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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6. 2021

고슴도치의 선택

함께  살아야 합니다.

어느 해, 너무도 혹독한 겨울이었습니다. 이전에 없던 엄청난 추위로 많은 동물들이 죽어갔습니다. 그것은 고슴도치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상황을 깨달은 고슴도치들은 한데 모여 체온을 함께 나누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추위를 극복하려 했던 것이었죠. 그 방법은 추위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함께 모일수록 고슴도치의 가시가 바로 옆의 다른 고슴도치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고슴도치들은 서로 간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추위에 홀로 죽어갔죠. 마침내 그들은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친구의 가시에 찔릴 것이냐 아니면 지구 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냐.     


현명하게도 그들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은 친구와 함께하는 따뜻함을 얻기 위해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이겨보고자 했던 것이죠. 결국 그들은 그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고,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일찍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각각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되었죠. 쌍둥이 언니는 다행히도 건강을 찾을 수 있었지만 동생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아이를 돌보던 간호사가 결심을 하고 동생을 언니의 인큐베이터 안에 함께 있게 했죠. 얼마 후 언니의 손이 동생의 어깨에 얹혔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동생의 건강이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코로나로 우린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이제 곧 다시 만나게 되겠죠. 꼭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체온과 손길을 느껴야 살 수 있는 것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근 일 년이나 못 보던 지인을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모자에 선글라스, 그리고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죠. 그런데 멀리서 오던 그가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저도 그를 알아보았죠. 우린 주먹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는 우리는 꼭 다시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 상대의 가시에 조금 찔리더라도 함께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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