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관찰하다 보면 거짓말의 정황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뇌가 미성숙 단계라 앞뒤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과제를 학교에 두고 왔다, 손등이 아파서 과제를 못했다 등 거짓말의 의혹이 생기면 아이 엄마에게 물어서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정황만으로 예측하면 아이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도 있다.
둘째, 아이와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한다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뭐지? 왜 이렇게 잘 풀어? 네가 푼 거 맞아? 베낀 거 아니야?"라고 질문해서 한 번도 "yes"라고 답변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물었을 경우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은 "친구가 풀어줬어요" 일 가능성이 크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답지를 베낀다는 의혹이 들어서 고민을 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네가 한 과제를 봤는데 네가 풀 수 없을 만한 문제를 풀어놓았더라고. 선생님이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너를 계속 의심하는 것이 더 싫다는 생각에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거야." 이 문자를 받은 아이는 답지를 베꼈다는 사실을 고백했고 잘못했다는 말을 전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 어떻게 답지를 베낄 수 있냐는 말보다 거짓말하는 모습을 봤을 때 나의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셋째, 아이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들어보아야 한다.
미루어놓다 과제를 할 시간이 없었는데 미안해서, 혹은 야단맞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 건지,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둘째 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수학이 항상 자기를 힘들게 해서 수학 공부가 하기 싫었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문제는 더 어려워지고 풀이는 암흑 속 같았다고 한다. 수학은 점점 하기 싫어지고 안 풀리니 자존감은 내려가고 그런데 엄마는(아들의 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수학선생님은 나였다) 계속 지적을 하고 급기야 답지를 베낀 것이다.
잘 풀어놓았다고 생각한 나는 그날따라 칭찬을 했고 칭찬받은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음에도 답지를 참고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고 대화를 거치면서 아들 녀석의 수학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둘은 어쩌면 서로 다른 수학 뇌구조를 가진 화성에서 온 엄마 선생님과 금성에서 온 학생 아들이었던 것이다. 아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수학은 약하더라도 자신만의 강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약점을 이기기 위해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켜 무너진 아이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싶었다.
나의 배신감은 뒤로 하고 아들의 이야기를 눈과 귀에 담았다.
넷째, 아이와 함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아들과는 답지를 보고 싶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에 핸드폰을 반납하기로 했다. 거짓말에 대해 계속 야단을 치면 아이는 빠져나갈 구멍만 생각하고 이 상황만 모면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들통이 나더라도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보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다음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단순하게 잘못했다는 말만을 듣기를 바라는가? 그렇지 않다면 아이가 뉘우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행동 교정을 원하는가?
우리, 어른이 아이의 거짓말에 민감한 것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인간관계를 대하는 방식,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거짓이 통한다는 잘못된 마음을 심어 줄 수도 있다.
에릭슨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정체성과 의미를 찾는 시기라고 한다. 여러 위기와 변화가 많은 시기이지만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약점도 이해받은 경험을 통해 자아 존중감을 높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우리의 울타리를 벗어날 때가 온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마음껏 발도장을 찍으며 날아갈 날이 온다. 달이 해마다 4센티미터씩 지구에서 멀어지듯이 내 귀한 달들도 지구를 떠나 결국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할 때 박수 치며 보낼 수 있도록 마음껏 울타리 안에서 자라나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떫은 감을 지나 잘 익은 홍시가 되기를 고대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어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