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와 고무신
수요일.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좋은 생각.
화면에 뜬 발신처에 '어!' 반가움이 와락 달려든다. 얼마 전 응모했던 생활문예대상이 떠올라서다.
"여보세요?"
- 원고 보내 주신 거 때문에 연락드렸는데요.
"네~"
- 당선은 안 되셨는데요. '군화와 고무신'이란 코너가 있거든요. 6월호에 싣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오!! 진짜요? 저야 너무 좋죠. 감사합니다!"
- 선물 보내 드릴 건데요. 그중에서 고르시면 돼요. 1년 정기 구독권, 만년필...
그 외에도 몇 개를 더 얘기한 것 같은데, 정기 구독권이 탐나서 다른 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년 정기 구독권 할게요~"
- 정기 구독하시면 또 선물드리는 거 있어요. 기념 타월, 에코백, 칭찬 노트 중에 어떤 거 보내 드릴까요?
"지금 말씀하신 거 정리해서 문자로 보내 주실 수 있나요?"
- 그럼요.
좋은 생각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구독하시거나 자주 사 오던 책이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함께 우리 집 화장실에 늘 있었고, 책들이 점점 늘어가는데도 이사할 때마다 버리지 않고 챙겼다. 오래 지난 책들은 두고두고 읽어도 재미있었다.
좋은 생각에 실린 짧은 에세이에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생의 애환 속에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인생이란 뭘까 문학적이고도 철학적으로 고민하곤 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즐겨보던 책에 내 이야기가 실리다니 감회가 새롭고 또한 큰 영광이다.
사실 공모전에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브런치 글을 읽다가 수호 작가님이 올린 공모전 소식을 보았고, 지나가다 한마디 툭 던지듯 "나도 해볼까?" 싶었다.
2개의 글을 골라 퇴고해서 올린 게 끝이다.
이번 공모전에도 응모 원고가 6천 건이 넘었다 한다. 그중에 내 글이 당선되는 건 기적이었다.
온 힘을 실어 응모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원고를 싣겠다는 담당자 말에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을 들일 걸 그랬나? ㅎㅎ
처음 응모한 것이어서 너무 쉽게 된 기분도 있었는데, '군화와 고무신'이라는 코너로 봐서는 글 소재가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군대 간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웬 군대 얘기냐 싶겠지만.
글이 궁금하면 좋은 생각 6월호를 사시길!^^
아무튼 뭐든 저지르고 볼 일~!
그냥 지나쳤거나, '이거 되겠어?' 하고는 시도조차 안 했더라면 이런 기회는 없었을 테지.
한 번의 기회를 잡으려면 백 번, 천 번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 또한 그동안의 수많은 시도 중에 얻은 기회였으리라.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