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선물은 결코 값을 매길 수 없습니다. 진정한 우정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선물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한 선물은 주는 사람의 일부가 함께 전달되는 겁니다. 또한 받는 사람에 대한 생각, 그를 위해 찾고 선택하는 소중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심지어 의무감에서 하는 선물조차도 받는 사람에 대한 여러 가지의 고려 없이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선물은 마음입니다. 누군가에게 가기까지 여러 번 바뀌고 망설였을 마음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고르고 고른 그 마음이 선물입니다. 그 마음은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보석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낙엽 하나를 선물로 준다면
난 그 낙엽을
곱게 붙이는 노력을 해야 하리
누군가가 나에게
붓 하나를 선물로 준다면
난 그 붓으로
곱게 글 쓰는 노력을 해야 하리
누군가가 나에게
뜨거운 마음을 준다면
난 그 마음
가슴 깊이 간직해야 하리
(김옥진, 선물)
A Gift
by Kim, Ok-jin
If somebody gives me
A fallen leaf as a gift,
I will try to paste it
Beautifully.
If somebody gives me
A brush as a gift,
I will try to write with it
Beautifully.
If somebody gives me
A burning heart,
I will try to cherish it
Deep in my mind.
누군가의 선물은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선물한 나침반이 자신의 삶을 바꾸었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방향을 알려주는 그 나침반의 마력이 우주에 대한 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미국의 개신교 목사인 개리 채프만은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글에서 사랑을 전하는 언어로 ‘남을 인정하는 말,’ ‘함께 하는 시간,’ ‘봉사,’ ‘육체적 접촉’과 함께 ‘선물’을 이야기합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전하는 언어인 것이죠. 그것은 바로 당신을 생각하는 누군가의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선물은 사랑을 전하고 누군가를 변화시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일은 왜 그리 힘든지요. 그가 이 선물을 받고 좋아할까? 선물을 볼 때마다 날 떠올려 줄까? 이 선물이 그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 선물을 고르면서 떠올리는 누군가에 대한 생각은 사랑이고 배려이고 기대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행복입니다.
...............
거리로 나갔다. 시장 백화점
선물을 고르기 위해 다리가 휘청거리도록
종일 기웃거렸다
왜 선물이 그렇게 정해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내 마음을 나는 잘 알지
뭘 살까 생각하는 그 마음을 즐기기 위해
나는 오래 선물을 정하지 않고 행복해한 거야
선물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란 걸 선물을 사면서
나는 알았어.
이 행복한 마음
바로 네가 준 선물임을 그때 나는 알았어.
(신달자, 선물)
그래서 선물은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를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는 마음은 가냘픈 피리소리 같은 것이지요.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조용히 내리는 비, 춤추듯 흩날리는 눈조차도 언제든 피리 부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설렘 속에서 떠올리는 받는 사람의 환한 미소는 산들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같이, 멀리서 들리는 피리 소리처럼 귓전을 배회합니다.
내 너무 가난하여
그대에게 줄 것이 없네
헤진 마음 한 자락
곱게 다려 보내드리거니
아름다운 사람 만나
눈물 흘릴 일 있거든
접었던 마음 꺼내어
그대 손수건이 되었으면
(강인호, 선물)
A Gift
by Kang, In-ho
Being too poor,
I have nothing to give you.
I will send you
A frayed mind softly ironed
When you meet a beautiful man
And happen to cry,
I want you to put out my folded mind
As your handkerchief.
누군가에게 무엇을 간절히 주고 싶을 때, 그럼에도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할 때, 그 순간의 허한 가슴은 무엇으로 채울까요. 강인호 시인의 시는 너무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헤진 마음 곱게 다려’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그 아픔을 어떻게 할까요? 흘린 눈물 닦아주는 손수건 같은 마음이야 말로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선물일 것 같습니다.
우린 너무 오랫동안 많은 선물을 받고만 산 것은 아닐까요. 그 선물의 의미를 모른 채 그저 손에 든 선물에 신이 나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할 선물을 고민한 적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내게 선물을 준 사람들의 마음을 소중히 헤아려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누군가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곱게 다려 접은 마음을 전해준 사람들을 오래 기억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