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무하 Oct 24. 2024

신의 고백(19화)

서재임과 이도형, 그리고 그의 아내는 깊은 어둠 속에서 강원도에 있는 군사시설로 옮겨졌다. 그들의 행방은 대통령과 린제이 그리고 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었다.     

비밀 숙소에는 도형의 아내를 위해 많은 의료 장비와 의사 2명, 간호사 3명이 배정되었다.

도형이 배정받은 방은 전의 병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도형의 침대는 아내가 누워있는 환자용 침대와 같은 것이었다.

도형은 이제 누워서도 아내의 옆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도형은 몇 미터 떨어져 있는 자신의 침대를 아내의 침대와 나란하게 끌어다 놓았다.

침대에 누워 다시 아내를 바라보았다.

마치 사고가 나기 전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도형의 가슴 속에는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쿵 하고 떨어진 것 같은 슬픔이 밀려왔다.     

아내가 영영 깨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형은 이 느낌이 가슴속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침대에서 일어나 무작정 방에서 나와버렸다.

밖에는 앳된 군인 두 명이 병원에서처럼 재임이 묵고 있는 방 앞에 서 있었다.

도형은 그들에게 다가가 방에 들어가도 되는지 물었다.

두 명 중 한 명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도형은 처음 고시원 방에 찾아갔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도형은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게 벽만 바라보고 있는 재임의 모습을 보았다.

재임은 도형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도형은 재임을 불렀다.     


“재임아.”

깜짝 놀란 재임은 도형의 얼굴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피곤할 텐데 왜 좀 누워있지 않고?” 도형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피곤하지 않아요. 선생님도 좀 쉬시지 않고….”세상의 모든 걱정을 짊어진 사람처럼 기운 빠진 목소리로 재임이 말했다.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도형은 재임을 보며 다시 한번 활짝 웃었다.   

  

재임도 양쪽 어깨를 으쓱하며 같이 웃어주었다.     

“지금 이 방에 들어오면서 처음 너의 방에 갔을 때가 생각났어.”     

“그러셨어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죠?”     

도형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도형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를 이곳으로 옮긴 이유가 뭘까요?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옮겨진 것 같죠?”

재임은 약간 겁먹은 말투로 도형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글쎄, 우리를 보호하려는 거겠지.”     


“누구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는 걸까요?”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겠지. 우리를, 아니 너를 없애려는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이제 죽는 게 두려워졌어?” 도형은 농담처럼 물었다.     


“아니요. 전혀요. 선생님은요?”     


“나도 아내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혼자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 만일 지금 아내가 깨어난다면 신이 주신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아내와 행복하게 살다가 같은 날 죽고 싶어. 그렇게만 된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뭔가 우리에게 큰일이 생길 것 같아요. 왠지 불안해요”

재임은 허공을 바라보며 도형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외계인께서 예지 능력까지 생겼나?”

도형은 농담을 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나도 아내가 깨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널 찾아 이 방에 온 거야. 그 느낌이 싫어서. 너를 보면 그 느낌이 없어질 거 같아서.

뭐 아무것도 잃을 것도 없고, 온 인류가 곧 다 사라져 버릴 텐데 걱정할 일이 뭐가 있어?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말이야. 너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도 머리로는 그런 생각이 드는 데 마음은 편하지 않네요. 나만 신의 음성을 듣는다는 부담 때문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 지금 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즐겨봐”     

“그 느낌이 너무 어색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이었다가,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럴 수 있겠지.”     


“제가 제일 걱정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재임은 망설였다.     


도형은 약간 놀라는 표정으로 재임에게 물었다.

“진짜? 그게 뭔데?”


“지난번에도 잠깐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게 뭔데. 어서 얘기해 봐.” 

도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3년 후 신이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가지고 간다고 했잖아요. 인간뿐 아니라 작은 벌레나 심지어 식물들까지요.”     


“그런데?”     


“내가 만일 정말 지구인이 아니라면, 나의 영혼은 지구의 신에게서 온 것이 아니니, 그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잖아요.

3년 후에도 난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생명이 모두 사라진 지구에 나 혼자 살아남아 있어야 하고요.

또 내가 죽으면 나의 영혼은 나의 신을 찾아 온 우주를 헤매고 다닐 수도 있구요.

수천 년이 될 수도 있고, 수만 년, 수억 년,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죠.

그 일만 생각하면 너무너무 불안하고 무서워요.”     


순간 재임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도형은 큰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누가 뭐래도 지구인이야. 나랑 같은 지구인이라구. 

