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두리e Feb 21. 2024

변화 : 잠시멈춤

몸은 잠시멈춤을 속삭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왼쪽 이마 옆으로 묵직하게 짓누르는, 미세하지만 기분 나쁜 통증이 느껴진다. 이 두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제 내가 무엇을 먹고 잤더라? 과거를 헤집다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몸을 다시 웅크렸다. 흰색 레이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두통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것 같다.


남편이 먹다 남은 초코칩 다섯 조각이 눈에 띈 것은 전날 밤 10시였다. 초코칩은 사랑이다. 그것을 본 순간 손은 자연적으로 뻗어갔고 '다섯 조각 먹는다고 큰일이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입에 집어넣었다. 초코칩은 입안에서 달콤함을 분사했고 다섯 조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초코칩이 이 두통의 원인인 것이 분명하다. 자기 전에 먹은 그 달콤함은 밤새 소화되지 않고 도사리고 앉아 내 위장 속에서 음침한 기운을 퍼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4개월 전부터 음식물만 삼켰다 하면 식도 끝 명치에서 딱 걸리는 느낌이었고 위는 더 이상 음식물을 내려보내려는 그 흔한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위란 녀석을 운동 시켜보겠다고 노력해 보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허사였다. 위 운동장애, 즉 담적병은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위장에서 미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에서 발생된 독소가 위장 외벽에 쌓여 단단히 굳어진 담적이 유발하는 질환으로 만성 소화불량, 목에 이물감, 명치 통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메스꺼움과 구토가 일어났다. 소화에 관련된 그 어떤 처방에도 꼼짝하지 않고 그냥 시간이 약이다. 그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쑤시는 두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견뎌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갑자기 치솟아 얼마 전부터 콜레스테롤 약까지 복용하게 되었다.


​완경 후 갑자기 찾아온 신체의 변화는 자괴감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손에 잡기에도 작은 콜레스테롤 약을 먹을까 말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이 약을 먹는 순간 몸 건강에 있어서 패배자가 된 것만 같았다.


신체의 변화는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아들들이 집을 떠난 후로 배달음식과 늦은 야식,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대충 먹기, 건강에 대한 과신과 스트레스, 어떻게 몸이 견뎌낼 수 있었겠는가. 갱년기와 맞물리며 몸속 염증과 독소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오십하고도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지인들은 여러 갱년기 증상에 시달린다. 불면증과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은 기본이고 말초 신경병, 섬유 근육통, 관절 아픔, 간혹 보이는 암은 우리를 더한 감정적 우울로 보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나고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고 혹자는 말할지 모르지만, 마치 살아온 인생을 한 번쯤 돌아보라고, 몸은 우리에게 '잠시 멈춤'을 속삭이는 것 같다. 또 다른 인생의 변곡점에서 마주하는 육신의 고통을 너는 어떻게 대처할 거냐고 조용히 묻는 것 같았다.


나조차 통제할 수 없는 내 몸의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몸이 아프면 마음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야 했다. 몸을 돌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식습관부터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야채와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 튀김이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줄이며 밀가루를 끊기 위해 노력했다. 염증 예방을 위해 느릅나무 달인 물을 물처럼 복용하고 해독 주스도 먹기 시작했다. 식단의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거나 될 수 있는 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했다. 어쩌다 늦은 밤, 초코칩의 유혹에 넘어간 다음 날은 고통으로 물드는 치명적인 하루가 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면 가급적 좋은 생각을 해서 극복하고, 마음이 울적할 때는 건강한 몸이 떨쳐버려 준다면 좋겠다. 브레인과 바디의 조화라면 몸의 변곡점을 잘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