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이성복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미지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A River
Lee, Sung-bok
If life is what remains after abandoning so much,
Where shall we die?
If hope is what is never exhausted after such a flow,
When shall we be driven to despair?
The gloomy day when the sun and the moon hide themselves,
I stand on the deserted riverside
And see a small piece of strawboard floating on the wave,
Rubbing its sick belly at the center of the unknown.
(Translated by Choi)
삶은 모든 것을 소모시킨 후에도 남는다. 빈 거죽만을 덮어쓰고 있어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몽테뉴의 말처럼 생의 목적지는 죽음이지만, 그 미지의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마음속의 희망도 그러하다. 수많은 아픔과 번민을 겪어도 여전히 희망과 기대의 끈을 버리지 못한다. 그렇듯 삶과 희망은 강물처럼 끝 모르게 흐른다. 분명 끝이 있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그 끝이 어딘지 알지 못한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삶의 조각, 희망의 조각 하나가 강 물결에 실려 떠간다. 춤추듯, 아파하듯 오르내린다. 가끔 햇빛에 반짝이다가 넘실대는 물살에 흠뻑 젖기도 한다. 그렇게 흐른다. 알 수 없는 것, 하지만 반드시 올 것에 온몸을 비비며 요동친다. 그리곤 마침내 익사한다.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