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CM Tiger Sep 06. 2024

1장: 떠남과 새로움의 설레임 - 처음 만난 베트남

처음 만난 베트남

베트남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게 다가왔다. 출장으로 잠시 머물렀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그때는 현지 관계사에서 차량부터 숙소까지 모두 준비해 주었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곳은 이제 내가 오랫동안 정착하며 살아가야 할 공간이었다. 혼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설렘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왔다.


공항에서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미그레이션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고, 심사를 하는 베트남 직원들은 느리게만 보였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 답답한 심사대에 갇혀 있자, 이곳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5년을 살았지만, 이 부분은 여전히 베트남 입국 때마다 힘겹다. 1년 전부터는 그냥 한국에서 패스트트랙을 구매해서 온다. 성인 2만원, 아동 1만원 수준.)



베트남 공항의 첫인상

                                               



한바탕 이미그레이션 전쟁을 치르고 공항 밖으로 나가자마자, 또다시 습하고 더운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한국의 2월은 차갑고 건조했지만, 베트남은 전혀 다른 기후였다. 마치 한여름에 도착한 것처럼 뜨겁고 무겁게 느껴지는 공기, 그리고 그 속에 섞인 이국적인 향기는 내가 이제 정말로 다른 세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택시 운전사들이 몰려들며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특유의 억양으로 "택시", "택시"를 외치며 나를 끌어당기려는 모습이 혼란스러웠다. 이전 출장 때는 낯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나는 그들의 호객에 반응하지 않고, 미리 검색해둔 그랩(Grab) 앱을 켜서 택시를 불렀다. 그러나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GPS가 로밍 연결 탓에 정확하지 않아 자꾸 위치를 벗어났고, 그랩 드라이버는 나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베트남어는 나를 당황하게 했고, 결국 몇 번의 번역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끝에 20분이 지나서야 겨우 택시에 탈 수 있었다.


그랩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여러 명이 접근해 "내가 네 그랩 드라이버다"라며 나를 유혹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손님을 일단 태우고 바가지를 씌우는 흔한 수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호치민에 이제 막 도착했을 뿐인데, 이미 나는 지쳐있었다.



자정이 넘은 늦은 밤이었기에 숙소까지는 20분 남짓 걸렸다. 출근해야 할 회사가 공항과 멀지 않았기에, 회사 근처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미리 예약해둔 터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과 야경을 구경할 틈도 없이,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새로운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깊이 잠들지 못해 이른 6시에 눈이 떠졌고, 창밖을 보니 도시의 일상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 산책 겸 거리 구경을 나섰다. 하지만 기대한 조용한 아침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거리는 이미 오토바이들로 가득 차 있었고, 매연이 공기 속에 짙게 퍼져 있었다. 길가에는 수많은 노점상들이 늘어서서 쌀국수와 반미를 팔고 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고층 아파트는 현대적이고 조용했지만, 그 바로 바깥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수많은 오토바이와 끊임없는 경적 소리, 그리고 뿌연 매연이 빌딩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이 낯설고 복잡한 풍경 속에서, 이곳이 베트남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첫날 아침, 어지러운 도로 상황을 보면서 내 마음도 같이 어지러워졌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