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진부한 소제목을 쓰게 되다니ᆢ 사람이 답이다라는 말은 선거 유세현장이나 자기 계발 서적 등에서 누구나 한 번 즘은 들어봤을 법한 읽어보았을 법한 말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로서 소진을 경험해보니 소진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 사람임을 절감한다.
난 짧게 센터에서의 경험을 거쳐 현재 공공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11년째 근무 중이다. 하는 일 특성상 보통의 사회복지사보다 더 면밀히 대상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마음이 상하는 일도 생기고 진이 빠지는 날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힘들 때마다 매번 사람 때문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 오늘은 그중 하나의 일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A할아버지는 손녀를 홀로 키우시던 분이셨다. 자식들은 일찍이 집을 떠났고 부인도 일찍 사별하셨다. 덩그러니 손녀만을 바라보던 어르신은 연로하고 병약하여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어르신을 처음 인테이크 하고 몇 년 동안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도움을 모두 드리고자 노력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후 대상자 아동이 중학교 입학하면서 나와 이별하게 되었는데도.. 어르신이 오래도록 나를 기억하시는 것을 보노라니 너무 고맙고 마음이 뭉클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다른 유관 기관에서 어르신 가정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몇 년 만에 다시 어르신 댁을 동행 가정방문했을 때였다. 그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지냈고 나는 출산 후 살도 많이 쪄 있던 상태였다. 무엇보다 나는 다만 동행 방문이라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 어르신을 보았을 때, 나를 먼저 알아보셨으면 하는 기대도 했는데 눈도 침침하시니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신 듯하여 방문의 주목적을 상기하며 잠잠히 있던 차였다.
그렇지만 집안에는 나와 함께 했던 프로그램 사진이 거실에 여전히 액자로 전시되어 있는 모습에 속으로 감사함을 느끼던 찰나였다. 도움을 드리러 오신 선생님과 이야기 도 중 몇 년 전 나로 인해 고마웠다고, 거실 액자 속 사진을 볼 때마다 내게 고맙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순간 내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동행하셨던 선생님은 그제야 나의 존재를 밝혀주셨고 어르신과 나는 이내 서로를 알아보며 눈물을 훔쳤다. 어르신께 동행방문이라 먼저 인사를 드리지 못했음을 죄송하다고 고백하며 지금껏 아이와 잘 견뎌내시고 계심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고 나서 어르신은 상담이 끝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우리의 뒷모습을 끝까지 배웅해주셨다.
'사람이 사람에게 받는 에너지, 기쁨, 치유가 이런 거구나.' 싶어 뭉클했다. 힘들고 어렵고 짜증 나는 일도 많지만 정말 사회복지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마다 소진이 예방되는 계기가 된다. 나의 마음을 도리어 가득 채워준 어르신께 내가 받은 사랑이 더 커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 자리를 빌려, 지금의 내게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따뜻한 힘을 주신 어르신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르신. 저의 작은 도움을 기억해주시고 할 일을 했을 뿐인데 ᆢ 고마워해 주시니 제가 더 감사드려요. 더욱 건강하시고 손녀와 행복하시길 늘 응원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