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strong positive mental attitude will create more miracles than any wonder drug. )
패트리샤 닐 (Patricia Neal)
#
"야호! 병원 오면 너무 좋아"
이비인후과 교수님이 코 속에 가위를 넣어 잘라가며 왕코딱지를 5개나 빼주셨어요.
매일 코에 식염수를 한두 시간 간격으로 뿌리지만 끊임없이 생기는 코딱지와 전쟁 중이거든요. 발생 빈도와 크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특히 처음에는 콧구멍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코딱지를 잡아 뺐는데, 끌려 나온 녀석의 크기를 보고 기절할 뻔했어요.
물론, 교수님이 "‘코를 통한 뇌내시경 수술’을 하면서, 코 속 구조물과 조직을 거의 다 제거했기 때문에, 빈 공간이 아주 넓어져서 코로 들어오는 공기가 예전보다 20배는 더 많아질 것이고, 자연히 코딱지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알려주셨지만, 그 크기가 손가락 두 마디 보다도 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아무튼 저는 이제, 알라딘 요술램프의 작은 구멍에서 솟아 나오는 커다란 덩치의 지니처럼, 저의 작은 콧구멍에서 이보다 5배는 큰 코딱지가 나오는 마법을 가진 남자가 되었습니다.
코가 '뻥' 뚫린 기념으로 아내와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습니다. 우리 둘 다 좋아하던 고수를 두 접시 추가 주문했죠. 그리고 사랑스럽게 얘기했어요.
"선물이야, 고수는 여보가 다 먹어."
후각신경을 잘라내고, 향을 맡을 수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고수의 매력도 사라지더라고요.
대신, 아내에게 줄 선물이 하나 더 생겼으니, 이건 기쁜 일이죠.
"오, 대박! 이 나이에 외모 '역주행'이라니."
집으로 돌아와서는 셀카로 찍은 사진을 보고 환호했습니다.
6개월 전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찍었던 사진과 오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거든요. 얼굴은 부어 펑퍼짐하고, 눈도 게슴츠레한 그때와 비교해 보니 지금이 월등히 잘생겨 보입니다.
중년의 나이에 점점 잘생겨지고 있는 아주 반가운 기현상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늘도 신나는 하루입니다.
#
이 모든 게 가수 정원영의 '원영적 사고' 덕분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원영적 사고'는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의 '초긍정적 사고방식'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장원영은 빵집에 줄을 서 있다가, 내 앞에서 빵이 다 팔려 아쉬울 법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갓 나온 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초긍정적으로 해석한다네요.
이는 '다시 대기해야 하지만 난 기다리는 걸 잘하니까 괜찮아'처럼, 억지로 긍정을 끌어내는 '정신 승리(정신만 승리한 가짜 승리)'와 달리, '봐, 내가 제일 따뜻한 빵을 받았잖아'처럼 부정적인 상황이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진짜 승리'에 이르게 한다는 측면에서 다르답니다.
암 진단 초기, 삶이 허무했고 부정적인 감정이 저를 지배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둠으로 빠져드는 생각을 밝은 세상으로 되돌리는 건 쉽지 않았어요.
'원영적 사고'를 알고 난 후에 깨달았어요. 그냥 '긍정' 정도가 아니라, '초긍정'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좋은 걸 배웠기에, 실천해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날입니다.
병원에서부터 쌀국수를 먹고 집에 와 셀카를 찍을 때까지, 초긍정으로 살아보았습니다.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요?
내가 기분이 좋으니 됐지요. 그게 '진짜 승리'잖아요.
#
젊은 층 사이에서 쓰는 ‘쉽살재빙’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룹 거북이가 부른 노래 ‘빙고’의 후렴구 “♬♬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를 줄인 말이라네요.
어렵고 힘들일이 생길 때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 내기 위해 이런 용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칭찬할만한 초긍정의 자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