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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Dec 15. 2020

쑥스럽지만 저는 사모님이 아닙니다

음 사모님이라고 하지 마세요 부끄러우니까요

내 나이는 올해 31살이다. 이제 내년이면 32살의 나이이다. 결혼을 27살 무렵에 했고 아이들이 둘이 있으니

아기 엄마이다. 아마도 부모님 곁에서 살았다면 나는 아직까지 아가씨 소리를 들었겠지만 아기를 낳고 나서 혹은 신랑과 결혼을 하고 나서 듣긴 하지만 어색한 말이 있다면 그 말은 바로 '사모님'과 '어머님'이란 소리이다.

어머님은 어린이집에서 종종 듣는다.이 말은 지금 4년이 다 되가는데도 적응이 안된다.

그리고 사모님이란 말은 거의 드라마에서 잘 사는 집에 다이아 반지나 진주 목걸이를 한 번지르르한 부잣집에서

생활을 하는 그런 중년의 배우를 보면서 들어왔지, 내가 실제로 그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사모님의 뜻은 이렇다.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이도 아직 젊은 내가 이 말을 듣게 된 것은 2년 전에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을 때 하자보수를 하러 오신 분들에게 들었다.

그 당시에 다른 건 멀쩡하였으 거실 쪽 화장실 타일이 엉망으로 완성이 되어서 배수가 잘 되지 않았고 타일이 높은 방향에는 물이 고였었다. 그렇다 보니 화장실 바닥 타일은 늘 물이 고여있었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하자보수를 부르게 되었는데 거기서 오신 분이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극 존칭인 '사모님'이라고 부르셨다.

연세도 지긋하신 분께서 내게 존칭을 쓰시니 몸 둘 바를 몰랐다. 나는 사모님이 아닌데, 음 안주인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해서 집주인님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니 사모님이라고 부르신 것 같은데 나는 참 그 말이 쑥스러웠고 어색했다.아마도 내가 나이가 어리다보니 더 그러한 것 같았다.



                                 (출처:폰 테마샵 일러스트레이터 다예 무료 이미지)


그렇다고 우리 아파트가 엄청 고급스러운 로열 브랜드의 아파트까지는 아니어서 그렇게 높여서 부르시지 않아도 되고 입주자분이나 입주자 님이라고 하셔도 되는데, 참 그러고 보니 어감이 무얼 다 갔다 붙여도 어색하다.

특히 단어 끝에 님이 들어가니, 관리 사무소에서 오시는 분이나 하자보수업체에서 오시는 분들보다 내가 더 윗 선상에 있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 싶어 뭔가 씁쓸하기도 했다.특히나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만든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뉴스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떤 아파트에서 화장실 수세식 변기가 보이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휴식을 하며 지내는 경비원 분들도 계시며, 본인의 나이보다 한참 어린 입주자로 인해 좋지 않은 선택을 하신 경비원 분이나 그리고 조금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관리비를 내고 있다고 해서 갑으로 행세하는 몰상식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들은 왜 자기가 사는 아파트를 위해 일을 하시고, 그 연세에도 떳떳하게 일을 하시는 멋지고 생활력이 강하신 분들에게 함부로 대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조금 세게 말하자면 사람 된 도리를 버리고 사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뉴스들을 보니 입주자분들에게 늘 친절해야 하고 존칭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문화가 정착이 되어버린 건지, 우리 아파트에 일하시는 모든 분들은 과하실 정도로 친절하다.

그렇다 보니 나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으신 그분들에게 인사를 먼저 받는 것도, 과한 친절을 받는 것도 죄송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제초 작업을 하거나 쓰레기 분리작업을 하실 때에 시간이 되면

박카스나 음료를 챙겨드리는 일을 해왔었다. 그러면 정말 고마워하시는 그분들의 표정에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사실 정말 별거 아닌데, 정말 고마워하신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기 어색하고 부끄럽다는 말을 하려고 쓰는 거라기보다는 경비를 하시는 분들이나 관리사무소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아파트 건설 업계의 하자보수를 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사회에서 대접을 조금은 덜 받는, 배려의 위치에서 벗어난 분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서 쓰게 되었다. 그분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래의 위치에 있지 않으며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끈기와 인내심을 가졌으며 젊었을 때 공부를 못해서 배움이 부족해서 그런 직종에 일하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의 무시를 받으며 살아야 할 분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더불어 하청의 하청에 있는 분들도

사회에 빛나는 직업은 아니더라도 절대 을의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될 분들이다. 우리들은 이런 사실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있으니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어머님 이란 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파트에 살 때 사모님 이란 호칭보다는 '애기 엄마' 그리고 '입주자분' 이 정도의 호칭으로만 불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이 우리를 존중하고 존칭 해주시는 것만큼, 그 존중과 존칭은

경비원이 아닌 경비원님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진다.


존중과 존칭은 우리가 받은 반큼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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