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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0. 2022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김춘수 : 꽃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A Flower

      Kim, Choon-soo


Before I called his name,

He was nothing but a gesture.


When I called his name

He came to me

And became a flower.   


As I called his name,

I want someone to call my name 

Suitable for my color and fragrance. 

I wish to come to him 

And become his flower. 


All of us 

Want to be something.

I, for you and you, for me

Want to be an unforgettable glance.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누군가가 내게 와서 꽃이 되었습니다. 내가 한 일은 단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내가 먼저 그를 부르는 것이 그만큼 큰일이었습니다. 이제 그 누군가가 마찬가지로 내 이름을 불러주길 바랍니다. 내게도 빛깔과 향기가 있다면 그것에 어울릴 이름을 지어, 불러주길 바랍니다. 그러면 나도 그에게 다가가 꽃이 될 수 있을 테지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무언가가 되어 서로를 바라보게 될 겁니다. 꽃 같은 그대, 내게로 오세요. 언제나 시들지 않을 당신의 꽃이 부르는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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