계속 그것 때문에 표정이 안 좋았구나? 맞아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면 맘이 편하지 못할 거야. 너무 무서운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내가 보장할게. 넌 분명 지구인이야.”     


도형은 재임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재임의 어깨를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의 말대로 넌 지구인이 아니고 지구인의 몸을 복제하여 너의 뇌를 그 몸에 이식했다고 치자. 

그 순간 넌 지구인이 된 거야. 

분명 너의 몸에도 지구인의 영혼이 들어 있을 거야. 

그런 무서운 생각은 하지도 말자.”     


“그럴까요?”

하지만 재임의 표정은 아직도 어두웠다.     


“당연하지.”     

둘은 침묵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잠시 바라만 보았다.    

 

“그런데 신은 뇌도 없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자아를 느끼는 걸까? 

내가 지금 제일 궁금한 게 그거야. 뇌도 없는 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듣고 보고 하는 걸까?”

도형이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글쎄요, 뇌의 역할을 하는 다른 뭔가가 있겠죠.”     

재임은 생각하기 싫다는 듯이 무심히 답했다.     


“참, 같은 병실에 계시던 교수님은 어떻게 됐어요?”

재임도 화제를 바꾸었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셨겠지. 나도 이곳에 갑자기 끌려오다시피 해서 정신이 없었어.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인사도 하지 못했다니까. 보안 때문에 이곳에서는 휴대폰도 할 수 없다고 하니까 전화로 알아볼 수도 없고 말이야. 나도 궁금해하던 차야.”     


“아들은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러게. 기회가 되면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보고 싶은데. 두 달이 넘도록 같은 공간에 있었더니 정이 많이 들었어. 가족같이 느껴졌는데.”     

“나도 그 교수분과 대화를 나누어 봐서 그런지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대로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위독하시다고 했으니 오래는 못 사실 거야.”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우리는 이곳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요?”     

“글쎄, 설마 3년 내내 이곳에 갇혀서 지내지는 않겠지?”

도형은 지금은 모든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싶었다.     

“네가 세상에 나가도 될 때가 오겠지. 조만간 우리도 세상에 나가서 전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들리는 얘기로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심지어 너를 메시아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생겼다는데.”    

 

“아 진짜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일이네요.”     


“그냥 좀 기다려 보는 수밖에는...”

 도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전 세계의 유명한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신과 맞서기 위해서이다. 

신을 죽이기 위한 프로젝트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들은 신의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신을 죽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면서, 크리스 리가 재임으로부터 알아낼 신에 대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격인 MIT 대학의 루티 박사는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루티 박사님. 대통령입니다.”     


“네, 대통령님.”     


“수고가 많으시지요?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으신지요?”     


“과학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지금 몇 명 정도가 연구하시고 있지요?”     


“전세계에서 모인 연구원이 500명 정도입니다.”     


“그렇군요. 박사님 손에 인류의 생명이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말씀밖에 드릴 수 없네요.”     


“네,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제가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루티 박사는 전화를 끊고 들고 있던 책을 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다.   



       

도형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아내 옆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도형은 더 이상 소설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아니, 여태까지 쓴 것을 모두 없애 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밀려왔다.     

도형은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쓴 소설을 맨 뒷부분부터 한 글자씩 천천히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한 글자씩 지워질 때마다 도형은 자신의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소설은 모두 지워지고 맨 처음 한 페이지 남았다.

도형은 한 페이지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소설을 작은 소리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투레는 이제 오늘로 스무 살이 되었다.

주술사처럼 보이는 사람은 그에게 진흙을 구워 만든 주황색의 작은 항아리를 건넸다. 

투레는 항아리를 받아 속에 담긴 보라색 액체를 단숨에 들이켰다. 

같이 모여 있던 백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크게 외친 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투레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풍선처럼 팽창됐다 다시 압축되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자신의 몸이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팽창과 수축의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몸이 커다란 나무만큼 커졌다 작은 돼지만큼 작아지는 것을 반복했다.     

팽창과 수축의 시간도 점점 짧아졌다.      

1초에 한 번, 1초에 두 번....1초에 수십번.     

그의 몸이 진동했다. 

그러다 몸이 수축을 멈추고 산 만큼 커지더니 사정없이 터져 버린다.     

투레는 자신의 몸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육신 없는 그의 영혼이 어두운 공간을 떠돈다.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세상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가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형태를 가지고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 질투, 욕심, 견딤, 아픔, 분노, 연민, 존경과 같은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은 나무 모양이 되고, 질투는 창의 모양으로 변한다.

