 가족들이 청소 도우미를 고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혼자 사는데도 일주일에 세 번씩 도우미가 집을 청소해 준다는 말은 나에게는 거의 사치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청소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부담으로 알고 있다. 주 1회 청소 도우미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꽤 큰 비용이 드는걸로 알고 있고, 부자들만의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월 10만 원 정도만 내면 집안일을 완전히 맡길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문화적 충격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내가 집에 있는 동안 누군가 내 집을 청소해준다?"는 생각에 다소 어색하고 불편했다. 특히 내가 소파에 앉아있고, 도우미가 바닥을 청소하는 그 미묘한 순간들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청소 도우미의 혜택에 감사하게 되었다. 청소와 집안일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면서, 아내와 나는 그 시간을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주말마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거나, 가족끼리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모두 도우미 덕분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도우미분과 서로의 습관에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도우미분이 일하는 동안 집에 머물면서, 마치 감시 아닌 감시를 하듯 청소하는 장소나 방법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신뢰가 쌓였고,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척척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우미분이 오면 우리는 집을 나서서 자유롭게 외출할 정도로 신뢰가 쌓였다. 집이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그 여유로움을 더더욱 즐기게 되었다.


(물론 지금 도우미분은 세 번째로 바꾼 도우미분이다.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도 운이 필요한 법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도우미뿐만 아니라 아이를 돌봐주는 내니나 운전기사까지 고용하는 것이 흔하다. 이 말은 결국, 한국에서는 굉장한 사치로 여겨졌던 것들이 베트남에서는 일상적인 편리함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주재원들이 자주 말하길, "베트남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라고 하는데, 이 말이 정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풍부한 인력 자원과 낮은 인건비 덕분에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이곳에서는 충분히 가능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이러한 인건비 혜택 덕분에 더 많은 자유와 여유가 생겼다. 집안일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늘어났고,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거나, 더 자주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는 단순한 경제적 이점을 넘어서,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에서의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그 자체로 큰 변화와 성장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시작된 생활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과 생활 방식, 그리고 문화적 차이 속에서 아이는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키워갔고,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아내 역시 빠르게 적응하며, 가족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나 역시 이 변화 속에서 가족의 일상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깨달았다.



베트남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우리는 단순히 적응하는 것을 넘어,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시간을 보냄을 느낀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한 추억들은 앞으로 우리 가족의 추억속에서 오래도록 소중한 조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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