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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05. 2022

꽃은 여전히 꽃임을

이종숙 : 피어난 모든 꽃은 아름답다

피어난 모든 꽃은 아름답다 

                              이종숙


화려하게 피지 않아도 

꽃은 꽃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혼자 피고 지는

시시한 들꽃도 

꽃은 꽃이다


아무도 

예쁘다고 말하지 않고 

향기가 없어 

누구도 다가서지 않아도 

겨울을 참고 견디며 

살아 핀 꽃은 

하루를 피고 떨어져도 

꽃은 꽃이다


떨어져 땅을 덮고 

하늘을 보며 

누워있는 창백한 꽃잎들도

한 때는

세상의 모든 사랑을 

받았기에 후회가 없다


한 몸을 바쳐 사랑한 

시간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미련은 없다

하루를 살아도 기쁘게 

살았기에 감사할 뿐


하늘 보고 땅을 보며 

왔다가 가는 발길은 

사랑 속에 

꽃처럼 피어난다


세상에 피어난 꽃은 

피었기에 아름답고 

시들기에 측은하고 

떨어지기에 사랑스럽다 


All the Flowers in Bloom Are Beautiful 

                             Lee, Jong-sook 


Though not blooming gaily

Flowers are flowers.

Even nameless wild flowers,

Invisibly

Blooming and falling alone, 

They are flowers, too. 


Though not said to be

Beautiful by anybody,

And never approached

With no fragrance,

Those flowers, that survive and come out, 

Weathering and braving the winter,

They are no doubt flowers

Even if alive only for a day.


Falling down and covering the world,

And looking up to the sky,  

Those pale petals lying on the ground,

As they were once loved 

By all,

Have no regret at all. 


Those good old days

I loved with all my heart

Will never return 

But I, too, have no regret.

Instead, I only appreciate

Each day spent in happiness. 


So, our footsteps left on our way back and forth 

Under the sky and on the earth

Bloom like flowers

In love. 


All the opened flowers in the world,

Are beautiful as they come out,

Pitiful as they wither away,

Lovely as they fall down.


꽃은 모두 꽃이다. 향기 잃은 꽃도, 시들어 말라버린 꽃도, 목이 꺾여 떨어진 꽃도 모두 다 꽃이다. 이름 따위야 무슨 상관인가. 꽃으로 태어나 꽃으로 사라질 뿐인 것을. 사람의 일생 또한 마찬가지인 것을. 세월에 닳고 닳은들 여전히 심장은 뛰고 두 손에 작은 온기 남아있다면 꽃 같은 사람은 여전히 보고 듣고 살아가는 것임을. 초라한 삶이 어디에 있는가. 생의 여정에서 열심히 발걸음을 옮겨 그 자국을 남긴다면 번잡한 오고 감이었으되 어찌 후회뿐이랴. 땅바닥에 누워있어도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며 사랑 속에 남아 감사할 수 있다면 어찌 행복하다 않겠는가. 피어서 아름답고, 시들어 안타깝고 마침내 떨어져서 더욱 사랑스러운 것이 사람인 것을. 그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을.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이신 이종숙 님의 6월 1일 자 시 ‘피어난 모든 꽃은 아름답다’를 영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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