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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Oct 27. 2024

예산탐구생활_로컬에서 내:일 찾기

충청남도 예산, 로컬에서 만난 사람들과 색깔 

익산에 다녀온 바로 다음 주, 나의 로컬 탐방기의 두 번째 목적지는 예산이었다.

예산의 청년마을에서 운영하는 살아보기 프로그램 모집공고는 다음과 같다.


[모집] 내:일마을 예산탐구생활 O기

나답지 않은 일과 삶으로 고민 중인가요?

복잡한 도시 속에서 나다움을 잃고 있나요?

열심히 일해도 이유 없이 지치기만 하나요?


한적한 예산에서 나를 위한 내:일을 만들어가요.

세상에 하나뿐인 내:일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갈 예산 내:일

나다운 삶을 찾고 싶은 당신에게,

우리가 예산에서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게요.


조금 느려도, 조금 어설퍼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 함께 예산에서 우리만의 내:일을 만들어가요.


요약하면 '내 일'을 찾아 함께 '내일'로 나아가자는 말인데, 로컬에서의 살아보기를 통해 나를 조금 더 잘 감각하고 발견하며, 내 일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공고를 보기 전까지 나는 예산이라는 지역이 어디 있는지, 뭐가 유명한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찾아보니 백종원의 예산시장과 사과가 유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2주간 예산에서 살아보며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예산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로컬에서 만난 사람들


예산에서는 지역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지역 주민인 청년마을 프로그램 운영진과 항상 함께 다녔으며, 프로그램 참가자 중에서도 예산 청년들이 있었고, 중간중간 진행하는 친환경 비누 만들기, 요리하기 등의 세션에 현지 주민들이 호스트로 참여해 함께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특별 세션에 초청되어 온, 예산으로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이다. 


(자칭 타칭) 일명 '예산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분은, 고향이 예산이지만 서울에서 쭉 살다가 최근에 다시 예산으로 역이주한 케이스다. 요즘은 이런 경우를 두고 'U턴 청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정서적 뿌리가 있는 안정감을 준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풍요롭고 여유로운 공간과 풍류가 있는 라이프 스타일, 불편한 만큼 편안한 여백 같은 것들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귀환했다는 예산의 아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소도시이고 백종원과 온천 정도만 떠오르는 충청도 시골이라서, 발굴하고 알릴 콘텐츠가 그만큼 많기에 해볼 만한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로컬의 자원을 발굴하고 알리는 기획과 고민이 재미있다는 점에서 나와 결을 같이 한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아주 예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주에 이틀 정도는 서울에 올라와 일정을 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은 예산에서 보내는 5촌 2도의 삶을 살고 있다. 도시의 편리함과 익명성이 그리울 때는 서울로, 예산의 여백이 필요할 때는 충남으로 향하는 듀얼 라이프. 그는 고향에서 이전보다 다채로운 색깔을 발견하며, 보다 새롭고 다양한 관점으로 로컬을 발굴해 내고 있다.


'햄치즈'는 남편 분의 고향이 예산인데, 결혼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함께 예산으로 내려온 경우다. 여동생은 예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햄치즈는 최근 예산시장 근처에 시골 정취 가득한 감성 숙소 '햄치즈스테이'를 오픈했다. 이주를 결심하고, 이 숙소를 구상하고, 집을 매입하고, 1년에 걸쳐 리모델링 공사를 직접 셀프로 하게 된 스토리를 들었다. 집을 사고 리모델링을 한다는 건 이미 난이도가 극악인 일 중 하나지만, 그게 시골집이라면 난이도가 더욱 올라간다. 로컬에서의 삶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삶의 자율성을 위해 선택하는 일이지만, 역시 로컬에서 살려면 어떤 일을 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햄치즈는 직장 생활을 할 때 유명한 숙소 예약 플랫폼 회사에 다녔었고, 그것을 경험삼아 로컬에서의 내 일을 만들었다. 로컬에서 내 일을 찾는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을 찾아내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일 것이다. 흥미로우면서도 그녀가 이겨냈을, 그리고 앞으로 이겨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그려졌지만 그것을 이겨낼 만큼의 가치를 로컬에서 발견한 게 아닐까.



로컬의 색깔


예산을 떠나기 전날, 나를 포함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은 각자 2주간의 경험과 자신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산에서의 시간들은 어떻게, 얼만큼 나를 새롭게 했을까. 새로운 경험은 지금 당장 나를 바꿔놓지는 않더라도, 경험들이 내 안에서 쌓이고 축적되면 천천히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인터뷰 후, 숙소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짧은 자전거 로드트립을 떠났다. 처음에는 무한천 일대만 가볍게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니 예산의 명소인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까지 무려 20km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논밭을 지나 가로지르는 여정은 초록이었다.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이었다. 도착한 추사 김정희 고택은 한여름의 초록으로 덮여 있었다. 초록으로 가득한 여름의 로컬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싱그러운 힘이 있었다. 이 에너지가 지금 내가 있는 곳, 혹은 앞으로 내가 살 곳에서 내:일을 지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데 보탬이 될 테다.



*예산 청년마을(내:일): https://localro.co.kr/villag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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