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은 한참을 망설이다 자신이 쓰고 있었던 소설을 모두 지워버렸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 도형은 노크 소리를 들었다.
재임이라 생각했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린제이였다. 전보다 더 여성스러운 모습에 도형은 금방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 희주씨?"
도형은 처음으로 린제이를 희주라고 불렀다.
“희주? 내 이름이지만 나도 오래간만에 들어보네요. 항상 린제이라고 부르시더니 오래간만에 만나서 제 한국 이름을 불러주시네요.”
제이미는 활짝 웃었다.
“그러게요. 나도 모르게 그만. 죄송해요. 린제이”
“아니요. 우리나라에서는 희주라고 불리고 싶긴 했어요. 그냥 앞으로는 그렇게 불러주세요.”
“아 그래요? 그럼 그렇게 부를게요. 오래간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도형은 다시 한번 웃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 저야 잘 지내지요. 여기서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하긴 모든 게 다 불편하시겠죠?”
“아니요. 그런대로 괜찮아요. 전에 병원에 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도 없어요. 그냥 아내 곁을 지키는 게 제 일이니까요.”
“하여간 고생이 많으세요.”
“그쪽도 바쁘시죠?” 도형은 다시 희주라 부르는 것이 어색해 ‘그쪽’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신없죠. 바쁘긴 한데 현실감이 떨어져요.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지금 세상 모든 사람이 아마 저와 비슷한 느낌일 거예요.”
“그렇겠죠. 그렇게 바쁘신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잖아요. 서재임 씨가 있는 이곳.”
도형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군요. 하여간 이유 없이 오시진 않으셨겠죠?”
“오늘은 이도형 씨를 만나러 왔어요.”
“저를요? 저는 세상의 중심과 거리가 먼데요.”
도형은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린제이는 웃지 않았다.
“미국 측이 도형 씨를 만나고 싶어 해요. 너무 압력이 심해서 우리 정부가 거부할 수 없을 정도예요. 혹시 가능하시겠어요?”
“무슨 일일까요?”
”만나보시면 아시겠죠. 이유는 우리도 잘 모르겠어요. 극비사항이라더군요. 이도형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요?”
“네.”
“글쎄요. 서재임을 없애달라는 얘기 아닐까요?”
도형은 또 농담처럼 말했다.
“에이, 설마요.”
이번에는 도형의 농담에 린제이도 같이 웃어줬다.
“아니, 가능성이 없지는 않네요.”
린제이의 표정은 다시 심각해졌다.
“지금 우리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돼요?”
“글쎄요. 극히 소수죠. 대통령을 포함하여 열 사람 미만 정도. 정말 극비로 취급되고 있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희 정보로는 온 세계 정보기관에서 서재임 씨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혈안이 되어있어요.”
“그 이유는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서재임 씨를 제거하려는 거겠죠.”
도형의 표정도 굳어졌다.
“미국에서 저를 만나려고 하는 것도 서재임의 행방을 물어보려는 것 아닐까요?”
“그건 아닐 거예요. 서재임 씨와 이도형 씨가 이 곳에 같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 우리 정부에서 두 분을 따로 보호하고 있다고 정보를 주었거든요.”
“그것을 미국이 믿을까요?”
“글쎄요. 하여간 미국에서 이도형 씨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서재임 씨의 행방을 알고 싶어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요? 그래도 날 찾는 이유가 서재임과 관계되어 있겠지요?”
“그렇긴 하겠지만….” 린제이가 말을 흐렸다.
“그래서 허락하셨어요? 날 만나게 해 주겠다고?”
“아니요, 이도형 씨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야죠. 그래서 제가 여기 왔어요.”
“사실 저는 아내 일 말고 다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아내 곁에서 조용히 살다가 같이 죽고 싶거든요. 지금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게 돌아갈지 짐작이 가요. 그래서 더더욱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그럴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국의 압력이 너무 강해서.”
린제이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렵지는 않아요. 그냥 잠깐 보면 되죠. 뭐. 세상에 죽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있으려고요.”
의외로 도형은 가볍게 이야기했다.
“정말이죠? 정말 감사합니다. 대통령께서 많이 고민하셨어요.”
