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영웅에게 감사하며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모두가 영웅입니다.

by 주영헌


제 운전경력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첫 운전이 운전면허를 딴 다음 날, 1995년의 어느 여름날이었으니 운전경력도 25년을 훌쩍 넘어갑니다. 운전면허 1종 필기시험을 연장 다섯 번 떨어진 후, 합격 기준이 10점이 낮은 2종 필기시험을 봐서 합격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합격점수가 운전면허 1종 합격선인 80점을 훌쩍 넘었다는 것이죠. 허탈하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붙은 것이 다행입니다.


그날 필기와 실기 모두 합격하고,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와서 그다음 날부터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살았던 곳이 둔산동(대전 서구)이었는데요, 첫 운전은 아버지와 동생을 태운 채였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한신코아백화점까지 채 1km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요,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시동을 다섯 번 꺼트렸습니다. 차가 수동인지라, 클러치를 잘못 밟으면 시동이 바로 꺼지거든요. 혹독한 신고식 이후, 큰 사고 없이 운전 잘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딱 한 번 타봤습니다. 외사촌 형 집에 오토바이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오토바이인 ‘씨티 100’이었습니다. 씨티 100인 까닭은 배기량이 '100cc'이기 때문입니다. 초라한 배기량이지만, 재빠른 속력을 낼 수 있습니다. 제 문제는 자전거 타는 것처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점인데요. 첫 운전에서 개천 쪽으로 공중부양할 뻔했습니다. 개천에 빠지지 않은 까닭은 순전히 힘으로 오토바이를 움켜잡았기 때문인데요, 혈기 왕성한 20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 오토바이에는 걸터앉지도 않습니다. 두려움 반 선망 반이지만, 차가 있으니 오토바이를 탈 이유도 없겠죠.


요즘 특별히 많은 오토바이를 보게 됩니다. 배달 대행을 하시는 분들 때문입니다. 예전은 배달이라고 하면 중국집 오토바이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배달 대행 오토바이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중국집에서도 배달원을 쓰기보다 배달 대행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 중국집에 음식을 시키면, 배달 대행하시는 분들이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오토바이는 사고에 취약합니다. 자동차는 차체(프레임)와 에어백이 운전자를 보호해 주지만, 오토바이는 ‘헬멧’이 전부입니다. 헬멧을 안 쓰는 분들도 간혹 있는데요, 정말 위험한 행동입니다. 특히 차량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충돌 시 운동에너지 때문에 멀리 튕겨 나가게 됩니다. 이때 무거운 머리가 먼저 떨어지게 되고요.


2021년 전국 월평균 배달 앱 이용액이 1조 9,500억 원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저 중에 몇십만 원은 제 주문일 텐데요, 2019년 8,117억보다 무려 140%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그만큼 오토바이 배달도 많이 증가한 것이겠죠. 이렇게 배달이 증가하니 사고도 늘어납니다. 집 근처에서 사고로 망가진 오토바이가 며칠 방치된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특히 사고 때문에 음식 배달이 늦어진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짠합니다. 왜냐하면, 그 배달원 누군가의 자식이자, 남편, 동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요, 저는 배달이 좀 늦어도 채근하지 않습니다. 채근해서 10여 분 일찍 음식 받아서 뭐 합니까. 음식이 좀 식으면 어떠합니까. 안전하게 오가는 것이 최고입니다. 특히, 일기가 나쁜 계절에 오토바이 배달이 얼마나 힘들까, 제가 다 걱정됩니다. 우리는 춥고·더운 날 한 걸음도 안 나서려고 합니다. 우리가 감수하기 싫은 불편을 배달하시는 분들이 대신하고 계시는 겁니다.


영웅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신 분을 영웅이라고 호칭합니다. 당연히 영웅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저분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영웅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하기 싫어하는 직업,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요. 이런 분들을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누구를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영웅에게 감사하며 고개 숙입니다.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편의 산문을 쓰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유합니다. 브런치를 통해서는 일주일에 한두편, 재미있는 산문을 중심으로 원문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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