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지난 후 재임과 텔레파시로 소통한 환자 중 두 명이 사망하였다.
두 사람이 사망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재임은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역시 제가 잘못 들을 것일까요?”
재임이 도형에게 물었다.
“그럼 다행인데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잖아. 그 날 이후로 크리스 어머니의 소리도 듣지 못한거지?”
“네, 그 이후로는 들리지 않았어요.”
“그럼 어떻게 된 걸까?”
“돌아가신 두 분의 장지를 찾아가 봐야겠어요. 생명 에너지가 그 근처에 있을 수도 있으니. 뭐든 해봐야지요.”
“ 그래, 뭐든 해보자.”
도형은 린제이에게 전화를 했다.
“희주 씨. 돌아가신 두 분의 장지가 어딘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조금 후 린제이는 두 사람의 장지 주소가 도형에게 문자로 보냈다.
“같이 가주실 수 있죠?” 재임이 도형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내 차로 가자. 바로 출발할까? 두 군데 다 가보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아.”
“ 네, 바로 출발해요.”
“알았어. 가까운 장소부터 먼저 가보자.”
재임이 대답하려는 순간 갑자기 환자복을 입은 한 남자가 재임에게 달려들더니 가지고 있던 칼로 재임의 옆구리를 찔렀다.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도형과 린제이는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재임이 순간적으로 피하면서 손바닥을 펴 그 남자 방향을 향했다. 그 순간 그 남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병원 환자복을 입은 서너 명의 덩치 큰 남자가 또다기 재임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들 모두 순식간에 쓰러져 죽어버리고 말았다.
“ 신이 다시 나타나셨네. 신이 죽지 않으셨어.”
도형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 신이 아니에요. 재임 씨가 그들을 죽였어요.
그들에게 죽으라는 손짓을 한 것 같아요.”
린제이가 도형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 서재임이 그 사람들을 죽였다고요?”
도형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 재임아. 괜찮아?”
도형은 재임을 큰 소리로 불렀다.
재임은 도형의 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처럼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얼굴과 피부가 점점 하얀색으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처음 도형이 고시원에서 봤던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