린제이는 표정을 풀고 다시 웃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요 진작에 말씀하시지요. 그럼, 처음부터 허락했을 텐데요.”
“하여간 감사합니다. 그럼 조만간 모시러 오겠습니다.”
“어디서 만나는데요?”
“글쎄요. 그것도 비밀리에 작전을 짜야지요. 결정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알았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린제이는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아니에요. 조심해서 가세요.”
도형은 미국 측에서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하느라 그날 밤은 한잠도 이룰 수가 없었다.
며칠 후 도형은 마치 국가 원수들이 타고 다니는 커다란 승용차를 타고 허름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경호원처럼 보이는 검은 안경을 쓴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의 인도를 받으며 도형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도형은 불안했다. 한 시간 정도 후에는 자신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길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도형이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오래된 호텔 방처럼 생긴 허름한 방이었다.
작은 응접실 같은 곳에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다가 도형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도형 씨?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도형은 약간 어눌한 발음의 인사말을 들었다.
“반갑습니다. 크리스 리라고 합니다.”
“네 이도형이라고 합니다.”
도형의 맘에 더 큰 불안이 깃들었다.
“실례지만 혹시 한국분이세요?”
도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원래는 한국 사람이었지요.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인이죠.”
“아. 그렇군요. 미국에서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네, 좀 힘들기는 했죠. 지금은 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 크리스 교수님. 미국을 대표해서 저를 만나러 오셨어요?”
“네, 그런 셈이죠.”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미국 대표하고 만날 이유가 있을까요?”
도형은 자신이 약간 비꼬는 말투로 말한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많이 없으니, 본론부터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는 신의 말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신의 말을 따르고 안 따르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냥 신은 우리에게 경고한 것 아닌가요? 죽음을 준비하라고.” 도형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We decided to fight God.”
크리스는 갑자기 영어로 이야기했다.
“네?”
도형은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과 싸우다니요?”
“그냥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말이죠.”
“그럼 어떻게 해요?”
“신과 싸워서 그를 죽이겠다는 거죠.”
도형의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신을 죽이...”
도형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물론 확률이 매우 낮은 게임이지요.”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도형 씨의 도움을 받으러 왔습니다.”
“저의 도움이요? 저는 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을 없을 것 같은데요.”
“신과 싸우기 위해서는 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합니다. 물리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그를 없앨 수 있습니다. 이도형 씨께서 서재임에서 신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어 우리에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제가요? 직접 서재임에게 물어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한국 정부에서는 서재임의 위치는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하네요. 그를 만나는 것은 지금으로는 불가능한 것 같아요. 설사 서재임을 만난다고 해도, 지금 제가 이도형 씨에게 한 말을 할 수는 없지요. 신은 항상 그의 곁에 있을테니까.
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한 이야기도 이미 신이 듣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신과 싸워볼 작정입니다. 신도 인간이 이렇게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님을 잘 알고 있겠죠. 신과 싸워보는 것. 그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남은 3년을 어떻게 보낼지 우리가 결정한 것뿐 입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들을 도와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이미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재임은 제가 지금 유일하게 믿는 사람입니다. 그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
도형은 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부인 때문이시죠?”
도형은 놀랐다.
“네?”
“부인께서 지금 혼수상태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크리스는 아내 이야기를 꺼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이미 다 알고 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제 아내는 아마 3년 안에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래서 말도 안되는 신과의 전쟁에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전혀.”
“아내분을 깨어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도형은 다시 놀랐다.
“네? 제 아내를 깨어나게 해 주신다구요?”
“네, 한 달 안에 깨어나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아내분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지 않으세요?”
“그게 무슨 말씀이지요?”
“물론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인간의 뇌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최첨단 장치가 개발되었습니다. 그 장치를 이용하면 뇌의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 거의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지요. 그 장치를 이용해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고 있어요. 미국에 있는 최고 의사들이 수십 명 달라붙어 이도형 씨 부인의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분명 가능합니다. 한 달 안에 깨어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도형 씨가 허락만 하신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부인을 미국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도형 씨는 서재임을 만나서 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내어 우리에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이도형 씨도 인간의 편에 서야 합니다. 우리 인류가 이렇게 끝나버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도형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신과 어떻게 싸우시겠다는 말씀이세요? 너무 막연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도형 씨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서재임 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시죠?”
