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 : 오다가다
오다가다
김억
오다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에니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포구(十里浦口) 산(山)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천리(水路千里)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Meet by Chance
Kim, Uk
Do you think
I just see and pass
Anyone whom I meet by chance
On the track?
The mountain at the back is
Green with its grasses.
Heavy are coastal waters
With white rushing waves.
Birds are chirping
With a merry song.
On the sea is a white sail
Looking for an old trail.
Do you think
I just pass and forget
Anyone whom I meet
Between dream and wake?
At a distant harbor across the mountain
Where you are livin’
Apricot blossoms
Play with the wind in clusters.
Do you know why I am here
All the way by water?
I am back here
Because I can never forget you, my dear.
그리운 것은 고향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뒷산의 푸른 나무 여전하고 앞바다 흰 파도 지금도 일렁이지만 변해버렸을 그대만이 못내 보고 싶습니다. 창밖 나뭇가지 새들이 울고 저 멀리 흰 돛단배 아스라이 떠오지만 가슴에 살아 숨 쉬는 것은 그대뿐입니다. 이 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건 오직 그대 때문입니다. 산 너머 포구에 살구꽃 피어오를 때에도 그곳에 살고 있을 그대만이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먼 뱃길 노 저어 그대에게 갑니다. 스치듯 지나친 인연이라도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여전히 그리운 것은 고향에 있을 옛 친구, 옛사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