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사랑

하루 시

by 그래


점심 한나절인데, 세상이 온통 까맣게 변하더군요. 무심코 내다본 하늘에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비가 올 때 톡톡 소리가 들리는데, 오늘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군요. 이 기분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리 없는 비]라고 썼습니다.


이 시는 사랑 시가 아닙니다. 여름의 질투이고, 가을이 오는 시작을 알리는 시입니다. 비는 여름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오늘 잠깐 내린 소나기는 특히나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이지요. 비가 그친 밖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고 있습니다. 여름의 질투는 가을에 대한 것이겠지요. 뜨겁던 여름을 알리던 여름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네요. 가을이 왔습니다.


그러고보니 매미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군요.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이렇게 계절이 바뀐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이 모든 것은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경험도 아닌데, 뭘 그런 유난이냐 할 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아주 소중합니다. 빗 속을 우산도 없이 걸었을 때 그 기분, 느낌, 경험만큼이나 소중합니다.


가을 낙엽 위를 걸으며 예쁜 낙엽을 찾는 재미도 경험이죠. 이건 어젯밤 꿈이야기입니다. 꿈속에서 낙엽으로 가득한 산을 걸었습니다. 푹신푹신하고 낙엽의 그 특유의 냄새와 바스락 소리까지 생생했죠.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낙엽 위를 걷는 기분은 새로웠습니다. 실제 경험은 아지지만, 꿈도 기억에 남아 글감이 되어줍니다.


소리가 들립니다. 나뭇잎 소리일까요? 바람 소리일까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이겠지요. 우린 이런 경험을 통해 바람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는 겁니다. 서늘한 바람이 반가운 오늘입니다. 어젯밤의 무더위는 아침이 되니 사라지고 없더군요. 여름에게 이제 작별인사를 할 때가 온 겁니다.


가을을 맞은 당신에게

오늘은 어제이고, 내일입니다. 어제의 후회는 오늘은 하지 마시고, 내일의 기대는 오늘에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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