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하루 시

by 그래


오늘은 극히 저의 개인적인 감성입니다.

요즘은 어플이 신기한 기능도 있더군요. 저는 사진을 NEVER MYBOX에 저장합니다. 그런데 매일 오전 9시가 되면 10년 사진, 혹은 그 오래전 사진 이렇게 알림이 옵니다. 이상하게 오늘은 꽤 오래된 사진이 오더군요. 14년 전 사진입니다. 무지 오래전 사진이 그 속에 있더군요.


이제 갓 성인을 앞둔 제 딸의 생후 1일 된 사진이었습니다. 저는 난산으로 첫 아이를 나았습니다. 회음부 수술을 3번이나 할 정도로 힘든 출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를 사진으로 처음 보았죠. 첫 아이를 처음 안아본 게 아이가 태어나고 4일 후였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거의 혼절상태였죠. 자연분만이지만, 아이가 세로가 아닌 가로로 나오는 바람에 회음부 쪽이 너널너덜 넝마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낳은 첫 아이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죠. 그리고 이제 180cm가 훌쩍 넘은 제 둘째 아이의 아주 꼬꼬마 시절 사진도 있더군요. 어린이집에서 여름 무더위를 피해 연극을 보러 간 날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지금은 맞는 옷이 없어서 미국에서 옷을 수입해야 할 만큼 덩치가 산만하지만, 그때는 나시 티의 한쪽 끈이 어깨를 내려갈 만큼 가녀린 아이였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보다 키는 크지만, 왜소한 몸 때문에 눈에 확 띄는 아이였죠. 그 모습이 귀여워 한참 보았습니다.


이제는 배불뚝이 부부인 저희의 신혼 때 풋풋하고 날씬한 모습도 보았습니다. 30년 지기 친구들과 무려 6년 전의 함께 찍은 사진은 너무 예쁘더군요. 시간이라는 같은 것을 공유하게 된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은 저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 마냥 좋더군요. 이제 세상에 나와 모든 게 귀찮은 아이의 울음소리, 괜히 심술 나 툴툴대던 아이의 짜증, 무엇이 좋은 지 깔깔대고 웃은 아이의 웃음, 사진 찍는 게 처음도 아닌데, 웃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무더운 여름 꼭 사진을 찍어야겠냐고 짜증 내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포즈는 취해주는 귀여운 모습까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기억은 마치 오늘인 것 마냥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우린 여행을 가면 사진이 남는 거야 라며 무심결에 말하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사진 한 장으로 추억을 여행하고 왔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사진이 알림으로 올까요? 늘 오던 알림이 왠지 오늘은 손이 갔습니다. 앨범을 넘기면서 보는 시간 여행만큼 즐거웠습니다.


선풍기 예약을 하고 주무시나요? 어젯밤은 이상하게 덥더군요. 2일 제대로 자지 못했던 긴 날은 어제 드디어 오랜 잠으로 풀었습니다. 오늘 일어나는 데, 깊은 잠이 주는 개운함이 너무 좋더군요. 역시 잠이 보약입니다. 사람은 전등과도 같아서 오래 켜두면 열에 뜨거워집니다. 쉽사리 고장이 나버리죠. 그러니 적당한 휴식은 습관으로 만들어 당신을 쉬게 해 주길 바랍니다.


같은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사신 모든 분들, 평안한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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