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 보이기

의미 없는 삶을 대처하는 법

by 유무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룰루 밀러는 어린 시절 과학자인 아버지로부터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어린 룰루 밀러는 그다음 말을 기대했다.


'그래도 너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란다.'라는...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이로부터,

아니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하고,

또 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던 부모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치명적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삶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어떤 철학자는

인간이란 그냥 이유 없이 던져진 존재이기에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정말 중요하다거나,

꼭 의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만족이다.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일이 생각보다 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내 삶이 의미 없고,

또 내가 중요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또 그런 나를 스스로 위로하는 법도 오래전에 터득하였다.







우리말에 '있어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있어빌리티'라는 신조어도 생긴듯하다.)


진짜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 보이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있어 보이기'를 원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삶의 목표는

'있어 보이기'였는지도 모른다.


헤밍웨이가 사용했다는 '몰스킨 노트'를 비싼 값에 구입하고, 만년필에 터쿼이즈 블루 잉크를 채워 일기를 적어보기.

셰익스피어나 레이먼드 카버의 대사를 통째로 외워 적절한 시기에 인용해 보기.

머리를 길게 길러 작가나 예술가처럼 보이게 하기.

일렉기타로 멋진 리프로 연주해 보기.

예쁜 표지나 멋진 제목을 가진 책들로 내 책장을 가득 채워보기 등등등.


나의 '있어 보이기 프로젝트'가 눈치 빠른 누군가에게 발각되어 중학생의 허세처럼 보인다면 실패다.

하지만 수십 년간 이어 온 나의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의미 없는 삶에 대처하는 나의 대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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