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원의 싼 값으로 해장은 물론이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인기가 좋았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에 굵직굵직한 콩나물. 밥 한 그릇 말아 후루룩 먹으면 속이 뜨끈뜨끈한 게 사람들이 왜 해장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가끔 그 앞을 지나다 사 먹기도 했는데 처음 오픈했을 때 보다 손님이 많아진 게 표가 날 정도였다.
손님이 많아진 후로는 어수선해서 가지 않다가 오랜만에 딸과 함께 들렀다. 그날도 손님이 많아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콩나물 국밥 두 개 주세요."
잠시 후 뚝배기에 담겨 나온 콩나물 국밥. 아줌마는 뜨거운 뚝배기를 우리 앞에 놓아주고 부랴부랴 가버렸다.
날계란 하나 톡 깨서 넣으니 흰자가 익어 국물이 더욱 진해진다. 노른자는 좀 더 익게 놔두고, 입천장이 홀라당 델지 몰라 조심조심 국물부터 떠먹었다.
개운한 국물과 콩나물을 3분의 1쯤 먹었을 때...
으득!
어금니 사이에서 근래 듣기 어려운 소리가 났다. 소리가 꽤 컸던지 딸도 인상을 찡그렸다.
"돌이야?"
식당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바퀴벌레가 아닌 게 어디야.
그보다 더 오래전, 바퀴벌레 알이 잔뜩 든 삼계탕도 먹어봤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 하나 나왔기로 호들갑을 떨고 싶지 않았다.
휴지에 먹던 걸 뱉고는 다시 고개 숙여 국밥을 떴다.
"먹으려구?"
"에이 뭐, 괜찮아."
딸은 찝찝한 얼굴로 식사를 계속했다.
노른자도 풀고 밥을 말아서 반쯤 먹었을 때...
머리카락 한 가닥이 보였다. 시력이 나빠 평소엔 잘 보이지도 않던 게 허연 국물 때문인지 검은색 머리카락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젓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집어 올렸다. 구불구불한 파마머리.
주방에선 조리할 때 모자를 쓸 테고. 재료 손질할 땐 모자 쓰나? 주방이 아니라면 서빙하다가?
"아, 뭐야. 이건 그냥 못 넘어가겠다. 먹지 마, 엄마."
나도 처음은 참았으나, 두 번째는 약간 기분이 상했다.
돌, 머리카락이 연이어... 식당에서 너무한 거 아냐?
조용히 아줌마를 불렀다.
"아줌마, 아까 돌 씹었는데 머리카락도 있네요?"
"아, 그래요? 바꿔드릴게요."
"..."
죄송하단 말도 없이 뚝배기를 들고 휙 가버린다.
그때 일어났어야 했을까?
잠시 후 새 뚝배기를 내 앞에 놓아준 아줌마는 또 바삐 제 할 일을 하느라 가버렸다. 입맛은 이미 버렸으나, 괜한 승강이를 하고 싶지 않아 꾹 참고 밥을 먹었다.
그래, 바쁘니 그럴 수도 있겠지.
뚝배기가 끓는지 내 속이 끓는지. 부글부글 끓는 부아를 삼켰다.
"잘 보고 먹어, 엄마."
끄덕끄덕.
이번엔 다행히 반을 먹을 때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
내 눈을 의심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뚝배기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들여다봤다. 딸도 긴장한 채 묻는다.
"왜? 또 뭐 있어?"
진심 욕이 나올 뻔했다.
https://news.v.daum.net/v/20061028201810598
철 수세미가 분명했다. 작지도 않은 크기의 철 수세미가 반짝거리는데 먹은 게 거꾸로 올라올 것 같았다.
돌, 머리카락, 철 수세미. 완벽한 3단 콤보.
와아, 바퀴벌레 알을 품은 삼계탕 이후로 음식 먹다 토할 뻔한 건 오랜만인걸.
화가 난 딸도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나도 올라오는 분노를 억누르며 아줌마를 불렀다.
"아줌마, 이거 보이시죠?"
"어머! 죄송합니다."
철 수세미 정도는 나와야 죄송하단 사과를 받는구나.
새 걸로 바꿨는데도 철 수세미가 나오면 평상시 위생상태가 어떤지 알 만했다.
그러나 역시 큰소리를 내고 싶진 않아서 조곤조곤 얘기했다.
"돌, 머리카락, 철 수세미. 세 개가 다 나왔거든요?"
"새 걸로 바꿔다 드릴까요?"
"..."
처음에 반, 두 번째에 반.
