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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생이 된다고??

마산청보리선생님의 시작

by 김용만

제가 대학을 다니던 때는 2025년 지금과 달랐습니다. 운동권 학생들과 비운동권 학생들이 총학생회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었고 통일운동과 교육운동, 노동운동하는 학생들이 밤새 토론하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사범대를 다녔지만 선생님에는 큰 뜻이 없었습니다. 교사가 되려면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하는데 한 해에 임용고시 합격하는 4학년 선배는 손에 꼽을 만큼 수가 적었습니다. 그리고 합격하는 선배도 평소 공부 열심히 한, 말 그대로 당장 선생님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분들이셨습니다. 그 선배들에 비해 노동운동 한다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고 운동권 학생 비난하는 교수들 수업은 듣지 않으며 나름대로 대한민국 현실에서 대학생이 실천해야 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고 살던 저는 임용고시 도전을 꿈꾸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변명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학 공부와 전공공부를 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2학년 때까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3학년이 되고 나니 졸업이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기억에 2학년까지 평균 학점이 2점대 였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왠지, 사회에 나가서 어떤 직장이든 취업하려면 최소 학점이 3점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서 누가 시키지도, 지적하지도 않았지만 3학년 1학기 여름방학부터 계절학기를 들었습니다. 과목은 1, 2학년 때 D, F를 받았던 과목들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개설한 과목들은 방학 때 열심히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방학 때 집에 가고, 알바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저는 방학 때도 선배들 자취방에 얹혀 살며 수업을 들으러 갔고 공부를 했습니다. 제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계절학기는 학점이 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계절학기는 저에게 꼭 해야 할 과제였고 졸업할 때까지 저의 방학은 수업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때 제 평균학점은 3점대를 넘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졸업할 때, 몇 몇 친구들과 선배들은 임용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시험준비를 하시는 분들은 원서를 넣고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제가 치는 시험도 아니었는데 긴장되었습니다. 그만큼 사범대학생에게 임용고시란 최후의 전투같은, 쉽게 넘지 못하는 산이지만 넘어보고 싶은 그런 시험이었습니다. 전 내신도 좋지 않았고(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엔 대학 내신이 임용점수에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전공 과목으로 시험준비를 해야 했고 교육학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졸업할 때 임용고시를 응시하지 않았고 그냥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1년 간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놀았습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게임하며 거의 반 년을 백수로, 그냥 백수가 아니라 완전 상백수로 지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생각으로 살았나 싶습니다. 현실에 대한 아무 계획도, 목표도 없었습니다. 그냥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저를 불러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용만아, 이제 니도 돈을 좀 벌어야 안 되겠나."


그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집을 나갔습니다. 골목을 돌며 전봇대에 붙어 있는 일하는 사람 구한다는 벽지를 보고 다녔습니다. 그리곤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주유소 알바, 술집 알바, 독서실 알바, 전단지 뿌리기, 비료 포대 나르기, 조선소에서 일하기, 성인 오락실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며 1년을 보냈습니다. 돈 버는 재미도 이 때 느꼈습니다. 하지만 경제 관념은 없었습니다.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 단지 통장에 돈이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교생실습 나갔다가 알게 된 학교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용만아, 니 요즘 뭐하노?"

"네? 저 요즘 오락실에서 지배인하고 있습니다. 왜요?"

"내가 일하는 학원에 사회강사가 필요한데 내일 학원에 와 볼래?"

"제가요? 저 공부 안한지 2년이 넘었어요. 그리고 저 대학 다닐 때도 전공 공부 제대로 못했는데요?"

"괜찮다. 우선 내일 11시 까지 **학원으로 와라. 옷 단정히 입고."


다음 날 약속된 장소에 학원으로 갔습니다. 높으신 분으로 보이는 몇 분이 기다리고 계셨고 간단한 면접을 봤습니다.

"내일부터 출근하시죠."

얼떨떨 했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사범대를 나왔지만 교생실습 기간인 한달 빼곤 학생들을 가르쳐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초, 중등학생을 가르치라니, 뻥~했지만 왠지 오락실 지배인보단 나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아이들 배우는 부분이 어디가요?"


교재를 받아서 집으로 가져 갔습니다. 밤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학원에 출근했습니다.


이 학원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하며 평교사에서 부원장까지 승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썩 좋은 기억만 있는 곳은 아니었으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겪어본 곳입니다.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고 관리자, 학부모, 학생, 동료 교사 사이에서 처신 등 다양한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사회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 곳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당시 원장님은 저를 특별히 보셨습니다. 해서 마지막엔 부원장까지 하고 퇴사했습니다.


퇴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새로 오신 사회샘께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용쌤은 왜 학교에 가지 않으세요? 용쌤이 학교에 가시면 학생들이 참 좋아할 것 같아요."

"아이고 그리 말씀 주시니 고맙습니다. 사실 임용고시에 합격할 자신이 없어서요. 대학 시절 수업도 열심히 안 들었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작년에 공부했던 자료가 있어요. 다 드릴테니 이걸로 공부해보세요."


실제로 이 샘은 다음 날 본인이 공부하며 정리했던 모든 자료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전 그 자료를 받고 고민하다 원장님께 그만두어야 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5월, 짐을 싸 들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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