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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Mar 28. 2020

Quarantine 첫 주

아직까진 괜찮아!

0322 SUN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토마토 계란 볶음을 해먹었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토마토를 올려서 익힌다. 불은 중간 정도로 두고 토마토가 단단하지만 익을 때 즈음에 토마토는 구석으로 몰고 미리 풀어둔 계란을 올린다. 스크램블 에그를 하는 것처럼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준다. 불을 끄고 잔열로 계란을 익히는게 포인트! 소금도 살짝 뿌려 간을 맞춘다.


토마토 케첩을 뿌리고 살라미도 한 장 곁들였다.

저녁 식사는 같은 기숙사에 있는 한국분들과 함께했다. 한 분은 샹그리아를 만들어 오시고, 다른 분은 샐러드와 감자 크로켓을 구워오고, 다른 분은 빵을 구워서. 우리집으로 모여서 파스타랑 쏘야를 만들었다.


한식 자격증이 있는 분이 계셔서 나는 옆에서 조용히 칼질만 했다. 야채를 썰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뚝딱.


요리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0323 MON

어제 낮, 두 명의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저번주에 돌아갈 친구들은 다 간 줄 알았는데, 친했던 두 명이 떠나자 기분이 이상했다. 마음이 텅 빈, 공허한 느낌이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라서, 처음으로 밥솥을 꺼냈다. 같이 온 한국인 친구들보다도 밥솥은 먼저 샀는데 아직까지 나만 밥을 안 해먹었다.


원래부터 비빔밥을 해먹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냉장고를 뒤지다 오래 전에 사둔 버섯을 먹으려고, 야채를 먹기 위해 양파를 썰고, 색깔이 심심하니까 계란도 하나 얹고, 김을 뿌리면 모든게 맛있어지니까, 생김새는 비빔밥이니까 고추장까지 뿌려볼까? 해서 먹게 된 비빔밥.


내 야매 비빔밥은 나쁘지 않았다. 친구들이 보내준 응원 메세지를 읽으면서 밥을 먹었기 때문이었을까, 밥이 달았던 기억.


맛있게 밥을 먹고, 코코아를 한 잔 타먹었다. JACOBS의 카푸치노 앤 초코 with Milka. 정말 맛있다. 우유랑 먹으면 더 맛있을 듯. Milka가 유명한 초콜렛인줄 여기 와서 알았는데, Milka가 들어간 건 다 맛있다. 무조건이다.


친구랑 산책하고 돌아와서 먹은 저녁. 레시피는 친구가 알려줬다. 첫 굴소스를 사서 밥을 볶은 날.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파를 볶는다. 대파의 흰 부분은 단맛을 낸다. 파기름을 내고 계란을 넣는다. 스크램블 에그 만들 때처럼 볶는다. 다음으로 밥을 넣고, 굴소스를 한 수저 넣고 볶는다. 나는 위에 살라미도 추가했다.


굴소스 만만세.


대파는 영어로 spring-onion. 독일어로 Frühlingszwiebel 이다. 친구가 알려줬으니까 기억하려고 했는데, 단어가 길고 어렵다.


0324 TUE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에 일어나서 아침은 간단하게 요거트를 먹고, 점심을 차렸다.


어제 덜어둔 대파 계란 볶음밥을 다시 볶고, 소세지랑 당근을 삶았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사먹은 소세지인듯. 의외로 독일 와서 소세지랑 치즈를 못 먹었는데, 아 이 소세지는 정말로 천국의 맛이다. 짜지도 않고 부드럽고, 최상의 퀄리티 소세지가 이런걸까?


소세지 15분 정도, 당근은 물에 씻어서 10분 정도 삶았다. 소세지 말고 당근을 먼저 넣어서 삶았어야 했어. 사진은 토끼가 먹는 당근처럼 나왔네.


어제 느꼈던 작은 우울감을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계속 주입해야 한다. 내가 나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주기로 했다. 맛있고 신선한 음식으로.


뮌헨에서 먹은 과일들은 의외로 달지 않았다. 귤, 사과, 오렌지. 근데 이 청포도는 정말 달고 맛있다. 가격도 500g에 1.49유로였는데. 개인적으로 샤인머스켓보다도 맛있다.


비스켓이랑 Milka 초콜렛은 JACOBS 커피를 추천해준 언니가 사서 따라샀다. 앞으로 JACOBS언니가 사는거 따라사면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로젠하임에서 친구가 왔다. 다음주에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한식 등 짐이 너무 많아서 주고 가겠다고 캐리어까지 끌고 왔다. 이 친구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얘기가 많은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캐리어까지 끌고 온 친구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친구가 가져온 재료로 후딱 파스타를 만들었다.


