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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1. 2021

행운일지 불운일지 누가 알겠어요?

새옹지마:  박노해, '행운'

중국의 한 마을에 나이 든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그에게는 그의 밭일을 돕는 말이 한 마리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말이 울타리를 넘어 사라져 버렸죠. 이웃들은 그의 불운을 동정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그게 불운일지 행운일지 누가 알겠소?”     


일주일 뒤 달아났던 말은 한 무리의 야생마들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이웃들은 농부를 둘러싸고 그의 행운을 축하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게 행운일지 불운일지 누가 알겠느냐고요.        


집에 야생마들이 들어오자 농부의 아들은 몹시 신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중의 한 마리를 골라 길을 들이려고 했죠. 하지만 거친 야생마가 날뛰는 바람에 농부의 아들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또다시 그 불운을 안타까워했지만 농부는 달랐습니다.     


“그게 불운일지 행운일지 누가 알겠소?”     


몇 주 뒤 군인들이 마을로 들어와 신체가 건강한 모든 젊은이들을 군대에 징집했습니다. 그들은 다리가 부러져 누워있는 농부의 아들을 보고 혀를 차며 돌아섰습니다. 오, 이것은 행운일까요 아니면 불행일까요?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살면서 여러 일을 겪지만 우리는 그 일의 결과를 알지 못합니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면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하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이전의 일은 다 잊고 신나 하지요. 어차피 우리는 그렇게 살 수밖에요. 약하디 약한 존재이니까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요. 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요? 이 사자성어의 유래가 바로 그 농부 노인의 이야기였었죠. 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니 즐겁지 못했던 일이 나중에 즐거움으로 돌아오고, 다행이라 생각했던 일에 시간이 지나 대가를 치른 적도 있었지요. 좋은 일에 행복해하고 슬픈 일에 가슴 아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벌어진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내 인생의 마지막 결산은 모두 나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니까요. 늘 행운만을 기대하고 살 수 없는 삶이니 조금은 의연해져야겠습니다.        


행 운  

      박 노 해    


저기 행운이 온다

간다 행운이 저기     


잡으려고 할수록

멀어지는 행운이     


행운은 오지 않는 것

그저 맞아들이는 것    


실패와 불행의 옷을 입고

절룩이며 오는 그를

욕심 없이 맞아들이는 것     


꾸준히 준비된 만남처럼

우연히 빠져든 사랑처럼     


행운을 잡으려 노력하지 말기를

행운을 맞이할 만한 사람이 되기를     


Good Luck

        by Park, No-hae     


There comes good luck

But it goes way out there.    


The more I wish to get it

The farther it goes.     


Good luck never comes

But it is just accepted.    


Welcome it without greed

When it comes limping

In the clothes of failure and misfortune.     


Like an ever-prepared meeting

Like in love found by chance      


Don’t be out for good luck

But be a man worthy of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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