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쉬 1

올핌픽대로에 갖힌 구급대원의 에피소드

by 주영헌


이상하리만큼 아침부터 소변이 자주 마려웠다. 화장실을 몇 차례 들락날락 거렸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처럼 소변을 시원하게 쏟아낼 수 없었다. 꼭 누다 만 똥처럼, 방광 안에 소변이 절반가량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몸이 좋지 못한 날 일이 잘 안 풀릴 거라는 예감은 이상하리만큼 잘 맞았다. 장난전화 때문에 오늘도 식사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밥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콩고물을 조금만 묻혀 버무리면 인절미가 될 정도로. 밥도 밥이지만 반찬은 모두 맛이 짜거나 싱거웠다. 그래도 큰 그릇에 골고루 반찬을 담아 젓가락으로 휘휘 잘 비비면 짭조름하니 간이 잘 맞는 비빔밥이 될 것 같다.

“이봐, 오늘 밥이 왜 그래.”

내가 눈치를 보내자 동료는 인상을 구기며 젓가락을 든 손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식당 이모였다. 나이가 내 이모쯤 됨직한 푸짐한 몸을 가진 여자.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머지않은 미래의 아내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저렇게 될 거야. 지금 먹어대는 것을 보면.”

출근 전 아내는 아침상으로 계란 프라이 하나에 냉이 된장국, 신 김치로 밥상을 차려냈다. 밥상의 맞은편에 앉았던 아내는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면서, 큰 그릇에 먹다 남은 나물과 들기름을 부어 썩썩 비볐다. 맨 마지막으로 청양고추가 절반쯤 섞인 태양초 고추장까지 한 수저 듬뿍 퍼 담고. 아내가 숟가락질할 때마다 들기름의 고소한 향기가 들판 위의 아지랑이처럼 식탁 위로 퍼졌다. 들판에서 뛰어노는 소 울음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된장국은 간이 덜 된 소금국처럼 냉랭했다.

“싱겁게 먹어야 된데요. 당신은 고혈압도 있잖아요.”

분명 나를 위한 말이었지만 달갑게 들리지 않았다. 나는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숟가락이 부딪치는 소리가 금속성 정적을 만들었다.

“어떻게, 한 수저 줘요.”

말을 하면서도 밥풀이 묻은 아내의 입은 쉬지 않고 우물거렸다. 소가 되새김질 하는 것처럼.

괜찮다며 아내의 숟가락을 밀어냈지만, 목구멍 속으론 연신 침이 넘어갔다.

“참, 이게 뭐가 맵다고.”

문제는 고추장이었다. 근접할 수 없는 매운맛의 고추장. 나는 매운맛에 유독 약했다. 매운 것을 먹은 날엔 속이 쓰리다 못해 복통이 일었다. 농약을 잔뜩 친 것 같은 채소를 먹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반대로 아내는 심심한 맛을 못 견뎌 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신혼 초, 나와 아내의 식성은 비슷했다. 식성이 뚜렷하게 갈리게 된 것은 일 년 전, 내 어머니, 다시 말해서 아내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였다.




수저로 꾹꾹 눌러 푼, 밥 위에 김치를 얹었다. 향긋한 밥 냄새와 쉰 김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입을 있는 힘껏 벌려 한입 베어 물었다. 짭조름하고 비릿한 김치향이 입안으로 퍼졌다.

맞은편엔 소방서에 막 배치를 받은 새내기 소방사가 앉아있다. 이름이 송 뭐라고 한 것 같았는데. 그의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 물론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가끔씩 식당을 오가며 인사를 나누는 정도.

식판처럼 각이 잡혀있는 그의 얼굴은 꽉 막힌 서울 시내처럼 답답해 보였다.

“어때 좀 괜찮아.”

소방사는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다른 분들에게 방해만 되는 것 같아서요. 제 적성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사무실에서 잔득 타박을 듣고 온 것 같다.

소방사의 바지주머니 사이로 흰 봉투가 튀어나온 것이 보였다. 예감이 좋지 않다. 짐작대로라면 봉투는 사직서일 것이다.

“혹시.”

소방사는 황급히 딴 얘기를 시작했다. 구겨진 마음까지 숨기려는 듯 주머니 속으로 흰 봉투를 재빨리 구겨 넣었다.

“고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내가 들어줄게.”

소방사의 얼굴을 보자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방사보다 백배는 더 변변치 못한 녀석. 동생 놈 얘기를 해주면 소방사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출동 신호가 떨어지면 먹던 숟가락도 내던지고 뛰어나가야만 한다.




