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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07. 2021

엄마 사슴의 선택

새로운 생명의 탄생

숲 속에 새끼를 밴 사슴이 살고 있었습니다. 새끼를 낳을 안전한 장소를 찾던 사슴은 물살이 센 강 옆의 넓은 풀밭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이면 아무 탈 없이 아기 사슴이 태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그 순간 진통이 시작됐어요. 그런데 동시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번개가 치더니 숲에 불이 붙었습니다. 엄마 사슴은 급한 마음에 왼 편을 바라보았어요. 그곳에 사냥꾼 한 사람이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굶주린 사자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제 사슴은 어떻게 될까요? 아기 사슴이 세상에 나오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엄마 사슴은 어찌 되었을까요? 아기를 낳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 살 수나 있었을까요? 아기 사슴은? 불붙은 숲 속의 모든 것이 타버렸겠죠?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었을까요? 아니면 다가오는 사자에게 끔찍한 죽음을 당했을까요?     


숲은 불타고 강물은 거세고 사냥꾼과 사자가 자신을 노리는 가운데 엄마 사슴은 어찌했을까요? 사슴은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만 집중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죠.     


번개가 쳐서 사냥꾼의 시야를 가렸습니다. 그러자 그가 날린 화살이 사슴을 지나쳐 굶주린 사자를 맞혀 쓰러뜨렸습니다. 억수 같이 비가 쏟아져 숲을 태우던 불꽃이 힘을 잃었어요. 물론 사슴은 무사히 아기를 낳았지요.     


살아가면서 무수한 일을 겪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기억에서 흐려지지만 마주친 순간에는 벗어날 길이 없다고 느끼는 그런 암담한 일들 말입니다. 슬프고 어려운 일은 이어서 온다고 했던가요? 어디를 바라봐도 길이 보이지 않던 그때 우리는 얼마나 깊은 암흑의 심연 속에 빠져들고 마는지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저 주저앉아 울지라도 무언가 해야 했었지요.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삶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벽 끝까지 몰렸을 때, 차라리 저 깊은 바닥에 떨어져 죽어버리고 싶어도 그마저 할 수 없을 때, 그 연약한 엄마 사슴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저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만 집중했던 위대한 선택에 경외심을 표해야 합니다. 그 순간 사슴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사슴은 한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나머지는 그의 일이 아니었지요. 우리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마지막까지 해야 할 한 가지 선택, 그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 수도, 할 수도 없는 영역이지요. 하지만 그 선택의 끝에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당신의 우선적 선택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믿음과 희망은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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