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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3. 2021

한 사람은 말하고, 한 사람은 듣고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여러 해 동안 진리를 찾아 헤맸던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 현자로부터 숲 속의 동굴을 찾아가 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안에 지혜의 샘이 있으니 그곳에 진리에 대해 물어보라는 것이었죠. 마침내 동굴 속 샘을 찾아낸 사내가 물었습니다.    


“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샘의 깊은 곳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을의 사거리에 가보라.”     


사내는 희망과 기대에 가득 차 서둘러 마을의 사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평범해 보이는 세 개의 작은 가게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금속 조각을 팔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나무 조각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는 줄을 팔고 있었죠. 그곳에 있는 무엇도, 누구도 진리를 밝히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실망한 사내는 우물로 돌아가서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야.”라는 얘기만을 들었을 뿐입니다. 사내가 항의하듯 소리를 높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뿐이었어요. 조롱을 당한 듯 분개했지만 사내로서는 달리 도리가 없었습니다. 또다시 진리를 찾아 헤매며 몇 년이 흘렀습니다. 우물에서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어느 날 밤 그는 달빛을 받으며 숲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비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영혼마저 뒤흔들어 놓는 연주였습니다.        


비파 연주에 감동한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나는 곳으로 향했죠. 그리고 연주자의 손가락이 악기의 줄 위에서 현란하게 춤추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순간, 사내는 무언가를 깨닫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 악기는 줄과 나무 그리고 금속 조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모두는 오래전 마을의 사거리 상점에서 팔던 그 하찮은 것들이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우물의 메시지를 이해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적절하게 그것들을 조합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어느 것도 홀로 존재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한 데 모여 합쳐질 때,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되는 것입니다. 조각 하나로는 그것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는 것이지요.     

‘모두가 합력해 선을 이룬다.’고 합니다. 우리는 혼자서는 무엇도 이루지 못할지 모릅니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할 이유입니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지요. 같이 해야 합니다. 어려움도, 슬픔도, 외로움도 홀로 해결하지 못합니다. 손을 내미세요. 도움을 청하세요. 같이 살자고 말하세요. 당신 앞에 있는 그들도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요. “진실을 말하는 데는 두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은 말하고, 한 사람은 듣고... “ 그렇게 우리 하나로 살고, 하나로 이겨가야 합니다. 힘든 그 사람 손잡아 주세요. 그 사람 눈물 닦아주세요. 서로에게 그늘이 되고 서로를 위해 눈물이 되세요. 그러면 우리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A Man Whom I Love

               by Chung, Ho-seung     


I don't love a man who has no shade.

I don't love a man 

But loves the shade.

I love a man who has become the shade itself.

With the shade, the sunlight is clear and bright. 

See the sunshine between the leaves

Sitting in the shade a tree,

And you will find

How beautiful the world is.     


I don't love a man without tears.

I don’t love 

A man but loves tears.

I love a man who has become a drop of tear. 

Without tears, joy is not joy. 

Where is the love without tears? 

A man who wipes the tears from other people

Sitting in the shade of a tree, 

What a calm beauty h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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