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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잊지 않았어요

고엽 : 자크 프레베르

by 최용훈

고엽(枯葉)

자크 프레베르(1900~1977)


오, 당신이 기억해주면 좋겠소

우리가 함께 한 행복했던 날들을

그때의 삶은 너무도 아름답지 않았소?

태양은 오늘보다 더 강렬하게 타올랐지


삽으로 낙엽들을 끌어 모았소

봐요, 난 아직 잊지 않았지요

우리의 젖은 키스 주변에 흩어진 낙엽들을,

그리고 우리의 추억과 후회도.


북풍이 불어와 그것들을 쓸어갔소

그 차가운 망각의 밤으로...

알잖소, 난 아직 잊지 않았소

날 위해 불러주던 당신의 노래를


그 노래는 당신과 나를 많이 닮았소

나를 사랑한 당신 그리고 당신을 사랑한 나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우리 두 사람은 모든 것을 함께 했었소


하지만 인생은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는군

조용히, 흔적도 없이

마치 모래 위에 남겨진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우는 바다처럼


낙엽을 삽으로 끌어 모았소.

추억도 후회도.

하지만 조용하고 진실한 나의 사랑은

미소 지으며 항상 우리의 삶에 감사드렸소


오,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은 얼마나 예뻤는지!

어떻게 내가 당신을 잊을 수 있겠소?

그때의 삶은 그토록 아름다웠고

지금보다 태양은 더욱 뜨거웠소


당신은 나의 하나뿐인 사랑이었지

한 순간도 후회는 없소

당신이 불러준 노래가

언제나 내 귓전에 울리니까!


Dead Leaves

Jacques Prevert


Oh, I’d like so much that you might remember

those happy days when we were friends…

Wasn’t life back then so beautiful?

And didn’t the sun burn more strong than today?

Dead leaves now gather themselves into the shovel

– don’t you see, I haven’t forgotten!

Dead leaves gather all around our wet kisses

– yes, memories and regrets as well.

And the north wind carries them off

into the cold night of oblivion…

You know: I haven’t forgotten

that song you used to sing for me.


It’s a song that’s a lot like you and me

– you who loved me, and I who loved you.

And we were living – the two of us – together

– you loving me, and I you.

But this life separates those who love,

softly, with not a hint of noise

– just as the sea erases the footprints

of lovers divided.


Dead leaves now gather themselves into the shovel

– mementos and remorse as well.

But my love, quiet and true,

smiles, always, and gives thanks to this life.


Oh, how I loved you! And you were so pretty!

How can you wish that I should forget you?

Life back then was so beautiful,

and the sun scorched – much more than today.


You were my only, my sweetest girl

– and I have no time for regrets.

And that song you used to sing for me,

well – always it’s ringing in my ears!


‘고엽’은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샹송 중의 하나이다. 이브 몽땅의 부드럽고 몽환적인 목소리는 가을의 쓸쓸함에 더해 지나간 날들, 함께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이 노래의 가사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자크 프레베르의 시였다. 그의 시들은 프랑스어권 국가들에서 즐겨 애송되었고,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영화사에서 ‘시적 사실주의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고엽’은 프레베르의 시에 헝가리 출신 프랑스 작곡가 조제프 코스마가 선율을 붙여 만든 발레곡이었다. 가을의 서늘함 속에서 아름다운 시와 선율이 가버린 사랑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위의 한글 번역은 프레베르 시의 영역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https://youtu.be/cZ4uMn1MZ5k?si=LXsCfcuWnTrCeI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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