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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과학실. ok?〕
〔기대해〕
〔미치겠다〕
〔?〕
〔니꺼 빨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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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ok? 1교시 전에. 비는데.〕
〔알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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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극락 갔다 왔네.〕
〔아이>,< 몰라〕
〔그 자식이랑은 그렇게 하면 안 돼. 알았지.〕
〔회의 마치고 잠깐 보자. ok?〕
〔아랐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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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과 2층을 열렬히 오가던 통신선의 한 입자가 미쳐 돌아간 것인지, 아니면 북반구 아이슬란드에 사는 천재 해커가 취미 삼아 한국의 어느 교육청 메신저 프로그램을 잘못 해킹한 것인지, 어쨌든 일이 벌어졌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외설적인 채팅이 전 학교 메신저 창에 띄워졌다. 아침에 출근한 선생님들이 각자의 컴퓨터 화면에 뜬 공개 채팅창에 다들 아연실색했다. 둘이서 비밀스럽게 주고받은 그동안의 채팅이 어떻게, 무슨 경로로, 학교의 모든 pc에 풀렸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충격과 흥미로움이 뒤섞인 공기가 학교 안을 둥둥 떠다녔다. 더러운 진실과 부풀어진 소문은 덩치를 키워 부산 전 지역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같은 학교 안에서 유부남과 미혼의 여교사가 몰래 만나면서 체육관과 준비실, 창고 곳곳에서 은밀한 시간을 보냈다더라. 그리고 여교사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도 있으며 그 약혼자는 옆 학교 체육 교사 누구누구다. 천하제일 불쌍한 놈. 인물도 멀쩡하고 키도 크다는데. 아이고 아까워라. 거기다 성격도 건실하고. 아무튼 그 불쌍한 놈의 나이는 몇 살이고, 둘은 교대 때부터 유명한 씨씨였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둘이 사귈 때도 유명한 일화가 여러 개 있는데 ....
이보다 더 짜릿하고 즐거운 남의 걱정이 있을까. 뒷담화는 백해무익 아무 이득도 없다고 하지만 아니다.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진실로 남의 엿 같은 스토리를 읊다 보면 밋밋한 제 인생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전달하는 입에 침방울이 튀고 열린 귀가 절로 쫑긋거린다.
칙칙한 회색 사무실 안 공기에 생기가 돈다. 그저 그런 식탁 위 반찬과 내세울 것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배우자가 잠시나마 근사해 보인다. 그래, 너만 한 인간도 없지. 이 정도 인생이면 괜찮지. 바닥을 쓸던 자존감이 회복되어 팔딱거린다.
그토록 과하게 부풀어져 있던 학교 안의 공기가 사흘째 되던 날, 빵 터지고 말았다. 부산 학교 바닥을 휩쓸고 다니던 소문은 가장 늦게 이수현 선생님의 약혼자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눈이 돌아버린 약혼자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야 만다. 그럴 가치도 없는 이들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시퍼런 칼을 들고 나타난 약혼자는 곧장 학교 4층으로 뛰어 올라가 ‘오영훈 이 개새끼’를 외쳤다. 그러나 그 개새끼는 이미 이틀 전에 교내에 채팅창이 다 까발려져서 이미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승진,
그런 거에 별 관심 없었고 애초부터 ‘돈’이 가장 중요했다. 교사 평판 이미 끝났는데,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 따위야 크게 안중에도 없었다. 마누라하고는 애 저녁에 파토가 났고. 이혼 도장만 찍을 날만 앞당겨졌다. 유책 배우자가 된 탓에 주식으로 따 놓은 알토란 같은 돈의 절반이 곧 날라 갈 형국에 가슴이 찢어졌다.
학교는 이번 주까지만 근무하고 휴직을 하기로 교장과 말을 이미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상황은 본인도 어찌 막아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제일 께름칙하긴 했지만, 저도 교사인데 설마 뛰어와서 나를 죽이기야 하겠나 싶었는데 안일했다. 이래저래 알음알음 얼굴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세상 모든 놈들이 다 저 같을 줄 알았던 게 문제였다. 복도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바로 몸을 낮춘 오영훈은 곧바로 112를 눌러 다급히 신고했다. 폰을 붙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 초등학교 4층 6학년 교실에 칼을 든 사람이 ..
쾅!!!
뒷문이 벌컥 열리고 시뻘건 눈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 비명을 지르고 교실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 오영훈 나와!! 이 쥐새끼가 어디 처 숨었노. 이 개씨팔놈아! ”
재빠른 몇 명은 교실 밖을 뛰쳐나갔고, 그러지 못하고 남은 아이들 중 몇은 책상 아래 들어가거나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마저도 아니면 얼음처럼 굳어서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바라보았다. 모두가 보이지 않는 칼날에 베여가고 있었다. 찬물을 끼얹은 교실 안에는 헐떡이는 숨소리와 시뻘건 눈알이 굴러가는 소리뿐이었다.
또르륵.
책상 밑으로 빼꼼히 보이는 군청색 슬리퍼, 회색 바지.
“ 아, 선배-님. 아니 행님. 어찌 이랍니까. 예. 일을 이따구로 만듭니까. 어. 나와봐라. 이 씨발- 새끼야.”
벌떡. 웅크리고 있던 슬리퍼가 앞문으로 전력 질주하려는 무모함을 보이자 칼을 든 사내가 덮치듯이 몸을 날렸다. 휙, 첫 방은 바람을 가르며 실패했지만 두 번째는 반사적으로 올려진 오영훈의 팔을 예리하게 스쳤다.
으악! 아아아악!!!
아!!!!
꺄아아악
아아아악!
팽팽한 긴장은 사방으로 튀어 오른 생생한 붉은 피에 와장창 부서지고 말았다. 날카로운 외침이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고, 감을 잡은 칼날은 죄인의 어깨를 노렸다. 한데 엉킨 두 남자 뒤로, 옆으로 또 다른 남자들이 들러붙었고, 한 덩어리가 된 그들은 참혹하고 어지러웠다. 핏물이 튀고 서걱거리는 소리 뒤에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살색의 천하장사 한 귀퉁이가 교실 바닥 위를 데구루루 굴었다.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 그걸 또 구경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 행정실 직원들, 그 외의 눈 달린 모든 존재들. 4층 복도가 좁아서 터져 나갈 거 같았다. 그 전체를 멀찍이 떨어져 서서 윤은 똑바로 지켜보았다. 시선을 피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그 요란하고 해괴한 장면을 보면서 또 한 번 끔찍한 명제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죽어선 안 될 이들은 언제나 쉽게 떠나고
죽어도 되는 이들은 언제나 끝까지 살아 남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