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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9. 2022

나는 키 큰 나무입니다

이육사 : 교목(喬木)

교목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A Tall Tree

        by Lee, Yook-sa


Almost touching the blue sky,

Burnt by ages and standing firm, 

Never ever make flowers in spring. 


Wielding an old cobweb,

Excited alone in endless dream,

Your mind never knows repentance. 


When the dark shadow is lonely,

It finally sinks down deep in the lake

And never be shaken by the wind.   


큰 나무는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합니다. 세월에 아랑곳하지 않고 굳게 서서 두 팔을 벌립니다. 봄이 됐다 해서 굳이 꽃을 피울 이유는 없습니다.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굳건하니까요. 여기저기 달라붙은 거미집 정도는 툭툭 털어내고 끝없이 꿈꾸며 버텨냅니다. 지난 세월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결코. 가끔 길게 늘어선 그림자에 외로워질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고요한 호수 물에 몸을 담그면 거칠게 다가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겠죠. 나는 키 큰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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