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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체험기

by 최용훈

뜨거운 것만 고집하다가

투명한 고체가 떠오르는 검은색의 액체를

좁아진 목 줄기에 쏟아붓는다

식도가 마비되고 내 몸 어딘가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떠다닌다

목덜미가 차가워지더니 달고 찬 그것이

이윽고 머리 위로 솟구쳐

주변의 소음이 아득하다

뜨거운 것이 띄어놓은 거품이

작은 물방울로 변하여 벽에 붙었다

어느새 말개진 유리잔에

손가락이 쩍 달라붙는다

아-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오자

차가운 것이 절 부르는 줄

슬그머니 목구멍으로 스며든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찬바람과 섞이니

이곳이 남극인가

화석으로 변한 매머드들이 살아난 듯

여기저기 바닥에 흐른 끈적한 그것들에

발바닥이 들러붙는다

아- 마침내 창가에 자리가 비고

유리창 저쪽으로 데워진 호수가

비릿한 물 냄새를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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