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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16. 2022

아내의 시

정연복 : 시인 아내 

시인 아내 

           정연복 


아내는

마치 시인 같다


아직도 삼류 시인쯤밖에 안 되는

나보다 더 훌륭한 시인


시인 티를 내지 않아

오히려 더 깊고 참된 시인 싶다.


만 오십 년을 살고도

아직도 맑은 영혼은 고스란히 남아


매사에 허울 좋은 겉치레와는

영 거리가 멀고


늘 선하고 거짓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어느덧 아내는

자기도 모르는 새 시인이 되었나 보다.


<얼마 전 아내가 보낸 문자를

아무 생각 없이 읽어보곤

쓱 지우기는 뭣해 보관해 두었다가

오늘 밤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다시 읽어보니

한 편의 시가 적혀 있지 않은가.>


´내 생애가

얼마나 남은 걸까.


아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나도 아름답게 살다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My wife,  A Poet 

                   Chung, Yeon-bok 


My wife is 

Much of a poet. 


A better poet than me,

Who is still left as something of a poet.


Not pretending to be a poet,

She is quite a pure and deep poet. 


After fifty years of living

She still remains as a pure soul, 


Far from being

A mere pretense.


While living day after day

Always with a good and true look,


She may finally become a poet

Despite herself.  


(Not long ago, my wife sent me a text message

Which I just read through thoughtlessly,

And kept the message without deleting it.

Sipping wine tonight

I happened to read it again

And saw a poem there.)


'How long will 

My life last? 


Seeing the leaves 

Falling beautifully,


I thought I would die someday

After living beautifully.'


시인은 스스로를 삼류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묵묵히 바라봐 주던 아내에게서 참된 시인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시인인양 하지 않는 순수한 영혼, 거짓 없는 선함과 진실된 모습, 그렇게 시인은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지는 모양입니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없는 이유이겠지요. 오랜 세월 가난한 시인의 곁을 묵묵히 지키던 그녀의 눈빛이, 미소가 진정한 시일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하던 그녀의 삶은 이미 한 편의 시였습니다. 삶의 끝을 떨어지는 낙엽처럼 아름답게 맞이하려는 마음이 진정 시인의 마음이겠지요. 시인은 그렇듯 아름다운 시인을 곁에 두고 살아왔으니 그가 본 모든 세상이 아마도 시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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