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권력
권력
문정희
권력은 들짐승이다
사냥꾼들 몰이꾼들 몰려드는 것을 보라
쫓고 쫓다가 드디어 포획한 짐승을 둘러싸고
서로 입맛을 다시며
한판 벌이는 잔치를 보라
무슨 수로든 잡은 놈이 임자, 하지만
자칫 권력이 그를 삼킬 수도 있다
한 번도 권력을 포획해 본 적이 없으니
살코기 맛도 피 맛도 알 리 없지만
허공에 뿌리 쳐든 고목처럼 나자빠진
살찐 짐승 주위에서
끝없이 들려오는 고함과 주먹다짐을 본다
아나! 너도 한 점 먹어라
눈알을 팔다리를 나눠 먹다 보면
권력은 이내 두려운 괴물이 되고 만다
벌써 사방에 상한 냄새를 풍긴다
심장 없는 허장성세
허망의 희희낙락, 그 위에서
당신의 시도 나의 예술도 피고 진다
Power
by Moon, Jeong-hee
Power is a beast.
See those hunters and beaters,
Constantly chase and finally catch their game
And, licking their lips,
Have a cheerful feast.
Whoever catches it by any means is a sole owner
But, there is a fear of ‘the power’ swallowing him.
Never having seized the power
He never appreciates its taste.
But we can hear and see endless yells and blows
Around the fat game,
Knocked down like an old tree with its roots up in the air.
Here! Have a chop.
With its eyes and limbs devoured
The power soon becomes a terrifying monster.
That already gives off a bad smell around
On heartless blusters
And vain delights.
Your poems and my art also come and go.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도 있죠. 어떤 권력도 영속될 수 없음을 모르지 않아도 사람들은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그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리라 착각을 합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그것을 누리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 행사해보고 싶어 하죠. ‘어떻게 얻은 힘인데, 있을 때 즐겨야지.’ 그렇게 뇌까립니다. 아첨하고, 배신하고, 짓눌러서 얻은 권력은 그렇게 썩어갑니다. 이 나라가 해방 이후 겪어온 세월은 정치적 권력을 향한 아귀다툼에 다름이 없었습니다. 권력의 단 맛을 본 정치꾼들이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 주변을 배회하고, 권력에 기생해 소위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형성해 왔습니다. 정치적 승리를 위해 음모와 술수가 찬양되고, 중상과 모략이 미덕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토는 갈라지고 동족끼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었습니다. 우리의 슬픈 역사는 그렇게 이어져왔습니다.
산업화, 민주화가 더러운 정치적 이전투구의 명분이 되었고, 그 가운데 무력한 민중들의 아픔과 슬픔은 계속되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의 경제 강국 반열에 올랐고, 민주화는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온갖 비난을 일삼아도 과거처럼 체포되어 갇히고, 고문당해 버려지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이 민족은 아직 행복하지 못합니다. 권력을 향한 추한 싸움은 멈추지를 않고,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불신과 질시도 여전했습니다. 분단의 고통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보이지 않는 위협과 불안은 가중되었습니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일까요? 국민을 너와 내 편으로 가르고, 실재하지도 않는 이념의 잣대로 나누고, 서로를 향해 비난과 증오를 쏟아내게 하는 것이 정치라면 그런 정치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무정부주의는 극단적 폭력주의를 초래할 뿐이지만 진보니 보수니 하는 학문적 구분과 견주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 권력은 진정 괴물인 모양입니다. 부패하여 썩은 냄새를 풍기고, 그것을 사냥한 소수의 무리들에 의해 잔치판과 희희낙락의 놀이판으로 변해버린 이 상황을 그저 즐기고만 있으니 말입니다. 세 치 혀로, 알량한 논리로 혹세무민 하는 저 권력의 사냥꾼, 몰이꾼들은 백성을 위한다는 정치의 도(道)를 한 번이라도 생각한 적이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정치권력을 돌아보며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는데, 문득 권력은 위정자들만의 점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TV에 등장하는 이른바 ‘갑 질’의 행태 역시 부패한 권력의 한 단면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라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들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잘난 사람들은 돌이켜 깨달아야 합니다. 그들이 지금에 이른 그 지위와 재산과 명예는 어디서 온 것입니까? 그것이 다른 사람을 억누르고, 아프게 하고, 절망하게 할 어떤 특권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탐욕에 가득 차 ‘힘’을 추구하던 늙은이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제 늙어 걸음조차 지팡이에 의존하게 된 지금 당신들의 위세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었습니까? 그저 한 때 잘 나가던 기억만이 소중합니까? 당신들에게 아첨하던 무리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권력무상(權力無常)이라는 철학적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기억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당신들이 한때 누렸던 그 권력의 놀이판으로 지금의 세상이 이렇듯 왜곡되었음을. 그 책임을 통감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궤변으로 당신의 추억을 미화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솔직한 고백만이 지금도 권력의 주변을 배회하는, 알량한 힘으로 남을 누르려는 철없는 인간들에게 작은 경고라도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랑의 권력이 권력에 대한 사랑을 누르는 날, 세상은 평화를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