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May 02. 2022

그리운 건 사람입니다

김억 : 오다가다 

오다가다

          김억 


오다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에니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포구(十里浦口) 산(山)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천리(水路千里)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Meet by Chance

           Kim, Uk


Do you think

I just see and pass

Anyone whom I meet by chance 

On the track?  


The mountain at the back is 

Green with its grasses.

Heavy are coastal waters 

With white rushing waves. 


Birds are chirping 

With a merry song.

On the sea is a white sail 

Looking for an old trail. 


Do you think 

I just pass and forget 

Anyone whom I meet 

Between dream and wake?


At a distant harbor across the mountain 

Where you are livin’

Apricot blossoms 

Play with the wind in clusters. 


Do you know why I am here

All the way by water?

I am back here 

Because I can never forget you, my dear. 


그리운 것은 고향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뒷산의 푸른 나무 여전하고 앞바다 흰 파도 지금도 일렁이지만 변해버렸을 그대만이 못내 보고 싶습니다. 창밖 나뭇가지 새들이 울고 저 멀리 흰 돛단배 아스라이 떠오지만 가슴에 살아 숨 쉬는 것은 그대뿐입니다. 이 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건 오직 그대 때문입니다. 산 너머 포구에 살구꽃 피어오를 때에도 그곳에 살고 있을 그대만이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먼 뱃길 노 저어 그대에게 갑니다. 스치듯 지나친 인연이라도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여전히 그리운 것은 고향에 있을 옛 친구, 옛사람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과 함께 동행하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