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던 재임은 두 손을 하늘 위로 뻗어 올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치 신을 찬양하려는 모습이었다.
칼에 찔린 재임의 옆구리에서 피가 바닥에 떨어져, 붉은 원이 만들어졌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도형과 린제이는 알 수 없는 신비감에 빠져들었다.
“아.”
두 사람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재임은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119구급차를 타고 재임은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1인실 병실로 옮겨진 재임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침대 양쪽으로 린제이와 도형이 마주 보고 섰다.
“이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린제이가 도형에게 물었다.
“ 정말 서재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도형은 대답 대신 린제이에게 다시 물었다.
“ 재임 씨가 속초 근처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것을 알고 계시죠?”
린제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도형에게 말했다.
“네, 재임이 말해주었어요. 희주 씨도 알고 있었군요. 그럼, 재임이 자신을 먼 외계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 네, 재임 씨를 담당했던 정신과 의사를 만나본 적 있어요.”
“그럼, 희주 씨는 재임을 정신병자로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도형은 말을 멈추었다.
“ 나보다 재임 씨를 훨씬 많이 만나 본 도형 씨가 더 잘 아시지 않을까요?”
“ 저는 재임의 말을 모두 다 믿었어요. 처음에 자신이 지구인이 아니라고 할 때, 정신에 문제가 있는 청년이구나 생각했는데, 내 아내와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고, 또 옆자리에 누워있던 교수님과도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재임의 능력을 믿기 시작했어요.
또 아내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실제로 의식이 없을 때 재임과 실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지를요.”
“ 부인께서 뭐라고 하셨어요?”
린제이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도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꿈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재임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을 기억하더군요.”
“그렇다면, 재임 씨가 말한 신은 정말 존재했던 걸까요?”
린제이가 다시 물었다.
“ 오늘 일이 있기 전까지는 저도 당연히 그렇게 믿고 있었지요.
오늘 재임을 해치려고 했던 사람들의 죽음은 누구 때문일까요?
신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일까요?
희주 씨 말대로 재임의 능력으로 그들을 죽인 걸까요?”
“ 저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맨 처음 우리나라에서 만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사망했잖아요. 그 시작부터 오늘 일어난 일들까지 하나도 설명할 수가 없어요.
온 인류의 종말이 코앞에 닥치고 전 인류가 이렇게 변해버렸는데….”
린제이는 힘이 다 빠진 사람처럼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 서재임의 정체는 정말 무엇일까요?
그냥 초능력을 가진 정신이상자?
아니면 외계에서 온 진짜 외계인?
아니면 새로운 신? ”
도형이 말하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던 재임의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 무슨 일이 있나요? 제가 왜 여기 누워있지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네요. 제가 또 정신을 잃었나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눈을 뜬 재임에게 도형은 깊은 연민이 느껴졌다.
그리고 재임의 손을 꼭 잡았다.
신의 손을 잡듯이.
Epilogue
나는 누구인가?
정말 외계에서 날아 온 존재일까?
그냥 정신병자?
나는 ‘악마’일지도 모른다.
이 선생님과 린제이가 그날의 사건에 대하여 나에게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내가 나를 해치려는 사람들을 나의 능력으로 죽인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무 기억이 없다.
신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생명 에너지를 빼앗아 갔단 말인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생각했다.
‘유럽의 거대한 기계장치에서, 신이 내 몸에 들어오신 걸까?’
신과 내가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혼란스럽다. 나는 왜 존재하고 있는가?
아픔처럼 외로움이 밀려온다. 견딜 수 없는 불안감과 함께.
나는 인터넷에서 나를 메시아로 믿고 있는 단체 커뮤니티를 찾았다.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홀든’이라는 미국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메일은 보냈다.
< 나는 서재임입니다.
이제 우리가 활동할 때가 되었습니다.
나의 제자가 필요합니다.
12명의 제자를 구해 주십시오>
나는 그들의 메시아가 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