도형은 당황하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도형 씨가 설사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이도형 씨 부인을 위해서는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건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도형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을 이었다.
“정말 감사한 말씀이군요. 그런데 제 느낌은 제 아내를 위해서 신을 배신하고 악과 손잡는 느낌이 드네요.”
“어떻게 인간의 편에 서는 것이 악과 손잡는 일이겠어요.
지금 이 세상에는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류의 멸망, 아니 지구 모든 생명을 위해서 싸워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을 1% 미만으로 잡고 있어요.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냥 신의 말대로 주어진 시간에 인간끼리 서로 사랑하면서 남은 삶은 즐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어차피 죽는다면 싸우다 죽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더 잘 어울리는 속성이죠.”
“저는 신이 임의대로 우리의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결정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우리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요. 그래요. 박사님 말대로 우리가 1%의 확률을 깨고 신과 싸워 이긴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예전처럼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지구의 시간이 다했기에 지구의 생명을 모두 가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것 아닐까요? 그냥 신의 뜻을 받아들이자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신의 뜻 아닐까요? 물론 교수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아니요, 이도형 씨의 의견이 지금 매우 중요합니다. 이도형 씨의 도움 없이 우리가 이길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워요. 그렇다고 우리가 서재임 씨와 직접 접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에요. 우리의 계획을 신이 다 알아버릴 수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의 대화를 신이 다 듣고 있을 수도 있을텐데요.”
“네, 가능성이 있죠. 저희가 처음 계획했을 때부터 이미 다 알고 있을 수도 있죠. 아니 이런 계획은 저희만 짜고 있는 것도 아닐 거예요. 그리고 신도 다 알고 있겠죠. 인간이 가만히 앉아서 죽지 않을 것을요. 그냥 마지막 게임을 하는 거지요.
인간과 신의 마지막 게임.
이도형 씨 부인을 위해 우리 편이 되어주세요. 우리는 절대 악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를 돕는 것이 인간의 편에 서시는 겁니다.”
도형은 아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의 말대로 아내가 깨어나면 그녀와 오랫동안 살고 싶었다. 수십 년간 아내와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저에게 뭘 알아봐 달라는 것이지요?”
“그냥 서재임 씨와의 대화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 신의 속성을 알려주세요. 뭐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우리는 신에 대해서 너무 아는 것이 없거든요. 아주 사소한 것도 상관없어요. 예를 들어 신이 인간들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는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존재인지, 어떤 물리적인 실체를 가졌는지, 등등이요.”
“그런 것은 서재임도 알지 못하고 있을 거예요. 그는 신의 이야기만 전달할 뿐이니까요.”
“네, 상관없어요. 그냥 이도형 씨가 알 수 있는 것만 우리에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제 아내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시겠다구요?” 도형이 갑자기 물었다.
“네, 이도형 씨만 허락하시면 저희가 바로 특별기를 준비하겠습니다.”
“저는 여기 남아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구요?”
“네, 물론 부인 혼자 미국으로 보내는 일은 쉽지 않으시겠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영화에 나오는 빌런이 아니에요. 아내분이 깨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자 이제 결정하실 시간이요. 지금 결정해 주세요.”
“저는 서재임을 속일 수 없어요. 제가 만일 박사님 의견에 동의한다고 해도 서재임에게 다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절대 그를 속일 수 없어요.”
크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일 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그의 반응은 어떨까요? 그는 신의 편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편일까요?”
“그는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해야 할 이유가 있어요. 그는 인간의 편에 설 수 없을 거예요.”
크리스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모든 것을 받아드렸다.
“네, 상관없습니다. 그냥 이도형 씨의 방식대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지금 부인을 모시고 갈 특별기는 미국에서 대기 중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시키겠습니다.”
도형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아내가 미국에서 숨을 거두어 버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제일 먼저 떠 올랐다.
“만일 아내가 미국에서 죽는다면 그 순간 난 그 옆에 있어야 해요. 내게는 큰 모험이에요. 어려운 결정이군요.”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이도형 씨를 미국으로 모시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도형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형은 대답 대신 크리스의 손을 잡았다.
아내의 손을 잡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