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두리e Mar 31. 2024

목표 따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

아이들은 마음만 먹습니다

" 쌤!! 학교 쉬는 시간에 수학 문제 풀고 있으니깐 친구들이 한 마디씩 해요. 너도 공부하냐고"

고등학교 2학년 K는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신나서 이야기한다.

" 그래? 학교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줄 할고 대단한 발전인데"  

그러나, 며칠 뒤,

"쌤, 있잖아요" 있잖아요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긴장된다.

" 제가 어제는 몸도 피곤하고, 엄마랑 말싸움도 하고 해서 과제를 못 했어요  "

마음먹은 것이 3일을 못 간다.

" 이제 진짜 똑바로 할게요. 다시 마음먹었어요 "

K는 중학교 때 수학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고, 고등학교에 와서 많아진 양의 공부를 하려니 습관이 안 잡힌다. 늘 마음만 먹는다.




습관 형성은 사실 힘이 든다.

새해가 밝아오면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심삼일이 되고 실천력이 떨어지는 자신을 한탄한다. 우리 아이들은 더 심각하다. 한껏 덜 성숙한 전두엽의 영향도 있을 터이다.  

목표 따위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려!!

목표를 잡아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기보다 매일의 습관이 더 중요하다. 핸드폰을 하루에 1시간씩 적게 본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개념서를 본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형성하고 삶이 조금씩 변화된다면 그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다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내 안에 나를 긍정하는 마음이 커지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커지면서 스스로를 신뢰하게 만들어 준다.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책에서 특수 시계를 사용하여 의지력을 담당하는 인간의 뇌 부분을 강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피시험자에게 과제를 주고,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사례금을 지급한다. 바로바로 보상을 주니 피시험자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고 뇌 영역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다음 단계에서는 피시험자가 스스로 동기부여방법을 찾아야 했다. "넌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외치는 식의 방법 말이다. 이 과제를 마치면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모습을 상상하고 자신을 다독이며 피시험자들은 실험에 임했다. 연구팀은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피시험자들의 뇌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용돈은 먹혔지만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방법은 실패했던 것이다.

'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보다 용돈이 더 효과적이다.

물론 일시적이지만 용돈을 받는 바로바로 보상은 도파민이 나와서 좀 더 흥분되게 만든다. 하지만 도파민이라는 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좀 더 쎈 자극을 점점 원할 수도 있다. 기대감이 주는 스릴은 영원하지 않다.




이 실험은 환경과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 스스로의 끈기와 의지력만을 탓하며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두 실험 모두 결과적으로 지속성을 끄집어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잔소리만 하고 뒷짐 지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의 힘으로 도와준다면, '함께'의 힘이 사라지더라도 긍정의 경험으로 돌아갈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습관 형성 프로젝트를 실시했었다. 개념서의 문제를 하루에 3개씩 풀어 인증하거나  계획표를 검사하기도 했다. 백 퍼센트의 아이들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두 명이라도 바뀌어 준다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겨울방학은 일 년 중 제일 힘든 시기이다. A는 개념암기를 잘하지 않는다. 일주일 5번 수업을 받고, 개념체크를 받으러 오기도 한다. B는 고2 이과분야 아이들은 일 년간 배워야 하는 수학 과목이 4개이다.

 미리 방학 동안  앞서 공부해놓지 않으면 학기 중 어려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일주일 다섯 번 수업, 많은 과제 분량을 감당하며 학원 문을 두드린다.

겨울 방학의 의미는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어떻게 이런 루틴을 감당하고 있을까?

목표가 있어서?  도대체 무슨 목표? 나는 여러 해 가르쳐 봤으니 어떤 것이 준비되어야 하는지 알고 하는 거라지만 이 아이들은 그냥 막연한 목표이지 않을까.  


아이들은 그냥 한다.

하루의 루틴대로, 짜인 시스템대로,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이면 된다.

목표 따위 없다. 목표 따위 쓰레기통에 던져버려라.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를 맞아 블로그 서평을 열심히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숱하게 세우지만 목표는 어쩌면 쓸데없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목표대로 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화려한 블로그를 기웃거리고 부러워하고 그런 사람들은 흉내 내려고 한다. 바짓가랑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번아웃이 오고 낙담이 찾아오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순간을 반복한다. 그저 내 속도대로 정해진 루틴을 반복하며 나아간다면 자연스레 목표 근처에라도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 글도 마찬가지다. 내게 루틴을 주기 위해 연재를 덜컥 선택해 버린 것도 그런 이유다.


아이들에게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을 하나라도 칭찬해야겠다. 목표는 여기까지인데, 좀 더해야 된다, 아직 멀었다, 벌써 지치면 안 된다, 네 꿈을 위해 더 해야지, 사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까.

나의 가치를 알아가는 일은 평생의 일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해 왔던 날들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 주자. 어제보다 진짜 진짜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내 응원하자. 매일의 습관을 잘 형성한다면 어느새, 아이들은 음악 하는 사람, 독서가, 매 순간 리더인 사람, 글 쓰는 사람, 탐구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전 07화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언제 홍시가 될까?(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