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용환 Jan 05. 2021

대한민국 1호 혼혈아 국회의원

자랑스러운 한국인

뉴스를 보셨나요? 최근에 한국 + 미국 혼혈 정치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미국 하원의원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왔습니다. 자랑스럽게 보도를 하고 특히 한복을 입고 있는 사진은 우리나라 매스컴에서 쉽게 찾아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당선자도 본인이 한국인임에 대해서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을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미 의사당 한복 등장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그리고 우리 피가 섞인 것 때문에 이런 업적이 가능했다는 식으로 그들의 노력으로 달성한 결과를 마치 우리의 성과인 것처럼 포장하는 보도를 종종 보게 됩니다. 특히, 기사에서 "미국에 한국계 출신에 대한 입김이 커지면 좋다는 식으로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메릴린 의원이 한국사람인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미국 국적의 미국인이다. 그리고 미국인이 하원의원에 당선이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도 평범한 일이다. 하지만 역시나 미 정권이 바뀌고 여러 가지 원인적인 요소로 마치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탄생을 축하는 것이 조금은 불쾌 하다. 그런 포장을 하기 전에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 정확하게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국적을 가지고 있는 "혼혈아" 들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피를 반 타고난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국민이다. 그런데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지 않은가?


<숨진 다문화가정 자녀 중학생 온몸에서 멍자국 확인 2018.11.>

경찰이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다문화가정 자녀인 중학생을 때리고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10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학생은 이들 4명에게 1시간 넘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상해치사 혐의로 A군(14) 등 남학생 3명(중학교 2학년생)과 B 양(15) 등 여학생 1명(중학교 3학년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A군 등 4명은 지난 13일 오후 5시 20분께부터 6시 40분께까지 인천 연수구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C군(14·중학교 2학년)을 손과 발로 때리고 C군이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시간 20여분 동안 옥상에서 돌아가면서 C군을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얼굴과 팔, 다리 등 C군의 온몸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C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C군이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C군은 출석 일수가 부족해 이달 초 학교에서 진급 유예처분을 받고 등교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C군과 알고 지내던 A군 등 4명은 C군이 최근 A군의 아버지 외모에 대해 험담했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 무섭다. 이제 6살이 된 내 딸이 '혼혈아' 타이틀과 7글자의 한글 이름을 가지고 한국 사회에서 버티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 사회의 모습만 보면 걱정이 된다. 만약에 내가 캐나다에서 살기로 결심을 한다면 먼 훗날에 "한국계 캐나다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면서 매스컴이나 뉴스에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핏줄이라고 내 딸을 기사 일면에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나는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 비난과 작은 약점을 가지고 집요하게 파고들며 실수를 발견하면 '토종 한국인'이 아니어서 정치를 못한다고 각종 악플에 시달릴 것이다.

무엇이 그리도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긍지를 주었는가? '한강의 기적' 때문인가? 아니면 '2002 월드컵' 또는 '촛불 혁명' 때문일까?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에 큰 사건에는 분명히 혼혈아들의 노력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도 분명 그들도 함께 그 위대한 업적을 같이 이루고 포함되어 있었다.

전체 250만 명에 달하는 체류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 중에서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족에게만 퍼주기식 다문화 정책을 펼치고 나머지에 대해선 배제해왔다. 또 다문화 예산 중에서 대부분은 지자체에 설치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경상비로 지출되거나 방문지도교사의 교습비로 쓰이고 있는 상태이다.
<김성회의 재미있는 다문화 이야기 중, 에듀인 뉴스 2019.11>

  그래서 나는 내 딸이 대한민국 1호 혼혈아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다른 부모처럼 나또한 딸에게 바라는 것은 없다. 건강하고 무엇을 하던 정말 행복하게 소신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다만 조금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딸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대한민국은 아직 성장통을 가지고 있는 사춘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에 우리딸도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다. 


물론 가족은 캐나다로 가서 살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은 나도 이해가 간다. 얼마나 고향으로 가고 싶겠는가? 그리고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할지 생각만 해도 미안하다. 물론 나 또한 양쪽 국가에서 살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내 딸에게 강요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혼혈아의 신분으로 살기에는 이미 다문화가 정착된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것이 분명히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색안경을 끼고 허점을 찾거나 다른 점을 찾는 문화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분명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에서 딸과 가족과 함께 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내 어린 친구들이 놀이터 왔다. 그리고 내 가족을 보고


"외계인이다"라고 소리쳤다.
내 가족은 어설픈 한국어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외계인 아니에요. 외국 사람입니다. 나는 그 아이들이 밉기보다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교육환경과 이 나라가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내 딸에게 애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너 한국말할 줄 알아?

내 딸이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그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리 엄마 외계인 아닌데 캐나다 사람인데


개구리에게 장난으로 돌을 던지면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돌은 움직이는 어떠한 작은 생물에게도 던지면 안 된다고 알려줘야 한다. 약하고 모자라 보인다고 돌을 던져도 된다고 알려주면 안 된다. 그건 정말 비겁한 일이다. 여러 해외 경험과 많은 국가의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정말 강하다. 수많은 사람 욕을 하면서 자신의 나약함을 부끄럼 없이 표출한다. 그리고 작은 실수를 발견하면 미친 듯이 쫓아가서 당장 싸울 듯이 욕을 하고 떠나거나 가끔 차에서 내려서 싸움을 하기도 한다. 정말 유치하다. 나는 생각한다. 얼마나 가진 것이 없으면 한 평짜리 차 안에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애를 쓸까? 그리고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차안에 있는 우리 토종의 자녀들이 보고 배운다. 

"약자나 가진게 없는 사람에게는 막해도 되는구나"라고 학습하게 될 것이다. 




이전 12화 내 딸은 하이브리드 라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