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 낙화(落花)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닥아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Falling Petals
Cho, Ji-hoon
How can you blame the wind
When flowers fall?
The stars sparsely dotted behind the bead blinds
Vanish one by one.
With the cry of a cuckoo
The faraway mountain comes nearer.
Should I blow out a candle
When flowers scatter?
As the shadow of the falling petals
Is cast in the yard,
The white sliding door
Is dyed dimly red.
I am afraid there would be none
Who knows
The good mind of a man
Who leads a quiet life.
On the morning when flowers are dying
I feel like crying.
나 홀로 외롭다 하여 세상을 탓하겠습니까? 세월 흐르면 하늘의 별마저 스러지는 것을. 한 때 멀기만 했던 저 산마저 작은 새소리에 이젠 눈앞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는 꽃잎에 서러워 촛불을 불어 끄고 질끈 눈 감아 봐도 그 그림자 내 맘에 여전한 걸 어쩌겠습니까? 낙화로 붉게 물든 내 마음 깊은 곳, 누구라서 그 속의 텅 빈 허무를 알겠습니까? 꽃잎이 지면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꽃잎 따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