욕망은 곤충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각각 고유한 모양을 가지고 하늘을 떠 돈다.     

반대로 그가 알고 있던 물질들이 사라져 버린다. 

풀과 나무, 그가 살고 있는 작은 천막. 

나무껍질을 이어 만든 그들의 집, 사냥 도구들, 이런 것들은 형태를 잃어버린다.      

그러다 갑자기 하늘에서 밝은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둥근 모양의 빛이 우박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그 빛이 바닥에 닿는 순간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동안 그가 수없이 들어왔던 마을의 영웅들이다.      

처음에는 그들 종족의 조상인 미호신, 그의 얼굴은 성스러웠다.

그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 노랫소리는 투레의 영혼을 점점 더 흥분시켰다.     

이제 자신이 그 노래 자체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노래가 되어서 울려 퍼진다.     

투레는 황홀경을 느끼기 시작했다.      

행복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강한 쾌락을 느꼈다.      

그러다 그들이 모여 있던 땅 한가운데 작은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그 안으로 사람들이 하나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구멍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육신을 잃었던 투레의 영혼에 다시 몸이 생겨났다.     

그 구멍은 투레의 발 앞에서 멈춘다. 쾌락은 공포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공포에 눌려 투레는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 구멍이 아주 천천히 커지기 시작한다. 

투레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결국 투레의 육신도 그 구멍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투레는 순간 그 구멍의 끝이 없음을 알게 된다.     

영원히 떨어지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포가 점점 커진다. 

하지만 방법은 없다.

그 구멍으로 떨어지면서 투레는 정신을 잃는다.

투레는 깜짝 놀라듯이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났구나.”     

“어젯밤 너의 성인식은 정말 대단했다더구나. 최근 들어 가장 멋진 축제였다는데.”     

투레의 엄마는 따뜻한 표정으로 투레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투레의 친엄마가 아니었다.     

투레는 아마존 정글 속에 작은 종족의 일원이다.     

이 종족은 아직 문명사회에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은 수천 년 전부터 그들만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들이 사는 법은 거의 동일하다.

그들에게는 가족이 없다. 친부모를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마을의 아이들은 공동으로 키워지고 있다.     

아이를 낳는 여자들도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거의 알지 못하고 아이를 낳는다.

모든 여자들이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다.     

마을 전체 여자들의 10% 정도만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다.

평생 낳을 수 있을 만큼 아이를 낳는다. 

그 여인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 산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아이만 낳으면서 살아간다.     

그 들은 주변의 다른 종족에 비하여 많은 종류의 약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그들만의 약이다.     

약으로 모든 병을 고친다.     

병을 고치는 일뿐 아니라, 생각과 성격까지도 바꾸는 약을 가지고 있다. 

게으른 사람은 부지런하게 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활달하게 만들기도 하고.     

슬픈 일이 생기면 또 약을 먹는다. 그러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미워지면 역시 거기에 적합한 약을 먹는다. 

그러면 미움도 마음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약을 전통 방식에 따라 제조하는 약사들이 그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마을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역할을 한다.     

투레에게도 이제 직업이 주어졌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성인식을 거치면, 마을에서 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다.     

직업의 종류는 대략 열 가지 정도다. 가장 상위계층인 약을 다루는 약사들.     

다른 부족과 전쟁을 담당하는 전사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전사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긴 하였지만,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마을에서 가장 크고 건장한 사람들이다.     

그다음은 요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거대한 식당에서 공동으로 식사를 한다.     

또 하나의 직업은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들이다. 

그들에게는 독특한 모양의 글이 존재한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복잡한 언어이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이 글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들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루 종일 기록하며 지낸다.     

또 한 직업은 마을의 축제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축제 때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이다. 

약에 취한 사람들을 더욱더 흥분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 여인들이다. 가장 예쁘고 건강한 여인들이 선택된다.     

나머지 대분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마련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고 과일나무를 보살피고 밭에서 농작물을 키운다. 

가축을 키우기도 하고 때때로 전사들의 도움을 받아, 사냥을 하기도 하는데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마을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을 파악한다.     

성격이 포악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낸다.

또 자신의 업무를 소홀히 여기거나 마을의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도 관찰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경고나 상담을 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에 알맞은 약을 권해 준다.     

투레에게는 감시원의 일이 맡겨졌다.     

사람들의 직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지도자 계층인 약사들이다.     

투레는 자신의 업무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는 평범하게 농사를 짓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전 03화 신의 고백(18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