물을 끓이고 마늘이랑 양파를 춉춉 자르면서 기다린다. 물이 끓으면 파스타면을 넣고 삶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넣는다. 팬에 양파, 파스타면, 토마토 소스를 넣고 면수를 조금 넣는다. 파스타면을 삶았던 물에 시금치 같은 저 초록 식물을 살짝 데치고 파스타 위에 올린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날이 오다니. 정말 큰 발전이다. 3월 초 처음 요리를 했을 때에는 결혼 생각이 없는 내가, 요리사랑 결혼하는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나인데. 혼자 살아도 못할 게 없는것 같다!


0325 WED

오트밀을 만들었다?


초코 그래놀라와 건과일 뮤즐리. 우유가 너무 많았던 걸까, 시리얼처럼 먹었다.

쉬는 시간에 크로아상을 구워 먹었다. 먹을까 말까 고민했던 크로아상. 사온지 일주일은 됐었기 때문이다.


뮌헨은 베이커리도 많지만, 마트 베이커리 코너가 가격은 저렴하고 퀄리티가 좋다. 그중에서도 저번주에는 크로아상에 빠졌었는데, 초코 크로아상도 맛있고 베이직 크로아상도 맛있다. 욕심 부리는 바람에 너무 많이 사둬서 이번주까지 먹어야했다.


앞으로 빵도 그렇고 모든 재료는 필요할 때마다 사 먹기!

김치 볶음밥 같이 생겼지만, UNCLES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멕시칸식 즉석밥이다. 밥은 먹어야겠고, 귀찮아서 데운 즉석밥. 꽤 괜찮은 것 같다. 나처럼 2인분 양을 한 끼에 다 먹지만 않는다면.


깻잎이랑도 먹어보고, 김가루 뿌려서도 먹어봤는데, 계란 후라이랑 제일 잘 어울린다.

디저트는 엄마가 먹어보라고 추천해준 슈크림! 가격이 엄청 저렴하다. 20개 들어있는데 1유로도 안했던 것 같다.


얼려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는데 별로 맛이 없었다. 그냥 차갑게 먹는게 더 맛있다. 크림도 빵빵하게 들어있어서 친구들이 놀러올 때 얘기하면서 디저트로 먹기에 딱 좋은것 같다.

저녁에는 JACOBS언니랑,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분들과 식사했다. 네 명이서 1.2KG 삼겹살을 구워먹고 비빔냉면까지 호로록.


뒤에 보이는 쌈은 마트에서 사왔는데, 씻으려고 꺼내는데 흙뿌리까지 같이 들어있어서 엄청 놀랐다. 쌈을 키우라고 그렇게 파는건 아닐텐데, 웃겼다. 뽑아서 팔기 귀찮아서 흙 채로 파는 것일지?

후식으로 벤앤제리 아이스크림!


한국에서도 출시되자마자 먹었었는데,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근데 여기서 먹은 이 맛은 얼마나 맛있던지! 아주 고급스러운 베스킨라벤스 같아!


수요일은 정말로 식신이 들린것 마냥 끊임없이 먹었다. 공허해서 먹는다는게 이런걸까?


0326 THU

아침은 간단하게 요거트 뮤즐리.


'에데카'라는 마트 자체 상품 요거트는 의외로 양이 많다. 하나를 볼에 넣고, 초코 그래놀라, 건과일 뮤즐리, 아몬드, 청포도를 넣는다. 건강하고 든든해.


내일 아침은 꿀도 넣어 먹어봐야지.

만들기 너무 간단하지만, 영양가는 풍부하고 맛도 일품인 토마토 계란 볶음.


사실 이 메뉴는 JACOBS언니가 알려준 레시피이다. 다음에는 토마토랑 계란이랑 같이 섞으면서 저어봐야지.


역시, 당근을 먼저 넣고 끓이다가 칼집 낸 소세지를 넣어서 삶으니까 알맞게 익었다.

저녁은 크림 파스타.


요리를 잘하는 홍콩 친구가 크림 파스타를 먹는다길래 나도 곧바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았는데, 절대 아니었다. 많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절반을 먹어버림.


크림 파스타는 치트키를 사용했다. 크림 파스타 가루 소스!


파스타 면을 삶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넣는다. 중간에 베이컨도 넣어서 기름을 내고 곧이어 양파를 올린다. 파스타 면이 익으면 팬에 넣고 파스타 가루 소스를 넣는다. 면수를 약간 넣어서 섞어주면 끝!


곁들인 곡물빵은 홀 그레인이다. 먹으면 건강하고 든든하다. 맛은, 보이는 그대로 건강한 맛.


0327 FRI

시험 보는 날. 공식 German course가 끝났다.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나갈 수가 없어서 다음주부터는 private German course를 듣기로 했다.


시험 보고 German course 엔딩 세레모니 보고 후다닥 만들어 먹은 점심.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햇반을 물에 끓였다. 15분 정도 끊여서 다 익었겠지 했는데, 윗부분이 완전 설익었다.