이미 한 그릇을 먹었는데 바꿔준들 먹을 수나 있냔 말이지. 새 걸로 바꿔준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잖아.
순간, 주인을 불러야 하나 갈등이 일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먹고 있는 손님들에게 알리는 게 맞는 도리일까? 아니면 이물질이 3단 콤보로 내 뚝배기에만 들어있는 걸 재수 없는 탓으로 돌리는 게 맞을까?
웬만해선 큰소리를 내는 걸 싫어하는 나는 언짢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로 쪼르르 달려간 아줌마는 더 이상 죄송하단 말이나 주방에 조심하라고 얘기하겠다는 후속조치 따윈 없었다.
아줌마는 불쾌한 손님의 얼굴 한 번 쳐다보지 않은 채 계산하기에 바빴고, 나는 고스란히 콩나물 국밥 두 그릇 값을 지불했다. 영수증을 주면서 다음에 오시면 좀 더 신경 쓰겠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했으면 좋으련만. 제 할 일 끝났다는 듯 휙 가버리는 아줌마.
식당을 나오는데 딸이 투덜거렸다.
"그냥 돈 못 주겠다고 할 걸. 너무 불친절해서 그게 더 짜증 나."
"됐어. 다신 안 오면 되지 뭐."
시끄러운 다툼은 질색. 다신 안 가는 걸로 정리 끝.
만약 아줌마가 아닌 사장님에게 얘기했더라면 어땠을까?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청결에 신경 쓰는 사장이라면 친절 교육도 시킬 테니까.
그 후로는 어느 식당에 가든 맛보다 직원의 친절을 먼저 본다. 말 한마디라도 격식 있고, 디테일에 신경 쓰는 식당이라면 청결은 기본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직원들이 친절한 곳은 사장의 마인드를 알 수 있어 품질에도 믿음이 간다.
사람 일이기에 얼마든지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기본을 해친다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최근에 갔던 고깃집 두 군데가 있다. 새로 생긴 고깃집의 홀 서빙 직원은 매우 서비스가 좋은 데다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손님이 많아 바쁜데도 수시로 다가와 부족한 게 없는지 테이블을 점검했다. 심지어 기본 세팅 후엔 셀프였는데도.
옆 카페와 제휴해서 커피도 할인해준다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너무 친절해서 고깃집 사장이나 지인인가 했더니 아니란다. 사장님에게 제휴하면 어떻겠냐고 직접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제 식당처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직원을 보며 감탄했다.
또 한 군데 고깃집은 인테리어뿐 아니라 청결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다. 제법 오래된 느낌의 직원은 고기에 대해 해박했고, 메뉴판에 나와 있는 고기의 그램까지 설명하며 어느 걸 먹는 게 이득인지 꼼꼼하게 신경 써주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다녀본 고깃집 그 어느 곳에서도 이분처럼 설명해 준 직원은 없었다. 가격대가 비싼 곳도 아니었는데 최고급 고깃집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분 덕에 고깃집도 믿음이 갔고,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 되었다.
3단 콤보 사건 후 우연히 지인과 함께 그 콩나물 국밥집 앞을 지나갔다.
"어, 콩나물 국밥집 없어졌네?"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콩나물 국밥집 대신 다른 식당이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여기 없어진 지 꽤 됐는데 몰랐어?"
"그래? 몰랐는데. 갑자기 왜 없어졌지?"
"모르지 뭐. 나도 몇 번 가보고는 다시는 안 가잖아."
"왜?"
"싸긴 한데 맛도 처음 같지 않고 불친절해서 가기 싫더라구. 음식점이 이렇게 많은데 요즘 맛없고 불친절하면 누가 가?"
조용하고 편하게 식사하고 싶은데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드는 식당도 있고, 주방장이랑 주인이 큰소리로 싸우는 식당도 있다. 더러 벌레나 머리카락이 나오기도 하고 돌을 씹기도 하지만, 철 수세미까지 3단 콤보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바퀴벌레 알보단 낫지 않냐고?
삼계탕 집 사장님은 솔직하고 친절하기나 했지.
지금까지 다녀본 식당 중에서 최악으로 손꼽자면, 바로 그 콩나물 국밥집이다. 3단 콤보보다 더 최악이었던 아줌마의 불친절과 무신경. 가격에 상관없이 식당이면 맛과 친절은 기본 아니던가.
그런데 진짜 승부는 디테일이다. 기업이 망하는 건 큰 부분이 아니라 디테일 때문이라고 하듯이, 작은 것들을 놓치기 시작하는 순간 큰 것을 잃는 건 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