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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08. 2021

두려워도 살아야 한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두려움에 직면한다. 사소한 것도 있지만 어떤 때는 견딜 수 없는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를 때도 있다. 그 두려움은 내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은행 빚을 져서 시작한 작은 가게가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장사가 되지 않을 때 자신만 의지하는 처자식을 바라보는 가장은 근심 걱정을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쥐꼬리 만 한 봉급으로 코딱지 만 한 연립주택 대출금을 붓고 있는 봉급쟁이는 상사가 실적을 따지며 노려보는 눈초리에 해고의 공포를 느낀다. 몸뚱이 하나로 택배라도 해서 이 어려운 시절을 근근이 살아가는 아빠는 어느 날 자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건강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다. 이리저리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 거대한 두려움 아래서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용기와 희망에 대한 무수히 많은 경구와 교훈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어둠의 터널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결코 어떤 위로와 격려도 실재하는 고통과 두려움을 가라앉혀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은 자신이 극복하고 자신이 이겨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절실히 느낄 뿐이다.     


어느 날 악마가 자신의 일을 그만두기로 하고 가지고 있던 모든 도구를 팔아버리기로 결정한다. 그의 도구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증오, 질투, 두려움, 기만 등 무시무시한 도구로 가득 찬 그의 작업실 구석에 아주 낡은 물건 하나가 놓여있었다. 사람들이 악마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악마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제일 비싼 거지.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니까. 다른 모든 수단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을 때, 이걸 이용하면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그들의 마음속에 내가 스며들 수 있어. 그건 ‘절망’이라는 물건이야. 아주 효율적이지. 사람들은 내게 그것이 있다는 걸 몰라. 그래서 그들에게 슬그머니 절망을 던져놓으면 그들은 희망을 잃고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과 주위의 세상을 비난하기 시작한단 말이야.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움을 겪고 문제를 안게 되지. 그럴 때 사람들을 절망하게만 하면 내 일은 멋지게 완수되는 거야.” 악마는 그렇게 얘기하며 득의만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어려움과 두려움은 자신만이 가장 잘 알고 있죠. 그리고 그것을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누군가가 그를 도와 일거에 그것을 해결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을 때, 결국 그 문제는 나 자신이 감당해야 하고 그것에는 엄청난 고통과 좌절과 수치가 수반될 뿐입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한 그것은 해결되어야 하고, 우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래서 악마의 결정적 도구인 절망에 만큼은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에서 손을 놓는 순간 악마의 웃음소리를 듣게 될 뿐이니까요. 그 악마는 실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만든 악몽에 빠집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말하세요. 차마 미안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절실히 도움을 요청하세요. 세상을 홀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그렇게 차갑고, 어두운 것만은 아닙니다. 한마디의 말이 당신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무심히 내민 작지만 따뜻한 손이 당신을 그 고통과 공포의 늪에서 조금은 끌어내어 숨 쉴 수 있게 할지도 모릅니다. 우선은 살아야 합니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거친 바람과 험한 길은 겪어내고 지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믿으세요.     


“내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됩니다. 외적인 기대, 자존심, 곤란한 상황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모든 것들이 죽음 앞에서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중요한 게 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미 당신은 발가벗은 상태예요. 당신의 마음을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없죠.” (스티브 잡스)   


배 멀미를 하는 사람은 차가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순간 갑판 위가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 알게 됩니다. 어떤 어려움이든 그보다 더욱 심한 곤경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부디 절망하지 마세요. 우리는 삶보다 어려운 죽음 앞에 선 사람들입니다. 사는 것이 쉽다면 신이 우리에게 죽음의 운명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세요. 더 큰 어려움을 생각하세요. 위기를 겪은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며 무엇을 생각할지 떠올려보세요. 삶은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곧 깨닫게 될 테니까.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자체입니다.” 당신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되뇌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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