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존재
-맹꽁아, 제발 좀 쉬면 안 되겠니?
깊은 밤, 나는 조용히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순간부터 깨어나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고, 웅덩이가 생기자
작고 울퉁불퉁한 존재들이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
그 작은 생명은 밤을 찢을 듯 울어댔다.
나는 그 소리에 자꾸만 깨고,
결국, 참다못해 맥주 한 캔.
밤새 장맛비가 퍼붓더니,
이젠 웅덩이에 고인 물이
한여름 생명들의 무대가 되었다.
첫울음은 '맹~',
그다음 울음은 ‘꽁~’
짧지만 묵직하게, 귓속을 울렸다.
처음엔 황소개구리인 줄 알았다.
이게 무슨 괴성인가 싶었으니까.
새벽 두 시, 세 시, 다섯 시.
나는 그 울음에 몇 번이고 깼다.
짜증, 피로, 당황… 그리고 결국엔 웃음.
급기야 휴대폰으로 ‘개구리울음소리’를 검색했다.
알고 보니 맹꽁이, 두꺼비, 청개구리...
소리가 모두 다양했다.
그중에 맹꽁이가 이 소리의 주범이었다.
맹꽁이는 맹~꽁~, 두꺼비는 웅~웅~, 청개구리는 개~굴~.
어떻게 이런 입체 사운드를
이렇게 작은 존재들이 만들어내는지 놀라웠다.
그 작은 몸에서
이토록 큰 울림이 터져 나온다는 게.
어쩌면 나보다 훨씬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낼 줄 아는 존재들 인지도.
나는 속으로 부러워하면서도,
솔직히 뜰채 하나 들고
멀리멀리 보내버리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고 꾹 참았다.
이미 이 동네는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개구리 합창단의 성지가 되어버렸으니.
시간이 흐르며,
그들의 울음이 차츰 귀에 익고
조금은 친숙한 배경음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비는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보슬보슬 내리고 있다.
문을 열자
비 냄새가 확 퍼지고,
웅덩이 위로 작은 잎사귀들이 떨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웃집에서 이삿짐을 내리는 소리까지 더해졌다.
철커덕철커덕, 쿵, 쾅!
“아니, 이 난장판은 또 뭐람…”
잠은 깨고, 개구리는 울고,
비는 내리고, 짐은 오가고,
이미 하루가 다 지나간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른 아침은 요란하게 찾아왔다.
나는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에 기대었다.
울어대는 개구리,
빗소리,
이삿짐 소리,
그리고 내 마음속의 한 구석도
같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에필로그
맹꽁아,
좀 쉬면 안 되겠니?
하지만 또 생각한다.
저토록 우렁차게 울 수 있는 건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것.
어쩌면 이 모든 소란은
살아있다는 증거 아닐까.
나는 조용히 그 사실에 고개를 끄덕인다.
여름의 한가운데,
이 난장판 같은 하루의 시작이
의외로 나를 살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