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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27. 2020

딸의 방에서 숨어서 잤다.

다문화 가정의 소소한 일상

결혼하기 전에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아주 소소한 소망이었다. 그것은 자식을 낳고 한방에서 함께 잠이 들고 아침에 같이 눈을 뜨는 것이다.

그리고 늦게 퇴근을 하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가족과 딸이 자는 곳에 살그머니 들어가서 자는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일상이다.


수면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몸은 피곤할 것이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소중한 보물의 살결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사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딸과 함께 자는 나의 소소한 소망은 이루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문화의 차이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평범한 가정이라는 단어 앞에 다문화가 결합되었다. 하지만 Multicultural Family 은 가장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어려운 일도 쉽게 만들기도 한다.

2018년 전국 다문화 가족실태조사 연구(여성가족부)에 의하면 부부간 문화적 차이를 느낀 적 있냐는 응답은 55.9%이다. 세부적 내용으로 식습관이 50.7%이고, 다음으로 높은 것이 자녀양육 방식으로 28.2%이다. 그리고 체류기간에 따라서 식습관, 의사소통의 문화적 차이는 개선이 되지만 반대로 가사분담 방식, 저축 및 경제생활에 대한 부부갈등은 오히려 체류기간에 비례해서 늘어남.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자녀양육 방식이라는 과제가 주어지고 다툼은 늘어났다. 그중에 가장 큰 충돌은 바로 자녀를 취침시키는 방식이었다. 한국의 문화라고 규정지어서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의 성장과정은 단칸방에서 군대에서 잠을 자듯이 일렬로 모든 가족이 방 한 칸에서 잠을 잤다. 잠을 자기 위한 노래나 자장가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대화가 바로 자장가 었다. 가끔 두 분의 대화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누군가는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생활 중에 소소한 소망이 한방에서 자는 것이 되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가족은 캐나다인이다. 혹시 서양 영화를 봤을 때 이런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그냥 쉽게 넘겼을 것이다. 이유는 우리랑은 동떨어진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 장면은 말도 못 하는 아기방에 혼자서 자고 있고 엄마는 침대나 거실에 앉아서 비디오로 아기의 방을 모니터링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아기방에서 나오기 전에 동화책을 일어주고 포옹을 해주고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이렇게 말을 한다.

I LOVE YOU

그리고 깨어있는 아기를 두고 불을 끄고 잘 자라고 하면서 방문을 닫고 나온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아기는 바로 잠을 자지 않는다. 그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고 또 울고 또 운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나의 결혼생활에서 제일 힘들었다. 물론 이 문화적 차이 때문에 내 가족은 시어머니와 건들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첫 손녀를 보았던 어머니는 보통의 할머니의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와 함께 문 밖에서 손녀의 울음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물론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육아의 중심에 있는 가족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이유는 따르지 않으면 우리의 다툼은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것처럼 답이 없다.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디오를 틀어 두고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침착하게 다른 일은 하는 가족을 보면서 모성애를 의심하기도 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아기가 곱게 자지 않으면 나는 밖으로 나갔다. 잠이 들 때까지 주변을 걷고 걷다가 가족 문자가 오면 집으로 들어갔다. 차라리 안 보고 안 듣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에 한쪽이 포기를 하지 않았다면 결혼생활 6년 차에 어떤 결말이 있었을까?

출처: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여가부), 결혼이민자, 귀화자의 이혼 별겨 이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답안지를 선택했을 수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8녀도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이혼 사유의 50%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성격차이' 었다.


하지만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나라에서 자녀 양육하는 방식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모두 자식을 사랑하고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다른 양육방식에서 성장했어도 건강하게 성인이 되었다. 신기하다.



어느 날 가족 때문에 외국인 커플과 다문화 가정이 모이는 모임에 참석했다. 둘 다 미국인이고 한국에 직장 때문에 와서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커플이 있었고, 다른 커플은 남편은 캐나다인 부인은 한국인이고 자녀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남편은 한국인, 부인은 캐나다인이다. 아주 환상적인 조합이다.

공통점은 2가지가 있다. 첫째는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모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3명의 남편은 옥상에 올라가서 고기를 구웠다. 맥주를 한잔하면서 간단한 대화를 했다. 그러다가 가족이 한국인인 캐나다인 남편이 말을 했다.


"자기 부인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유식을 만들고 항상 옆에서 잠도 잔다고 했다."


누가 들으면 자랑이지만 내가 들었을 때는 그 남자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우리 아기는 이유식 안 먹고 이빨도 없는데 잇몸으로 당근도 씹어 먹고 프로콜리도 생으로 잘 먹는다.

꼭 정글북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생각했다.

혹시 그렇게 큰 거 먹다가 잘못되면 이유식을 먹이겠다고 그리고 큰일이 날까 봐 매 순간 불안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잇몸으로 잘 씹어 먹었다. 우리 딸은 너무 건강하게 자랐다. 잔병도 없었다. 너무도 건강했다.


장난식으로 어머니가 말했다.  "야채만 먹으니까 아프지도 않나 보다 그것도 생으로 먹으니까 영양분이 파괴 안돼서 그러나 보지"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이렇게 복잡한 것이다.


다문화 정책 이론 중에 동화주의가 있다. 여기서 '동화'란 "성질이나 양식, 사상 따위가 다르던 것이 서로 같게 됨" 또는 "밖으로부터 얻어 들인 지식 따위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듦 <네이버 국어사전>으로 정의된다. 즉 다시 말하면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에 동화주의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소수 문화들을 주류의 문화 속에 흡수시키고 통합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어쩌는 나는 동화주의적인 측면에서 다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소수의 문화는 내 가족의 문화이고 이것을 주류 문화 바로 한국 문화 속에 흡수시키려고 한 것 같다.


반면에 다문화주의는 문화적 다양성에 가치를 크게 부여한다. 이민자가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을 인정하고 장려하며, 정책의 지향점도 소수 민족의 주류사회로의 동화가 아닌 서로 공존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다문화 정책은 동화주의 쪽에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국가의 정책을 논하기 전에 다문화 가정의 남편으로서 나부터 변화하고 무너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딸과 가족이 잠든 사이 몰래 딸의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




 


애미야 밥은 어디 있냐?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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