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만 고집하다가
투명한 고체가 떠오르는 검은색의 액체를
좁아진 목 줄기에 쏟아붓는다
식도가 마비되고 내 몸 어딘가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떠다닌다
목덜미가 차가워지더니 달고 찬 그것이
이윽고 머리 위로 솟구쳐
주변의 소음이 아득하다
뜨거운 것이 띄어놓은 거품이
작은 물방울로 변하여 벽에 붙었다
어느새 말개진 유리잔에
손가락이 쩍 달라붙는다
아-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오자
차가운 것이 절 부르는 줄
슬그머니 목구멍으로 스며든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찬바람과 섞이니
이곳이 남극인가
화석으로 변한 매머드들이 살아난 듯
여기저기 바닥에 흐른 끈적한 그것들에
발바닥이 들러붙는다
아- 마침내 창가에 자리가 비고
유리창 저쪽으로 데워진 호수가
비릿한 물 냄새를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