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그 낭만의 겨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So, Don’t Go away, My Love
by Park, No-hae
My love.
If we have no winter,
How can we warmly embrace each other?
How can we be more intimate with each other?
Without cold trembling
How can a flower come out?
By virtue of what can it spread fragrance?
How can I wait for you with my frozen eyes open?
Without the blizzardy winter night
How can I guess those bitter minds shivering with cold?
How can I feel the blessing of a small room warming my frozen body?
How can one selfless hope grow out?
Ah, winter is coming,
Cold winter is coming,
Restless winter love is coming.
(Translated by Choi)
척박했던 70년대의 첫 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치며 분신으로 세상을 버린 노동자 전태일. 그리고 그로부터 열 세 해 뒤 박노해 시인은 시집, ‘노동의 새벽’을 발표합니다. 그는 산업화의 그늘에 가리어졌던 수많은 젊은 노동자들의 대변인이었죠. 그의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의 줄임말이었을 정도로 그는 80년대 노동 운동을 대표한 노동자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심은 낭만적이고 따뜻합니다. 추운 겨울에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갈 것을 두려워합니다. 겨울이 있기에 서로의 가슴을 내어주고 온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추위의 고통과 단련이 있기에 봄이 오면 꽃들이 향기를 뿜으며 피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겨울이 있기에 추위에 떠는 외로운 사람들의 아픔을 깨닫고, 따뜻함에 감사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저항의 시라는 편견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겨울은 올 것이고, 그 속에 흔들리는 사랑을 겪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 시에서 만큼은 그가 투쟁과 저항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사랑만을 기다리기를, 그 사랑의 간절함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노해 시인, 그는 이 겨울을 따뜻하게 달구는 모든 이의 친구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