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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지 않는 사랑

기다림 : 모윤숙

by 최용훈

기다림

모윤숙(1909~1990)


천년을 한 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다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이 꽃피듯 피오면

그대는 저 오월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초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 나이까?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Waiting

Mo, Yoon-sook


Threading the beads of one thousand years on a string,

I will make it connected with the way you come along.

When chocked up by my long and deep longing,

I will never let full-blown roses fall on your way

And the moon light be shaded on your way to me.


Like people in a distant land,

Why can’t you hear the dialects in my mind?

While my longing blooms like a flower,

Are you rowing to come over that May river?


When hidden love bursts out like a pomegranate,

Are you going to softly embrace it?

Even when you are here with me

Love turns its back on me

Wandering only on the branches of dream so far away?


기다림은 인내입니다. 천년을 하루 같이 버텨내는 것입니다. 기다림은 용서입니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장미를 피우는, 달빛에 소원을 비는 용서입니다. 기다림은 외침입니다. 강 건너 임을 향한 간절한 하소연입니다. 기다림은 사랑입니다. 당신에게 안기고픈 열정입니다. 기다림은 함께 있어도 돌아보지 않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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