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우울
마광수
살아 있는 독수리는 무섭지만
박제된 독수리는 멋있다.
살아 있는 호랑이는 무섭지만
박제된 호랑이는 멋있다.
살아 있는 사랑은 무섭지만
박제된 사랑은 멋있다.
우리들의 삶은 '죽고 싶다'와 '죽기는 싫다' 사이에 있다.
우리들의 사랑은 '자유롭고 싶다'와 '자유가 두렵다' 사이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바라는 삶은, 또는 사랑은
마치 박제된 독수리와도 같은
감미로운 가사 상태이다.
죽어 가는 생명은 애처롭지만
박제된 생명은
멋이 있다.
Melancholy in Seoul
Ma, Kwang-soo
A living eagle is terrible
But a stuffed eagle is wonderful.
A living tiger is fearful
But a stuffed tiger is magnificent.
A living love is scary
But a stuffed love is nice.
Out life is between ‘wish-to-die’ and ‘hate-to-die’.
Our love is between ‘eager-to-be free’ and ‘afraid-to-be-free’.
Therefore,
Our desirous life or love,
Like a stuffed eagle,
Is a state of sweet suspended animation.
A dying creature is pitiful
But a stuffed creature
Is lovely.
박제된 모든 것은 사랑스럽습니다. 제 아무리 이빨을 드러낸 야수라도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독수리도 호랑이도 그림처럼 그곳에 머무를 뿐입니다. 한 곳에 머물며 나를 바라보는 그 사랑도 아름답습니다. 박제된 모습으로 눈물 흘리는 그 사람이 사랑스럽습니다. 살아가고 죽어야 하는 모든 것을 박제하고 싶습니다. 살고 싶거나 죽고 싶은 이율배반을 박제로 해결하고 자유롭고 싶고 자유로워 두려운 사랑 따위도 박제하여 벽에 걸어두면 어떨까요? 살아도 죽은 것 같고 죽어도 산 것 같이 박제된다면 사랑스럽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