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희 KBS가 단독으로, 매우 중요한 두 분을 모시고 특별 생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전이죠.
지난 3월 22일 갑자기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 명에 가까운 분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정부는 많은 전문가를 동원하여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일을 미리 예견한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분들을 찾고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 우리 스튜디오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하여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가지 여러분께서 양해해 주실 점은, 오늘 나오시는 두 분 중 한 분은 얼굴 공개를 원하지 않으셔서 모자이크 처리한다는 점입니다.
그럼, 인터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앵커는 중앙에 앉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급하다는 듯이 바로 질문을 하였다.
“지금,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을 두 분을 잘 알고 계시죠?
지금 수만 명의 유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두 분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는지 얘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니, 그 전에 두 분께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네, 알고 있었습니다.”
도형이 대답하고 재임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앵커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재임과 도형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시선을 확인하였다.
뉴스 진행자는 초조한 듯이 두 손을 마주 잡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형이 카메라를 보면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저는 이도형이라고 합니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휴직 중입니다.
지금 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서재임이라고 합니다.”
도형은 재임을 쳐다보았다. 재임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서재임 씨와 저는 몇 달 전에 처음 만났습니다. 서재임 씨는 제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 옆에 살고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서로를 알게 되었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자주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교적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두 달 전쯤 서재임 씨에게 이상한 음성이 들리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들리는 환청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리가 점점 크고 또렷해졌다고 합니다.
결국 그 목소리는 신의 음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재임 씨는 신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방송국의 스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네? 지금 신의 음성이라고 하셨나요?”
앵커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듯이 물었다.
도형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네. 분명 신의 목소리라고 했습니다.”
도형은 그 후의 이야기를 재임에게 넘기려고 재임을 쳐다보았으나, 재임은 도형에게 좀 더 설명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서재임 씨가 들은 신의 목소리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하고 후 도형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였다.
“충격적인 이야기라. 어떤 이야기였죠?”
앵커는 재임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듯이 재임에게 눈길을 주었다.
도형이 이야기하려고 할 때 재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을 다 거두어 가겠다고 했습니다.”
뉴스 스튜디오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말을 서재임 씨가 직접 들었다는 말씀인가요?”
앵커는 재임을 보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재임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단하게 대답하였다.
도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서재임 씨는 몹시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경과를 말씀드릴 수밖에 상황입니다.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목소리는 지구인들에게 자기 뜻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3년 후에 지구의 모든 생명을 거두어 갈 테니, 남은 생을 마무리 해 달라고….”
앵커는 아무 말 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말을 사람들이 믿지 않을 테니,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1만 명의 생명을 미리 거두어 간 것입니다. 그것은 신이 결정하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내용을 현수막에 적어 걸었고, 벽보도 붙이게 되었습니다.”
방송국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뉴스 진행자는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눈치였다.
“네, 그렇군요.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은 서재임 씨도 몇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가능하실까요?”
앵커와 도형, 그리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재임으로 옮겨갔다.
재임은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한 번 닦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목소리를 지구에 생명을 주신 신의 목소리가 확실하다는 것을.”
자신감 넘치는 재임의 목소리에 도형도 다소 놀랐다. 그의 목소리에서 어떤 권위마저 느낄 수 있었다.
재임이 말을 이었다.
“신께서는 3년 후에, 지구에서 모든 생명을 거두어 가겠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의 생명까지 모두를.”
앵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군요. 시청자들께서 두 분의 말을 믿을 수 있도록 좀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너무 영화 같은 이야기를 하셔서 저도 좀 혼란스럽습니다.”
재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묵을 이어갔다.
앵커는 뭔가 이야기하려 했지만, 도형이 잠깐 기다려달라는 손짓을 보냈다.
잠시 후 재임은 입을 열었다.
“지금 이곳에 계신 모든 생명을 가져가면 믿으시겠습니까?”
단호한 말투였다.
모든 사람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사람도 보였다.
“지금 신께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보여 주시겠다고 합니다.”
재임은 신의 목소리를 듣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람 말고 다른 동물도 가능합니까?”
뉴스 진행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가능합니다.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십니다.”
재임이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한 시간 정도 방송은 중지되었다. 방송국에서는 계획하지 않았던 각종 동물을 구하느라 정신없었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염소나 닭도 있었고 심지어 작은 도마뱀이나 곤충들까지 병에 담아왔다.
다른 방송국과 신문사 기자들도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긴급 속보로 뉴스가 다시 시작되었고 도형과 재임은 다시 자리를 잡았다.
“다 준비가 되었습니까?”
재임은 큰소리로 외쳤다.
적막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동물들을 가두어둔 케이지 안에 있는 여러 종류의 동물 소리가 스튜디오의 적막을 깨고 흘러나왔다.
“신께서 지금 이곳에 오셨습니다.”
재임은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지금 이 앞의 생명을 가져가시겠다고 하십니다.”
순간 모든 동물의 소리가 멈추더니 움직이던 동물들이 모두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병 안에 든 작은 곤충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또 웅성대기 시작하였다.
몇몇 방송국 스태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동물들이 갇혀 있던 케이지를 열고 동물들을 꺼내어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모두 죽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불꽃놀이 하듯 한동안 계속 번쩍거렸다. 이를 멍하게 지켜보던 뉴스 진행자는 수분이 지난 후 재임에게 다시 질문하기 시작하였다.
“왜 신께서는 우리들의 생명을 가져가기를 원하십니까?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입니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부터 나의 말을 잘 듣도록 하십시오. 신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재임의 목소리는 전보다 더 우렁찼다. 도형의 그런 재임의 태도가 신기했다. 도형이 알고 있든 여리고 기운 없든 목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 지구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모든 생명은 제가 가진 생명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구는 수십억 년 동안 아름다운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제 그 모든 생명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여러분의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생명은 모두 나에게서 나왔습니다. 죽음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나와 하나가 되고 또 다른 생명체와도 또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나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지구에서의 3년을 여러분에게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3년 후 저에게로 오시면 됩니다. >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또 재임은 말을 멈추었다.
“신의 음성이 멈추었습니다.”
재임은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