예상대로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밥을 채 절반도 먹지 못했다.

급하게 먹은 밥이 위 속에서 출렁거렸다. 식도의 밥을 억지로 넘기려 마신, 냉수 한잔도 같이 흔들렸다. 속이 답답했다. 가스명수 한 병 마시고 싶다. 그것도 안 되면 사이다라도 한잔. 하지만 급한 출동 시간에 그럴 여력이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꽉 막혀 있는 것이 내 속뿐이겠는가.

소변도 마려웠다. 시간상 소변을 봐야 할 타이밍이었다. 만약 소변을 보지 않는다면 구급차 안에서 고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이 없다. 보통 출동은 30분이면 끝이 난다. 소방서가 아니더라도 인수인계를 끝낸 병원에서 소변을 볼 수 있다.

물 한잔도 마실 수 없는 시간이었다. 마음 놓고 변기에 소변 줄기를 갈길 여력은 더더욱 없다. 발은 빠르게 구급차로 달려가고 있지만, 시선은 4차선 도로를 역주행 하듯 화장실을 향해 달렸다.




도로는 2천 원대의 미친 기름값을 당연한 것처럼 넣고 다니는 미친 차들로 넘쳐났다. 뿔난 황소처럼 배기구를 부릉거리며 성을 내는 자동차들. 응급 출동을 할 때마다 나는 투우장 한복판에 앉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긴장감이 언제나 방광을 짓눌렀다. 오줌보가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소변은 매번 싱거웠다. 빵빵한 방광에서 흘러나오는 소변이 꼭 도랑물 같았다. 새색시 소변보다도 얌전히 졸졸 흘렀다.




구급차는 출동한 지 10여 분 만에 신고자 집 앞에 도착했다. 도로는 막혔지만, 골목길을 잘 아는 운전기사가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내달렸다. 집 앞에 노인이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니 어디가 크게 탈이 난 상태인 것 같다.

노인을 구급차에 태웠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지만,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앓는 소리만 냈다. 침대에 누우라고 했지만, 한사코 노인은 앉아 있겠다고 했다. 안전상 누워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재촉하는 나에게 버럭 화까지 냈다.

“저쪽으로 가.”

노인은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방향 지시등을 켜는 것처럼 손짓을 해댔다.

“그쪽은 올림픽 대로인데요. 차가 꽉 막혀 있을 겁니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이 그쪽에 있어.”

“어르신 안 됩니다. 저희도 빨리 돌아가 봐야 해요.”

노인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오줌 줄 잘못 꼽으면 얼마나 아픈지 아냐고. 니들이 그 고통을 알아.”

노인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못마땅한 눈치를 운전기사에게 보냈다.




올림픽 대로로 진입한 구급차는 예상대로 멈춰 서버렸다. 다급한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퍼져 나갔지만, 꽉 막힌 도로는 요지부동이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는 마치 주차장처럼 가득 찼다. 100년이 지나도 뚫리지 않을 것 같은 도로는 매일 밤늦게 썰물처럼 잠깐 풀렸다가 새벽에 다시 들어찼다. 마치 도로의 끝에 차를 머금고 있다가 뱉어놓는 큰 입이 있는 것처럼 차량 행렬은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넘쳐흘렀다.




응급의 기준은 무엇일까? 당연히 생명의 위급이다. 피를 토하거나, 심장이 멈춘 환자가 위급한 환자다. 보통 사람들은 구급차 안에 그렇게 위급한 환자들이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위급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한 근육통을 위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노인처럼 전립선 비대증으로 오줌보가 꽉 찬 것을 위급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고통이란 상대적인 것이어서 남의 고통은 참을만하고 나의 고통은 참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구급차 안에서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 터질듯 한 오줌보와 씨름 중이었다.

“아직 멀었어.”

노인의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섞여 있었다.

“거보세요. 제가 막힌다고 했잖아요.”

투정 같은 말투에 기분이 상한 듯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씨발 것들 구급차가 지나가면 비켜 줘야지.”

노인의 입에선 수십 년은 족히 묵었을 노련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어르신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 어르신이 고집 부려서 이렇게 된 일이잖아요.”

“나 이러다가 오줌보 터져서 죽겠어. 나 죽으면 니들이 책임질 거야.”

단 한 번도 오줌보가 터져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 보통 사람의 방광의 최대 용량은 800mL라고 했다. 1L가 조금 안 되는 엄청난 양이다. 노인은 과연 방광의 용량을 모두 다 채운 것일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소변의 양을 재보는 방법밖에 없다.




다음편으로 계속...

이전 08화(단편소설) 가족의 완성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