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나는 곳은 중앙현관 계단 뒤쪽 통로를 지난 뒷마당 창고였다.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면 모르고 지나칠 소리였지만, 소리는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돌아가려는 나의 발목을 잡으려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시멘트 바닥 위를 밟는 내 실내화는 조심스러웠다. 컨테이너 창고 문 앞에 섰다. 원래 학교의 큰 창고는 운동장 쪽에 있다. 후원에 있는 이 창고 안에는 자잘한 기자재나 전산용품, 책걸상, 캐비넷 등이 임시 보관되어 있다.
끼이이익쿵.
흡 아아핫
또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뒤이어 이상한 숨소리도 함께 들렸다. 얼핏 우는 소리와도 닮았다. 이제 돌아가기에는 늦었다. 문 쪽에는 창문이 없고 옆으로 돌아가면 작은 창문이 있다. 까치발을 들어도 닿지 않는 높이였는데, 때마침 옆에는 앉은뱅이 플라스틱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나는 창고 안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잠시 바라봤다. 전 우주적 힘이 내게 저 의자를 밟고 창문 안을 보라고 신호를 준 것만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간색 플라스틱판 위에 올라간 실내화 두 짝은 발뒤꿈치를 살짝 올렸다.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아아, 앓는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회색 캐비넷 옆 테이블이었다. 갈색빛의 구불거리는 긴 머리는 이수현 선생님이었다. 그 앞에서 남자의 뒷모습은 급하게 흔들대고 있었다. 파란 남방 아래 볼록한 맨살의 엉덩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였다.
“ 압..씨발..”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였다. 아래에서 위로 고개를 치켜올린 남자의 옆얼굴이 드러나자 나는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아빠가 맞았다. 두 사람은 급하고, 힘들어하면서도 어딘가에 혼이 빨려 나간 사람처럼 기뻐 보였다. 문득, 동물의 짝짓기 영상이 떠올랐다. 수컷 침팬지가 헉헉거리며 암컷 침팬지의 등 뒤에 급하게 타오르던 장면. 교실 뒤에서 문성혁이 킬킬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빠구리..
그 단어를 듣고 받았던 느낌이 그대로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생각보다 훨씬 더 더럽고 천박했다. 알 수 없는 행위는 한동안 짧고, 강하게 이어지다가 부르르 엉덩이가 다시 떨었다. 한 번 더 욕설과 긴 한숨이 흘러나왔고, 두 사람의 뜀박질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비밀이 두 몸 사이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몸을 뒤로 빼는 동작에서 실처럼 길게 이어져 나오는 걸 봤다. 곧이어 붉고 울퉁불퉁하게 젖어있는 살덩이가 드러났고, 나는 두 눈을 다시 깜박거렸다. 울렁. 목구멍 안에서 갑자기 시큼한 것이 훅 치고 올라왔다.
그들이 내 소리를 들었든, 아니든 상관없이 나는 쿵쾅거리며 달렸다.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던 주영이가 내 이름을 불렀다. 손으로 입을 막고 나는 급하게 남자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간신히 문을 열고 변기 칸에 들어와서 참았던 것을 모두 토해냈다. 우두두두둑. 누르스름하고 걸쭉한 토사물이 변기 주변과 그 안으로 떨어졌다. 처참했다. 늦더라도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고 엄마가 두유와 바나나 그리고 견과류를 갈아 주셨다. 눈가가 뜨거웠지만 나는 한 번 더 웩웩거리며 남은 것을 모두 게워냈다. 콧물도 흘렀다.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질질 물이 새어 나왔다.
나는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했다.
그리고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했다.
아버지에 대한 조그만 애정도 없어 다행이었다.
때로는 부족한 것이 부족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날 저녁 아빠는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던 엄마는 잠시 놀란 얼굴로 현관문 쪽을 바라보았고, 나는 식탁에서 풀고 있던 문제집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손잡이를 돌려 방으로 들어가는 짧은 순간에 나는 서재 문 앞에서 내 눈치를 살피는 아빠의 불편한 시선을 느꼈다.
아들. 너는 인사도 안 하냐.
예상한 질문은 날라오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어차피 대답 같은 건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날 이후 아빠는 영재 센터 어쩌구저쩌구 주절거리는 걸 관두었다. 니가 싫으면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입이 참 딱했다. 나는 어차피 그 누구에게도 창고에서 본 장면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었다.
절벽 끝에 달랑거리던 아빠를 나는 마음 편히 밀쳐 버렸을 뿐이다. 그게 다였다.
11월에 학예회가 있었다. 우리 반은 응원단복을 입고 그대에게 노래에 맞추어 치어댄스를 췄다. 몸 쓰는 것에는 재주가 없는 나는 일련의 동작을 외우는 것 외에는 그다지 발전이 없었다. 학예회를 일주일 앞두고 매일 하루에 한 시간씩은 꼭 치어 댄스 연습을 했다. 밖에는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교실에서 아이들끼리 따닥따닥 붙어서 요란한 동작을 하며 쿵쿵대니 후끈했다.
“ 야야!!! 나와봐!! 지금 칼 들고 난리 났다.”
우두두두
복도 밖이 소란했다. 아이들 몇몇이 떼를 지어 복도를 가로질러 뛰었다. 쿵쾅쿵쾅. 교실을 울리던 진동이 내 안에서 느껴졌다. 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