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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07. 2021

시는 우리의 마음 속에 있죠

나태주, 집과 행복

      나태주(1945~  )     


얼마나 떠나기 싫었던가!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던가!    


낡은 옷과 낡은

신발이 기다리는 곳    


여기,

바로 여기.    


The House

        by Na, Tae-joo    


How much I hate to leave!

How much I love to return to!     


The place where worn-out clothes and 

Shoes are waiting for me.     


Here

Right here.         


행복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Happiness 

       by Na, Tae-joo    


Having a house

To return to in the evening    


Having someone in mind 

To think of in trouble     


Having a song 

To sing alone in loneliness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는 시를 ‘감정이 저절로 넘쳐흐르는 것’(A spontaneous overflow of feeling)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사실 시는 마음속에 생겨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저절로 시심(詩心)을 가지게 됩니다.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다시 말해 시는 우리의 마음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글로 표현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우리 집과 어머니 아버지를 그려본 것처럼, 우린 주변의 많은 것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적어본 적이 있는 것이지요. 그랬던 우리가 어느 날부터 마음속의 시를 애써 몰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추운 겨울 하늘이 유난히 푸르른 요즘 우리는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마저 아끼고 있는 것일까요. 요즘 같은 시절에 웬 시 타령이냐고 나무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노와 실망과 번민조차도 시가 됩니다. 우리의 마음이니까요. 반드시 소리 내어 외쳐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글로도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지요.    


나태주 시인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따뜻하죠. 감정의 지나친 분출 없이도 차분히 마음을 기울여 음미할 수 있는 시들을 쓰는 분입니다. ‘믿고 읽는’ 시인이라고 할까요? 요즘 너무 어두운 마음이 많아서 좀 밝게 살아보려고 고른 나 시인의 시 두 편입니다. ‘집과 행복’ 떼어놓을 수 없는 두 단어가 마치 하나의 노래처럼 어우러지지 않나요? 짧지만 너무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들입니다. 또 한 가지. 영어로 옮기기 좋은 우리 시들이 있어요. 그런 시들은 짧기만 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자신의 마음을 정확한 어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죠. 시인이 되려는 분들이 늘 염두에 두어야 할 포인트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표현법은 그런 의미에서 각별합니다. 시를 가르칠 때 교재로 삼고 싶은 시들입니다. 하지만 어법에 너무 몰입해 감정의 흐름을 놓쳐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T. S. 엘리엇이 워즈워스와 같은 낭만주의 시인들이 감정의 과다함을 좇아 이성을 놓치는 것을 ‘감수성의 분열’이라 불렀고, 시적 표현을 위해 ‘객관적 상관물’을 주장했지만 나는 그것이 시의 작법(作法) 상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시심을 갖고 세상을 느끼는 것, 그것이 시의 생명이고 영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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