기름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 같아서 베이컨 기름을 이용하기로! 팬에 베이컨을 잘라 넣고, 계란을 넣는다. 바로 밥을 올려서 다같이 볶는다. 밍밍한 것 같아서 진간장을 살짝 넣었다. 그래도 밍밍한 것 같아서 김가루를 뿌렸다. 여기까지만 했어야 하는데. 더 자극적으로 먹고 싶어서 고추장을 넣었다. 고추장 맛 밖에 나지 않았다.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분이 샹그리아를 만든다고 해서 놀러 갔다. 나는 오렌지를 깠지.


샹그리아도 별로 어렵지 않다. 레드와인에 사이다를 조금 넣는다. 과일은 사과, 오렌지, 키위를 넣었는데, 자두도 넣어도 된다고 했다. 대신 사과는 껍질을 깎아야 하고, 오렌지는 과육만 남기고 투명한 껍질까지 다 벗겨야 한다. 와인이 잘 흡수되어야 하기 때문!


과일까지 넣고, 조금 달게 먹기 위해 망고 주스를 살짝 넣었다.


4시간에서 하룻밤 정도 숙성시키면 샹그리아 완성! 숙성하기 전에도 맛있었는데, 하룻밤 숙성시킨 샹그리아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마스크 끼고 산책 나갔다가 들어와서 만든 비빔국수. 이것도 로젠하임에서 온 친구가 들고 온 것이다.


저번에 한국분들이랑 식사할때 비빔국수가 너무 매웠어서 이번에는 계란 후라이를 올렸다.


어제 오이를 얻었는데, 오이도 넣어 먹을껄. 먹고나서 생각이 났다.


이 기숙사가 좋은 점 중에 하나는 푸드 셰어링이 활발하다. 기숙사 내에 에데카라는 마트가 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과일, 야채 등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상태가 최상은 아니지만, 잘 고르면 꽤 먹을만하다. 나는 어제 오이랑 토마토를 가져왔지.


같이 오프라인 German course를 수강한 이스라엘 친구가 양성 판정이 났다고 했다. 이 친구는 제일 먼저 집으로 돌아가긴 했는데 우리랑 같이 수업을 들어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상태는 괜찮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걱정이 된다. 친구도 걱정되고 나도 걱정된다. 친구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고, 나를 더 잘 챙겨야겠다.


자기 전에 생강 레몬차를 마셨다.


0328 SAT

아침마다 먹는 뮤즐리가 너무 맛있어서 이거 먹을 생각으로 침대에서 겨우겨우 나온다.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트에서 바게트만 사온다는게 스테이크도 사고, 초코칩 쿠키도 사고, 이것저것 사게 되었다. 독일은 일요일에 마트 문을 안 연다. 성당에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날에 쟁여놔야 한다.


독일은 인구의 60%가 개신교와 구교이다. 종교 유무에 따라 세금을 내는데, 종교가 있다고 관청에 보고하면 세금을 내는 대신 각종 혜택을 받는다. 성당 안에서 결혼을 하려면 이 세금을 내야한다.


젊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독실한 정도가 천차만별인 것 같긴한데,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아주 독실한 것 같다. 독일에서 도움을 받거나 기분 좋은 대우를 받는다면, 일요일인지 날짜를 한 번 보자.


바게트 대신 치아바타 빵을 발견해서 바로 집었다. 역시나 결과는 성공적!


치아바타를 반으로 가르고, 치즈, 오이, 토마토, 살라미, 양배추 샐러드 순으로 올린다. 여기에 홀 그레인 머스타드를 넣는다면 더욱 맛있겠지만, 혼자 사는 나에게는 약간의 사치인 것 같다. 물론 먹고 난 후 지금은 홀 그레인 머스타드를 본다면 바로 살 것 같긴하다. 신선하고 맛있고,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 맛이다!


홀 그레인 머스타드까지 사서 먹을만한 것 같다.

저녁은 토마토 파스타.


우선, 파스타면을 삶는다. 나는 너무 많이 삶아서 덜 구불거렸다. 파스타가 삶아지는 동안 어떤 야채를 넣을지 생각한다. 나는 버섯, 양파, 마늘 많이, 시금치 잎사귀, 베이컨을 넣었다. 토마토도 함께 굽기로 했다. 다음에는 토마토를 삶아 먹어봐야지.


기름이 많은 베이컨을 먼저 넣고 나머지 재료를 넣고 볶는다. 파스타면이 익으면, 면수를 약간 남기고 물을 버린다. 야채가 익으면 파스타면과 면수, 파스타 가루를 넣는다. 면수가 날라간 정도가 되면 먹어도 된다!


뒤에 샹그리아는 같은 기숙사 한국분이 갖다주셨다. 함께 마실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직접 배달해주셨다. 반은 파스타랑, 반은 지금 마시고 있다. 너무 달고 맛있어!


나는 맥주보다 와인이 더 좋다. 아니, 샹그리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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