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Aug 14. 2021

눈물은 슬픔 때문이 아니지요

마경덕: 눈물

우물  

          마경덕    


눈물이 다만, 슬프다는 이유만으로 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     


마른 몸에서 물이 솟는 건 내 몸 어딘가에 우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 깊은 곳에 영혼이 물처럼 고여 있는 것이다. 흐르는 눈물은 내 영혼의 하얀 이마이거나 지친 발가락이거나 슬픔에 퉁퉁 불은 손가락이다. 영혼은 고드름이나 동굴의 석순처럼 거꾸로 자란다. 이것들은 모두 하향성이다. 근원을 향해 생각이 기울어 있다. 내가 나에게 찔리는 것, 슬픔이 파문처럼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순처럼 자란 영혼을 손수건으로 받으면 발간 핏물이 든다. 나는 피 젖은 손수건 석 장을 가지고 있다. 그 오래된 손수건을 차곡차곡 접어 냉동실에 두었다. 꽁꽁 얼어붙은 냉동고의 영혼들은 더 많은 우물을 만들고 영혼을 생산한다. 고드름처럼 자라 맹물처럼 날아가 버린, 그것들은 대개 일회용이다. 나는 쉰밥처럼 변해버린 가벼운 영혼에 대해 속눈썹이 떨리도록 생각해본 적은 없다.     


찌르고 들쑤시고 사막처럼 메마르게 할지라도, 젖은 영혼을 사랑한다. 상처 많은 이 우물에서 詩를 꺼내고 밥을 꺼낸다. 두레박이 첨벙 떨어지는, 서늘히 두렵고 캄캄한 우물. 내 머리칼이 쉬이 자라는 것도 질척한 슬픔에 뿌리가 닿아있기 때문이다. 눈물이 다만 슬픔만으로 오지 않는 걸 이제는 안다.     


The Well

          Ma, Kyong-duk    


I know tears never come only from sadness.     


From a thin body springs forth water because there is a well somewhere in me. Deep inside lies soul collected like water. The stream of tears is the white forehead of my soul, or tired toes, or the fingers swollen by sadness. Soul grows upside down like an icicle or stalagmites in a cave. These are all downward. Toward the bottom of fundamental thought. It is for this reason why I am stabbed by myself and sorrow spreads like waves.      


The soul growing like stalagmites is wrapped by a handkerchief, which is reddened by its blood. I have three blood-stained handkerchiefs. I folded and kept them in a freezer. The frozen souls make more wells and create more souls. Grown like an icicle and evaporated like water, they all are usually disposable. Never did I think, with the eyelashes trembling, of the light soul, which has turned into spoiled rice.    


Though stabbed, stirred and dried like a desert, I love the wet soul. From this wounded well do I take out poems and food. A bucket is suddenly dropped into the well, cool, scary and dark. My hair grows fast because it is rooted in sadness. Now I know tears never come from sadness.     


눈물은 슬픔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내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영혼의 우물이 넘쳐 눈물로 흐릅니다. 나약하고, 지치고, 슬픔에 빠진 영혼의 외침입니다. 눈물은 아래로 흐릅니다. 고드름과 석순처럼 아래를 향하여, 고통에 사로잡힌 나의 내면을 찌르고 슬픔의 여울을 남깁니다.     


그 영혼의 핏물로 얼룩진 짧은 삼장(三障)의 인생. 번뇌(煩惱)와 업(業)과 보(報)를 냉동시켜 변치 않도록 보관하지만 그것이 녹아내려 또 다른 우물이 되고, 또 다른 영혼이 됩니다. 거꾸로 매달리고 물방울처럼 가볍게 사라지는 영혼은 결국 영원할 수 없을까. 썩어버린 육신처럼 일회용으로 버려지고 마는가.     


하지만 찔리고 찢기고 삭막하게 되어도 시인은 녹아내려 젖어든 영혼을 사랑합니다. 그 어둡고 암울한 영혼의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시를 짓고, 삶을 건져냅니다. 슬픔 속에서 자라난 내 육신의 하나하나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며 걸어왔던 먼 길을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깨닫게 되죠. 나의 눈물이 슬픔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